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헌이 서날쇠에게 '격서'를 부탁할때, 대화 :

- 조정의 막중대사를 대장장이에게 맡기시렵니까?

- 민망한 일이다. 하지만 성이 위태로우니 충절에 귀천이 있겠느냐?

- 먹고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는 귀천이 있었소이다.

 

김상헌은 임금의 뒤를 따라 남한산성으로 들어가면서, '얼음길을 안내해준 뱃사공'을 베고 온 사람..내일 날이 추워 얼음이 얼면, 뱃사공의 죽음이 헛될것이고, 날이 풀려 얼음길이 요긴하다면 사공의 죽음으로 적의 공격이 늦춰질 것인데(공격이 불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여이 사공을 베고 성으로 들어가는 김상헌.... 현실적 선택이라고 동의할 수도 없었고, 합리적 판단이라고 수긍할 수도 없었다..

그런 김상헌이 대장장이 서날쇠에게 '나랏일'을 논하여 충의를 요구할때.. 서날쇠의 군더더기 없는 진실한 대답... '먹고,살며, 가두고, 때리는 일'에 귀천을 나누더니, 나라가 위급할때 목숨은 공평하게 내놓으라는 말이냐...

 김상헌이 측은지심을 가진 선량한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그의 행태에 '반감'이 생기는 것은 지금 정치하는 자들이 하는 그것과 다름이 없어서다... 개인의 선량함이나 인성을 떠나서, '정치하는 자'들이 되고 보면, 개인적으로는 대상을 계급에 따라, 직분에 따라 '분별'을 취하고 그로인해 혜택을 받길 바라면서, '정치인'이라는 측면에서는 대상을 '국민'이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대하며 '국민의 헌신'을 요구하는 행태.. 그리고 그 이중성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자기 합리화-그들의 '명분쌓기'에 큰 반감이 생기는 것이다.

 94년이던가.. IMF위기때 나라의 위기를 가림없이 모두 '금모으기'를 해서 극복해 냈더니, 빚청산한 나라의 혜택은 '분별'하여 누리고 있는 지금.. 분별하여 가지지 못하는 자로 구분되어서인지..씁씁할고 화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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