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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둥이 이른둥이 ㅣ 좋은책어린이 창작동화 (저학년문고) 6
원유순 지음, 박기종 그림 / 좋은책어린이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5,60세는 족히 돼보이는 엄마,아빠,
대학졸업반인 큰누나,대학교 2학년 작은누나까지 있는 늦둥이 이현수,
엄마는 돌아가시고
현재 구청 공익근무요원으로 일하고 있는 스물일곱살의 어린 아빠만 있는
이른둥이 김경수~
두친구의 입학식날 아침 집안풍경도 부모님들 나이만큼이나 전혀 다릅니다.
현수는 큰누나가 세수시켜주고
작은누나는 밥 먹여주고
파마와 화장,거기에 새 귀고리로 멋지게 단장하신 엄마 손을 잡고
입학식장에 가지만
경수는 아들 입학식날인 것도 잊은채 늦잠자는 아빠를 겨우겨우 깨워
오늘도 아침 대신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찢어진 청바지에 줄이 주렁주렁 달린 점퍼를 입은 아빠 손을 잡고 학교에 가네요.
6학년 형 누나들이 정성스레 만들어 손수 달아준 종이꽃을
앞서 가던 경수가 떨어뜨렸는데 그만 뒤에 오던 현수가 모르고 밟아버리자
다짜고짜 경수는 현수를 때립니다.
현수 엄마도 경수 아빠도 아이들 싸움에 부랴부랴 달려오고
아이 싸움이 어른들 다툼으로 번지네요.
설상가상 현수와 경수는 둘이 짝꿍이 됩니다.
그러나 그칠줄 모를 것 같던 둘의 신경전은 우스운 일로 끝이 나네요.
빵봉지를 뜯을 줄 모르는 현수의 빵봉지를 경수가 대신 뜯어주고
현수는 고마움의 표시로 누나한테 받은 아몬드 초콜릿을 선물해주는 일로 말이죠.
둘은 앞으로도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까요?? ^^
현수는 누나,엄마,아빠한테 사랑을 많이 받고 자라 귀엽지만 자립심이 떨어지고
경수는 엄마도 없고 철부지 아빠 밑에서 자라느라
사랑은 좀 부족하게 받고 자랐지만
일찍 철이 들어 혼자서도 똑소리나게 뭐든지 척척 해내는 아이로 나옵니다.
앞단추가 떨어진 옷을 입고 있는 경수를 보고 현수엄마는
"언제 한번 집으로 오라고 해서 단추 좀 달아 줘야겠네." 라고 생각하고
경수 아빠는 어머니 뻘 되는 현수 엄마에게 대든 것이 창피해
나중에 꼭 사과를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네요.
떨어진 단추 새로 달아주고 집에 김치가 많고~
엄마 있는 현수네 집에서는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지만
경수는 현수가 꽤나 부러울테고
아빠랑 레슬링도 할 수 있고 카레도 아빠랑 같이 만들고~
경수네 집에서는 평범한 일상이
아빠가 나이 드셔서 레슬링도 같이 못하고
밥까지 떠먹여줄만큼 떠받드느라 손에 물 한방울 안 묻혔을 현수는
경수가 부러울테고 말이죠~~ ^^
우리 아들은 경수만큼은 아니지만 또래친구들보다는 이른둥이에 속하는 편이예요.
제가 대학졸업하자마자 결혼을 해서인지
같은 반 친구들 엄마중에서는 항상 제가 가장 어린 편이거든요.
현수처럼 늦둥이는 아니지만 우리 아들 역시 제가 현수만큼이나 애지중지 키워서
우리 아들도 현수만큼이나 혼자서 할 줄 아는게 별로 없답니다.
유치원에서 행여나 빵봉지나 과자봉지 못뜯어
못 먹는 일이나 놀림 당하는 일이 생기진 않을까 싶어서
제가 몇날몇일을 빵봉지 뜯기,요구크르 뚜껑 벗기기, 우유팩 열기 등등
몇가지 특훈(?)을 시켰을 정도로 뭐든지 다 해주던 아이였어요.
지금도 혼자서 할 줄 아는 일이 또래보다는 많이 없는 편이라
제 속을 늘 태우곤 한답니다.
이 책을 읽고 현수가 경수를 부러워하듯이
우리 아들도 다른 아이들을 부러워하는건 아닐까 생각해봤어요.
우리 아들도 혹시 제가 떠받들어주는걸 즐기는게 아니라
다른 아이들처럼 엄마랑 요리도 같이 하고 스스로 뭐든지 다 하고 싶은데
제가 그 일을 다 해주고 있는거 아닌가 깊이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하루라도 빨리 경수처럼 똑소리나게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게
제 눈에 서툴고 답답해보여도 꾸욱 참고
혼자서 잘할 때까지 조용히 지켜봐줘야겠단 생각을요.
그리고 또 한가지
경수처럼 불우한 아이들이 제 주변에 있다면
조금씩 도와줘야겠단 생각을 해봤어요.
성격이 모가 나서(?) 도움 받는걸 부담스러워하시는 부모님이 아니시라면
현수 엄마처럼 떨어진 단추 정도 달아주는 수고 정도는
우리 아들 반친구를 위해 언제라도 해줘야겠단 생각을 말이죠.
감정 조절이 잘 안돼 조그만 일에도
순간적으로 주먹부터 나가는 남자아이들의 습성을 뻔히 알면서도
저 역시 우리 아들한데 다른 아이가 조금만 손대도
그 아이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봤던 때도 있었는데요
아이들 싸움이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우리 아이들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되도록이면 아이들 싸움에 끼어들면 안되겠단 반성도 해봤답니다.
물론 계속해서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들은 절대 용서할수 없지만요~~ ^^
빵봉지를 뜯어주고 초콜릿을 건네주고
카레 만들었단 말에 감탄해주고 레슬링 같이 하자고 자기 집으로 초대하는
아이들의 때묻지 않은 모습을 보면서
어른들도 경수,현수처럼 저렇게 열린 마음으로 조금씩 도와주고 배려해준다면
세상이 지금보다는 따뜻해지고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봤답니다.
시종일관 유쾌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길지 않은 내용 속에 하고자 하시는 말씀을 다 담아내시는
원유순 작가님의 글솜씨에도 또 한번 감탄하게 된 흐뭇한 책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