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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에서 미끄러질 때
김남준 지음 / 생명의말씀사 / 2019년 1월
평점 :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신선했다. 보통 은혜에서 미끄러졌다는 표현보다는 은혜가 소진되었다든가, 믿음이 연약해졌다고 말하는데 이 책은 그런 추상성을 띤 제목이 아닌, 물리적으로 우리에게 체감이 잘 되는 제목을 취하여 우리가 경험하는 신앙의 슬럼프가 어떤 현상인지 실제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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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통해 하루에 하나씩, 나 자신의 삶과 신앙을 투영하는 질문을 마주할 수 있었다. 처음 책을 펼쳤을 때 마주한 질문이 “영혼을 돌보기에 너무 바쁩니까?”였는데, 책의 처음부터 가장 실제적인 삶의 현실과, 그 현실 속에 내가 어느새 스르르 놓치고 있는 진리에 나의 시선을 향할 수 있었다. 책은 매일 매일 다른 질문을 제공한다. 혹 어떤 이는 어떻게 매일 매일 공감하고 회개의 마음을 가질 수 있는지 의문을 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너무나 분명하게도, 가능하다. 이 100가지 질문들은 우리의 인생에 항상 일어나는, 한 번이라도 경험했을 사건들을 지적하고 있기에, 그 누구도 어느 질문에 대해서도 ‘나는 이렇진 않았어!’라고 답할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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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탁월한 점을 꼽자면, 이 책은 우리 삶의 흐름을 따라 정말 중요한 세 가지 은혜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매일 매일 새로운 질문 앞에 우리는 성령의 조명을 통해 우리 현재의 영적 상태를 비추어 보고 회심의 동기를 가질 수 있고, 또한 단순한 현재의 미끄러짐뿐만 아니라 우리 신앙의 깊은 지점(어쩌면 근본)에 위치하는 구원과 믿음의 상태에 대해 성찰할 수 있다. 또 지금은 회복되었지만 과거에 겪었던 미끄러짐을 기억하여 어떤 지점에서 우리가 그러했는지를 확인하고, 주님께서 얼마나 엄청난 은혜를 주셔서 우리를 다시 세우고 걷게 하시는지 깨달아 감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이미 경험했거나 혹은 앞으로 경험할지 모르는 여러 미끄러짐에 대해, 경계하고 주님 앞에 자신을 쳐 복종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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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또 다른 장점은 매일 매일 1개의 질문에 해당하는 내용만 읽어도 되므로, 독자에게 부담이 적다는 것과 각 질문마다 <자신을 들여다보고 답하기>라는 적용 활동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큐티와 같이 매일 매일, 꾸준히 읽어 나가기에 이 책은 좋은 구성을 취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 장점은 동시에 아쉬운 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데, 바로 하루에 1개씩의 질문에 마주한다면, 독서가 다소 단절적인 성격의 것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책의 질문이 100개나 되기 때문에 자신의 현재 상태에 꼭 맞는 질문을 그날그날 마주하지 못할 수도 있는데, 다행히 이 책은 그 점을 보완하기 위하여 앞의 목차에서 각 장(章)의 이름을 통해 우리 신앙의 전반적인 상태(1장, 8장)와 은혜에서 멀어지게 하는 여섯 가지의 대요인(2-7장)을 분류해 놓음으로 독자가 목차를 통해 단계적으로 자신에게 필요한 질문을 마주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론 그렇게 하기에는 독자가 얕은 수준으로라도 자신의 영적 상태에 대한 인지가 가능해야 하겠지만, 회심하고자 하는 신자라면 성령의 도우심으로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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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 번 책의 제목에 대해 생각해보자. “은혜에서 미끄러질 때.” 이 책은 ‘미끄러진다’는 것이, 암벽을 등반할 때 디딤을 삼던 돌이나 나뭇가지가 부서지고 부러질 경우, 절벽의 밑으로 미끄러질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미끄러짐은 방치할 경우, 신자는 부패할 수밖에 없다고 서술하고 있다. 책의 표현을 받아들인다면 누군가는, 신앙은 마치 절벽을 등반하는 것과 같이 끊임없이 올라가는 것과 같으며, 은혜에서 미끄러진다면 예전에 올라왔던 그 먼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의 신앙과 믿음은 그런 것이 아니다. 신앙의 길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슬럼프를 ‘미끄러진다’는 어휘와 어울리게 표현하자면 오히려 오르막길, 내리막길, 평지길을 걸어가며 넘어지는 것으로 묘사하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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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서 2장이 말하듯, 신앙은 그리스도를 닮도록 “지어져가는” 것이다. 우리가 때때로 은혜에서 미끄러지는 것은 마치 벽돌로 집을 짓다가 갑자기 그 재료를 모래로 벽돌을 대신하는 것과 비슷한 모습일 것이다. 자신도 모른 채 모래로 집을 짓다가, 집을 짓던 재료가 모래라는 것을 자각했을 때 지은 것을 허물고 다시 벽돌로 집을 짓기 시작하듯, 우리의 신앙에서도 은혜에서 미끄러졌을 때, 어느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잊지 말해야 할 것은 우리의 연약함으로 신앙의 길에서 수없이 미끄러지고 넘어진다 할지라도, 우리는 그리스도를 닮게 지어져가고 있으며, 그리스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신앙은 끊임없는 제자리걸음이 아니다. 실패와 죄악을 경험한다 할지라도, 회심한 신자는 그 속에서 분명한 성장을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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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신자는 은혜에서 미끄러짐을 경험한다. 때로는 양심의 자책감으로, 때론 환경으로, 때론 게으름으로 말미암아 어떤 신자든 신앙의 고비를 겪는다. 위에서 말했듯, 이 책이 제공하는 100가지 질문은 정말 우리 삶에 ‘언제나’ 있을 수 있는 사건들이다. 인간의 죄악 된 본성으로 말미암아 은혜에서 미끄러지는 일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신앙의 길에서 나가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미끄러져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것은 어떤 것도, 사망이나 생명이나 높음이나 깊음도 우리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기 때문이다(롬8:38-39). 이 책을 통해, 많은 미끄러진 그리스도인들이 자신이 미끄러진 지점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성령께서 그들을 회심으로, 또 실천의 삶으로 인도하시길 바란다. 언제라도 자신이 신앙의 슬럼프에 있다고 느껴질 때, 우선 말씀을 통해 그리고 말씀의 적용을 도울 수 있는 이 책을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구원의 은혜를 간직하며 살고 있습니까?" - P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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