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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검다리 교육감 - 곽노현의 교육혁신 701일
곽노현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곽노현이라는 인물은 교육대학교를 다니면서 교육에 대해 관심이 생겼을 무렵 들었던 이름이다. 최초의 진보교육감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체벌을 금지시키고 무상급식을 추진하는 등 그 당시만 하더라도 매우 ‘Hot’한 행보를 걸어왔던 지라, 흥미로운 인물로 기억하고 있었다. 등장이 Hot했던 만큼 퇴장 또한 파격적이였다. 이른바 ‘사후매수’라는 판결을 받아 교육감직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진보가 무엇이고 보수가 무엇인지 정치적 구분은 이제 어렴풋이 한다고 생각하지만, 교육적 부분에서 진보와 보수란 무엇일까? 그리고 곽노현이라는 인물의 등장이 우리 교육계의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이유는 무엇일까?가 궁금하여 「징검다리 교육감」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의 총 4부분으로 구성되어있다.
1부. <내가 물려받은 공교육>, 2부 <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하여>, 3부 <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하여>, 4부 <성찰과 제언> 이렇게 크게 4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교육감을 재직하면서 행했던 정책들과 그 연유에 대해 세세하게 풀어놓았기 때문에 읽으면서 많은 이해를 할 수가 있었다.
1부.<내가 물려받은 공교육>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이 바라보는 한국 교육 현장에 대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는 현재의 상황을 ‘오체불만족 공교육’이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PISA에서 1등을 차지하면서 허울은 좋지만, 실제로 아이들의 행복만족도는 가장 바닥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 인성을 키워야 하고 남과 협력해야 한다고 말하지만 실제로 학교에서는 남과의 경쟁 하여 이기라고 강요하는 일선 교육 현장의 모습, 그리고 부드럽고 유연해야 하는 학교가 어떤 조직보다 딱딱한 관료제의 모습을 띄고 있으며 그런 톱니바퀴가 교실까지 뻗어있는 현상까지.. 곽노현 교육감이 행했던 정책들의 시발점은 다 이런 학교 현장의 구조적인 상황에서 찾을 수가 있었다. 그런 내용과 곽노현 교육감의 생각들이 1부에 담겨 있다.
2부 <공교육의 새 표준을 향하여>에서는 곽노현표 교육정책이라는 타이틀로 여태까지와는 색다른 곽노현 교육감이 행했던 교육정책들과 그 진의들이 담겨 있다. 곽노현 교육감하면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체벌금지와 친환경무상급식을 추진했었던 이유, 그리고 문∙예∙체 교육, 방과후학교, 선행학습 등등 일선 학교에서 행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본인은 현재 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으로써 2장이 가장 인상적이였다. 실제로 현장에서 마주하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담겨져 나와,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체벌금지’에 대한 곽노현 교육감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거리를 제공했다. 아이들을 지도하다 보면 체벌이 필요성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내가 너희들을 강하게 훈육할 수 있다.’라는 경고의 표시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이 좀 더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어느정도의 체벌은 찬성하는편이다. 하지만 ‘체벌금지’편을 읽은 다음 드는 생각은 체벌금지를 하는 것이 교육적인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 현장에서 체벌을 금지하는 이유는 ‘폭력의 무감각성을 방지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선생님이 학생을 때리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런 장면에서 아이들은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게 된다. 이 자체가 폭력에 무감각해지게 하는 것이고, 이는 ‘힘이 센 사람이 힘이 약한 사람을 때릴 수 있다’라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런 사고가 학교 폭력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체벌금지’라는 정책 뒤에 이러한 사고까지 숨어있는 줄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켰던 부분이다.
3부 <교육행정의 새 표준을 향하여>에서는 곽노현표 교육행정이라는 타이틀로 구성되어 있다. 관료제를 지양하고 ‘거버넌스’를 지향하려는 곽노현 교육감. 그리고 500인1000인 원탁회의로써 많은 이들의 의견을 들으려고 했던 장면들이 인상적이였다. 교육감이 이런 일들까지 하는 구나~라는 정도로 신기해 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4부 <성찰과 제언>에서는 곽노현 교육감이 스스로 적어보는 수양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이 미리 알았으면 했던 것, 몰라서 아쉬운 것, 다음 사람은 꼭 했으면 하는 것등을 50쪽 정도로 간략하게 담아내고 있다.
선거가 정말 코앞으로 다가왔다. 특히나 이번 교육감 선거는 교육감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던 고승덕 후보의 SNS스캔들이 일어나면서 사태가 예상할 수 없는 국면에 빠지고 있다. 간략하게 말해서 보수 문용린 vs 진보 조희연이라고 정리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징검다리 교육감」은 진보쪽 사람들이 어떤 마인드로 정책을 계획하고 집행하려고 하는지에 대한 아웃라인을 잡아 줄 수 있어 생각을 넓혀주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2장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교육현장의 문제들에 대해 교육감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너무나 좋은 시간이었다. 나의 교육철학의 깊이가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고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였고, 좋은 선배의 조언을 옆에서 듣는 느낌이 들었다. 그로 인해 나의 교육에 대한 성숙도가 조금은 올라가지 않았나 생각하면서 글을 마친다.
20년 후 우리 사회는 지금의 학교 교실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적어도 공교육에서만큼은 경쟁과 효율의 논리가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 소통과 배려, 존중의 문화가 자리 잡게 해야 한다. 학교에서는 누구도 주눅 들거나 소외당하지 않아야 한다. 가정형편이나 지역의 사회경제적 차이와 무관하게 모든 아이가 즐겁게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인성 없는 교육에서 벗어날 수 있는 최소한의 조건이다. 할 수만 있다면 거기에서 더 나아가 공교육이 사회적 격차를 줄이고 희망을 만들어내는 희망제작소가 되어야 한다. -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