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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의 도쿄
황보은 지음 / 하다(HadA) / 2010년 6월
평점 :
『오후 3시의 도쿄』...참으로 묘한 제목이 아닐 수 없다. 이 책을 접하게 되고 어떤 책인지 생각하면서 난 왜 굳이 '오후 3시'라는 제목을 붙였는지 궁금하였다. 그러다가 생각해낸 것은 오후3시라는 시각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리 북적거리지도 않고 , 그 곳에 있는 그 일상 그대로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간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 책은 여행지로서의 일본이 아닌 일본에서의 삶. 그 자체를 드러내줄 수 있는 책일꺼라고 생각을 정리했고 하나씩 책장을 펼치기 시작했다.
『오후 3시의 도쿄』는 삶의 2막을 시작하는 신혼부부, 황보은씨가 도쿄에서의 신혼생활을 감성적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화려한 미사여구나, 구구절절한 표현 대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수수하게 써내려가면서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들을 아름다운 사진으로 소복히 채워넣은 그러한 책이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이 없더라도 짧막짧막하게 읽을 수 있었고, 특히 풍부한 사진과 가독성을 생각한 글씨로 인하여 수업시작하기 10분전이라든지, 짧은 거리를 이동하면서도 가볍게 읽으면서 같이 일본을 느끼며 웃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에피소드만 있는것이 아니라 일본 사람들에게 금붕어는 매우 정서적인 의미가 깃들어있으며 '여름'으로 기억된다는 점, 그리고 여탕에 마음대로 들락날락하는 남자 수리공에 대한 문화의 차이 등을 알 수 있었으며, '여행&삶에 대한 작가의 시선'을 느끼며 한번 더 내 생각과 비교할 수 있어서 좋았다.
하지만 이젠 긴장을 풀고 잘 몰라도 솔직하게 , 완벽하게 동선을 알지 못해 같이 헤매더라도 내가 지겹지 않은, 안내보다는 여행을 같이 하고 싶다. ''짜잔''하고 보여주기 보다는 같이 ''와우''를 외치고 싶다. -p140-
항상 어떤 곳을 남과 같이 가려면 내가 먼저 확실히 이해하고 소개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는 나에게는 하나의 신선한 충격이였다.
여행은 항상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준다. 그것을 직접 보든 아니면 간접적으로 체험하든 말이다.
나는 여행관련 서적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것을 보면 답답하게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 그것이 두시간이건 세시간이건 작가와 함께 멀리 멀리 광활한 대지로 떠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책 역시 그러했다. 비록 2시간의 짧은 여행이지만 일본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비록 가격이 조금 비싸긴 하지만 멋진 그림들로 가득채워져 있기에 지불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