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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미야 형제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2월
평점 :
줄거리
변호사이자 지역에서 존경받는 인사였던 아버지, 마미야 다츠오. 그런 아버지 옆에서 강하고 조용한 의지로 집안을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일본여인, 어머니 마미야 준코. 이들의 두 아들...유복하고 단란한 가정에서 성장하였지만, 초등학교때부터 줄곧 동성은 물론 이성에게도 멸시 아님 무시를 받는 존재들. 형, 마미야 아키노부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변호사시험을 준비하기도 하였지만 양조회사에 취직, 언제나 (지나치게)깔끔한 가르마와 흰와이셔츠, 마른몸을 꽉 졸라멘 허리띠의 모습을 하고 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웅얼거리는 어조로 조그맣게 중얼거리듯 말하는 나약한 범생이의 전형. 지나치게 타인을 의식하는 탓에 자신을 버리는 타입, 간혹 '타인을 전혀 꺼리지 않는 듯 사는 세상사람들'이 '무례'하다고 분개하지만, 고요한 마음속 외침일뿐. 그가 저지르는 유일한 '무례'가 있다면 겐타씨와 한 잔 한날 혀꼬인 발음으로 소리지르면 집으로 들어오는 정도...동생, 마미야 테츠노부는 귀여운 어린애 얼굴을 하고 평생 자신과 절대 어울리지않는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동경하는 것처럼, 늘 자기에게 없는 것을 동경하고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여 누구에게도 자신을 그대로 드러내지 못한채 '이상한 사람'이 되어버리는 타입. 그래도 마음속에 남자다움이랄까, 열정은 있기에 형보다는 그래도 나음.
서른이 넘도록 연애한번 못해본, 소프랜드에서 겨우 동정을 땐, 불행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나름, 스포츠 중계에 열광하고, 독서에 열중하고, 영화 감상, 음악 감상, 직소 퍼즐, 비디오 게임, 각종 모형 만들기, 저녁 외식을 겸한 산책까지……이들 형제에게도 하루하루 소소한 즐거움이 있다. 게다가 사랑받지 못하는 그들의 삶에 적당히 타협하고 그들에게 주어진 소소한 즐거움에 '만족'하는 법까지 터득하여 '안정'되고 조용한 삶을 누리기까지...이런 그들에게 (형보다는 열정이 살아아있고, 변화를 만들려는 동생 테츠노부의 시도로) 여름날 시작된 '카레파티'가 고타츠 안에 발을 넣는 겨울까지 혼마 나오미, 혼마 유미, 요리코, 오오카키 사오리, 이들과 얽힌 남자들...그들과의 관계, 사건들, 감정들...로 '겪정적인' 한때를 격는다. 그.리.고 남은건 역시 이들 마미야 형제뿐...
감상
여름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았다. 6월 더위를 느끼기 시작하는 이 시점과 일치하는 탓인지,(아님, 나도 이들 형제처럼 대자리 위에서 조용히 누워.. 뜨거운 공기 속에서 땀을 흘리다가..간간히 불어오는 실바람에 시원함을 느끼는... 조용하고 끈적거리는 여름을 좋아하는 탓일수도...) 어쨋든 편안하면서도 쉽게 책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차근히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마미야 형제들의 '인간탐구'에 빠져들었다. 소설의 이야기는 밋밋하니 그렇다..작가도 이런 밋밋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밋밋한 이야기를 통해 이들 형제를 말하고 싶었던거 아닐까.. 그리고 이들 형제의 삶을 '그래 소박하지만, 지루하지만, 그래도 조용하고 평온한 그것'으로 그려내고 싶었던 것이 아니라 '조용하고 안정되게 사는 비겁한 삶이 얼마나 비참한것'인지 세상을 사는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었던거 아닐까..'고인물 속의 미생물'처럼..아가사크리스티는 미스 마플이라는 탐정을 통해 미스 마플이 일생동안 살아온 조용한 시골마을을 이렇게 비유하며 그 고인물 속에도 세상의 하루가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말했다. 그래 그치만 고인물이다. 아무리 밝게 빛나도 정체되어있고 썩어가고 있는 고인물...변화를 두려워하고 상처를 염려하는 그런 자세로는 아무리 '이런 삶도 나름 만족스러워'라고 허세를 부리고 자신을 기만해도 결국, 본인은 안다... 나는 행복하지 않다....특히, 마미야 아키노부..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정도면 공부를 꽤 했겟지..그런 탓인가(그런거 있잖은가..지식인의 나약함,허영심 그딴것들)..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자신을 세울 꺼리마져 부서지기 전에 자신을 보호하려고 먼저 타협햇다. 동생과 사는 지루한 인생을 나름 만족한다며...제발 이대로 살아가길 바란다며... 그래도.. 사랑이... 고프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혼자 조용히 짝사랑을 즐기고 자신이 동경하는,그리고 자신의 장점을 인정해 주는 회사 선배가 술한잔 하자면 언제나 오케이다. 심지어 그 좋아하는 야구중계를 포기할 만큼..나에게 손내밀어 주는 그가 감사하고 고맙다...그치만 그 이상의 시도는 두렵다. 테츠노부가 이 조요하고 안정된 삶을 깨고 나가는 것도(정말 혼자되는 것이지) 두렵다.. 그러 고인물로 영원히 조용히 살고 싶다고 말한다... 내가...
아마 테츠노부는 결국 짝을 만날 것이다. 자신을 자꾸 다른 것으로 꾸며내려는 습성땜에 첫인상은 좋지 않지만, 가까이 지내는 편안한 사람 중에서 누군가가 솔직해진 그를 만나게 될테고 좋하하게 될테니...그렇지않더라도 그의 그 열정으로(한눈에 누군가에게 그렇게 깊이 빠져들수 있는 열정은 쉽지 않은 것이지^^) 누군가는 감동하여 그의 짝이 되어 줄 것이다. 그를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어린애 같은 얼굴로 거친 남자인양하는 태도도 우스울테고 그 터무니없는 열정도 웃게한다. 그치만 아키노부는..답답하다...가슴이 ...그는 그냥 평생 그렇게 혼자 조용히 살아갈 것 같다. 아니 그는 이미 죽어가고 있다. 그는 마직막까지 조용히 죽어갈 것 같다.
작가 : 에쿠니 카오리1964년 동경에서 태어나 미국 델라웨어 대학을 졸업하고 1989년 로 페미나 상을 받았다. 동화적 작품에서 연애소설, 에세이까지 폭넓은 집필 활동을 해나가면서 언제나 참신한 감각과 세련미를 겸비한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다. <반짝 반짝 빛나는>(1992)으로 무라사키시키부 문학상 수상했으며, <나의 작은 새>(1998)로 로보우노이시 문학상을 받았고, 그 외 저서로, <제비꽃 설탕 절임>, <장미나무 비파나무 영 몽 나무>, <수박 향기>, <모모코>, <웨하스 의자> 등이 있다.
<냉정과 열정사이, 로소>와 <반짝 반짝 빛나는>으로 이미 한국 독자들을 사로잡은 바 있는 에쿠니 가오리는 ‘여자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요시모토 바나나, 야마다 에이미와 함께 일본의 3대 여류작가로 불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