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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사키 -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
에릭 파이 지음, 백선희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시무라 씨, 이 여자는 당신 집에서 당신 모르게 일 년 가까이
살았다는 걸 말씀드려야겠군요." 이 내용이 책을 읽기전부터
내 눈을 사로잡는다. 과연 어떠한 여자이길래, 어떠한 사연을
갖고있길래 다른 사람의 집에서 1년 가까이 살았을까,
단조로우면서 은은한 표지도 마음에 든다. 그 여자가 표지속의
여자일까? 하는 생각도 하면서 2010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 수상작이라는 글귀에 또 한번 눈이 가는 책이었다.
이 소설은 여러 신문에 보도된 한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쓰여졌다고 한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실화소설이었다.
시무라 고보라는 56세의 한 독신남, 평범한 회사생활과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그런 그에게 어느날 미세한 기류가 포착된것이다.
부엌에서 음식물이 사라지는 걸 알게되고, 그는 대체 누구의 소행
인지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게된다. 그런데 전혀 알지도 못했던
한 중년의 여성이 자신이 없는 동안 자신의 집에 있는걸
확인한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여자가 그곳에서 지내는걸
어떻게, 언제, 어떠한 식으로 발각이 될까? 나름 흥미진진한
부분일거라 생각했었는데, 부엌에 카메라를 설치함으로써
여자는 쉽게 발각이된다. 이왕 어느정도 사실이 아닌 부분이
가미된거라면 조금더 극적이게 여자가 나타났더라면 읽는
재미가 더해졌을것 같다는 그런 아쉬움이 약간 남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58세의 그 여성, 그녀는 삶이 안쓰러웠다. 어린나이 16살에
교통사고로 부모님은 잃고 친척집에서 자라다가, 나이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이웃들 보기가 부끄러워 자신이 살던 지역을
벗어나게 된다. 그렇게해서 그녀의 노숙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의 집, 그 남자가 문을 잠그지 않고 다닌다는걸 알고 그녀는
그 남자의 집으로 들어가게된다. 벽장속에 숨어 살면서, 그녀는
다시 안락함을 느끼고, 그가 없을땐 잠시 나와서 햇살을 받는게
녀의 유일한 즐거움이었다. 그런데 끝에 알고보니 그 남자의 집이 그녀가
어릴적에 살았던 자신의 집, 자신의 방이었던 것을 알고나선,
아,, 정말 저럴수도 있을까,, 뭔가모를 우울한 기분이 밀려오면서
그녀의 기분을 조금은 이해할수 있을것만 같았다.
자신의 집에서 전혀 모르는 사람과 1년 가까이 함께 있었다는
걸 알게되는 순간,, 어떠한 기분일까? 왠지 지금이라도 나도
벽장문을 열어봐야겠다는 ?? ^^
전반적으로 빠르게 읽어내려갈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나서 뭔가가 아쉬운 마음을 지울수가 없었다.
'원자폭탄의 폐허를 딛고 힘겹게 살아난 잿빛 도시, 나가사키'
책 띠지에 적힌 내용이 마음에 들어 어떠한 내용이 실려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해 했던 책이었고, 한 여자가 모르는 남자의 집에서
일 년 가까이 벽장속에서 살았다는걸 알았을땐, 그 여자가
뭐 어떤, 원자폭탄 폐허속에 살아난 그러한 여자였을까? 하는
생각도 혼자해봤었는데, 생각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