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왕좌의 게임 1화에선 전 수관(핸드)인 존 아린이 죽어 로버트 바라테온이 에다드 스타크를 수관으로 임명하고자 윈터펠에 방문한다. 이 세 인물의 관계를 살펴보면 로버트 바라테온과 에다드 스타크는 존 아린의 종자였고 그래서 로버트 바라테온과 에다드 스타크는 아주 친밀한 사이다. 이 부분을 처음에 읽었을 때 나는 종자가 기사의 하인인줄 알았는데 어떻게 두 사람이 존 아린의 종자일 수 있지?라는 생각을 했다. 궁금해서 찾아보니 종자가 하인과 같이 낮은 신분으로 뒤치닥거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 교육을 목적으로 해당 분야의 권위자에게 보내진 사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면 기사의 종자는 기사의 잡일을 도와주며 기사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어깨너머에서 보며 그 기사에게 무예를 배우고 나중에는 해당 기사가 기사 작위를 종자에게 수여해 어엿한 기사가 된다.

이 설명을 듣는 순간 대학원이 바로 떠올랐다. 대학원은 교수라는 그 분야의 권위자, 실력자가 있으며 연구실에는 교수에게서 가르침을 받기위한 종자인 대학원생이 있다. 대학원생이 박사 졸업을 하는 최종 관문은 자신이 연구를 주제를 교수와 박사학위 심사위원 앞에서 발표하여 내가 충분한 연구능력을 갖추었으니 박사학위를 받을 자격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증명이란 것은 앞서 말한 교수와 심사위원이 발표를 듣고 그 대학원생의 연구능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기사가 자신의 종자에게 기사작위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도 교수는 자신의 대학원에게 박사학위를 수여한다.

여기까지가 대략 5~6년 전에 생각한 내용이었다. 그 땐 아마 이렇게 생각했다. ' 와 대학원 시스템이 몇 백년 전에 있었던 서양의 시스템을 가져온 것이구나.' 최근 이 이야기에 추가할 내용이 하나 더 생겼다. 먼저 박정준 작가의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에 나온 글을 읽어보자.

길드에서 주로 10대 후반의 젊은이가 기술 좋은 장인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며 일을 배우는 도제제도가 있었다. 이들은 5~10년 정도 계약 기간 동안 노동에 종사하고, 이후 독립하여 돌아다니면서 일하는 저니(journeyman, 직인)의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마침내 정착하여 자신의 일을 하며 도제를 거느리는 마스터(master, 장인)가 된다.

나는 아마존에서 미래를 다녔다, 박정준, p11

이 글을 대학원 버전으로 각색하면... '대학원에서 주로 20대 중반의 젊은이가 연구 능력이 좋은 교수의 대학원 연구실에서 함께 생활하며 연구를 배우는 박사과정 제도가 있다. 이들은 5~10년 정도 학위 기간 동안 연구(과제)에 종사하고, 이후 졸업하여 돌아다니면서 연구하는 포닥(post doctor, 박사 후 연구원)의 단계를 거친다. 그리고 마침내 정착하여 자신의 연구를 하며 대학원생을 거느리는 교수(professor)가 된다.' 종자 생활 뿐만 아니라 독립한 이후 생활도 정말 대학원생과 판박이다. 대학이라는 기관 자체가 서양에서 건너온 것이니 이렇게 비유되는게 당연하다고 볼 수 있겠지만 이 시스템이 몇 백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유지되고 먼 곳인 한국에서 행해지고 있다는게 사뭇 신기하다.


제 블로그에서 가져온 글입니다.

https://blog.naver.com/zerothis0/22153498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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