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안영 지음 / 동이(위즈앤비즈) / 2008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사임당은 언제나 배가 불러 있었고, 집 안에는 항상 비릿한 젖 냄새가 나고 있었다.
기저귀 걷을 날이 거의 없었다. 심지어 위 아래로 두 아이가 함께 차고 있을 때도 많았다.
여름 장마라도 지면 아이들 기저귀가 마르지 않아 더욱 애가 탔다.
덕순이를 시켜 축축한 기저귀를 걷어다가 아궁이 앞에서 말리기도 하고,
솥뚜껑 위에다 널어서 말리기도 하였다."
신사임당님의 고단한 삶이 그대로 느껴지는 문장이라 본문내용 그대로 적어봤습니다.
신사임당님은 다섯째 이이를 비롯해 4남 3녀, 이렇게 7남매를 두셨다네요.
지금처럼 세탁기도 청소기도 하나 없었던 시절,
홀시어머님 모셔야하는 떡집으로 시집을 가셨으니 부유한 시댁도 아닌데다가
쉰 살 나이에 수윤판관이란 미관말직을 겨우 얻은 남편 이원수 탓에
친정 덕에 밥걱정을 안하셨다니
신사임당님의 그 고단한 삶을 전 짐작조차 못하겠습니다.
이처럼 고단한 삶을 사셨지만
낮잠 한번 안주무시고 시간을 쪼개고 쪼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시면서
붓글씨, 그림, 자수를 통해 자아실현도 하시고
그림에 뛰어난 매창, 성리학의 대가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훌륭한 이이를 길러내셨으니
육아의 달인이시기도 하네요.
또 3년간의 독수공방을 감내하시면서
공부에 뜻이 없는 남편을 겨우겨우 달래 한양으로 공부시키시려고 떠나보내시고
남편이 신사임당님이 계신 강릉 친정으로 돌아올때마다
때로는 어르고 때로는 매몰차게 내치신 덕에
그마나 남편 이원수가 늦은 나이에라도 출사를 하셨다니
지금 사용하기에 적절한지는 모르겠지만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예요." 란 광고문구도 생각이 났답니다.
또 아이들에게 절약정신을 가르치기 위해
붓글씨 쓴 자리에 덧쓰고 덧씀은 물론,
먹도 손가락으로 잡을 수 있는 마지막 토막까지 다 사용하고,
먹물 한 방울도 허투루 버리지 못하도록 늘 주의를 주셨을 뿐더러
쌀을 씻을 때나 조리질을 할 때, 절구통에 보리쌀을 찧을 때도
한 톨이라도 빠져 나가는 일 없도록 하고
끼니때마다 밥 지으려고 퍼왔던 쌀에서 한 줌씩을 떠내 부뚜막에 있는 단지 속에 모아두셨다가
가족들 생일에 떡을 만들어 상을 차리고 이웃에게도 돌리셨다니
절약정신뿐 아니라 나눔까지 실천하신 정말 훌륭한 분이셨어요.
맵시,솜씨,맘씨까지 두루두루 뛰어나신 덕에
홀시어머님께 사랑받는 며느리이셨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그 옛날 강릉에 있는 친정에 몇년동안 아이들 데리고 내려가계셨다니
그걸 이해해주시는 신사임당님의 시어머님도, 남편 이원수도 참 깨이신 분이네요.
물론 신사임당님 당신도 남자로 태어났으면 과거도 보고 조정에 출사해
남녀차별,적서차별,반상의 차별 같은 구습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셨다니
신사임당님 또한 정말 깨이신 분이고요. ^^
강릉에 있는 친정서 살 때는 여유가 있어 아이들 서당에도 보냈지만
한양에 있는 시댁서 살 때는 여유가 없어 서당에 보낼 형편이 안돼
집에서 자식들에게 모든 걸 손수 가르치셨다니 그 학식 또한 존경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어머니에 그 딸" 이라고 신사임당님의 어머님 또한 대단한 분이셨어요.
아들 하나 없는 외동딸로 태어나 부모님께 효도하시고
남편 신명화(신사임당님의 친정아버님)를 살리기 위해 손가락 두마디를 단지하시는가 하면
집에서 부리는 노비들과 소작농들에게
그들이 붙이는 농토의 반 정도를 나눠주겠다는 유서까지 작성하셨다니
신사임당님이 누구를 닮아 훌륭하신지는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이 책에서는 입에 착착 감기는 이쁘고 고운 말들이 가득해서 읽는 재미가 쏠쏠했고
어렵거나 설명이 필요한 단어들에 간단히 * 표시만 해놓고
한 단락 끝날때 한꺼번에 몰아서 주석을 달아놓으신 점은
글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아 정말 맘에 들었어요. ^^
추천글에도 나와있듯이 아름다우면서도 교훈적인 책을 원하신다면
이 책을 꼭 추천해드리고 싶을만틈 정말 훌륭한 책이었습니다. ^^
다만, 한 단락 시작 전에 소개돼 있는
신사임당님의 수많은 그림들을 만나는건 행운과도 같았지만
수묵화 대신에 알맞은 빛깔을 칠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화법으로 그림을 그리셨다는
신사임당님의 그림들을 칼라가 아닌 흑백으로 만나본다는게 좀 아쉬웠네요.
부모님께 대한 지극한 효성, 자식들 교육, 남편 내조, 절약 정신,
나눔의 정신, 부지런함, 자아 실현의 의지 등등
배울 점들로 가득하신 정말 훌륭한 신사임당님을 만나
정말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추천글에도 있듯이
이 책이 모든 주부들의 필독서가 되기를 진정으로 희망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