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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기 1장과 고대 근동 우주론
존 H. 월튼 지음, 강성열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7년 3월
평점 :
나는 평소에 창세기 1장을 과학적으로 분석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아닌지 검토하는 것보다, 그 당시 사람들의 창조에 관한 인식, 설화, 신화에 관심이 많았다. 교회에선 들어보지 못한 것이며 들어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어릴땐 창조를 문자 그대로의 사실처럼 받아들였지만 점점 커가면서 신화나 상징으로 생각하게 되었는데, 나는 성경의 모든 구절들이 상징과 같단 생각을 한다.
여튼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성경을 진리로 여겨서 그런지 신화나 설화는 지어낸 이야기라며 비교를 거부한다. 그래서 고대 우주론이나 신화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신화가 가짜이고 인간이 지어낸 이야기라 하기엔 성경과 유사한 지점이 너무 많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성경이 고대 근동 우주론을 베낀 것이 아니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는데 그저 성경만이 진리라고 외치는 것은 편협한 태도가 아닌가 싶다.
설사 성경이 그 당시 근동 우주론과 비슷할 지라도 성경은 하나님의 영으로 기록된 것이기에 그들의 기록과는 다르다고 막연히 생각하고 넘기는데, 나는 성경이 진리라면 어떤 것과 비교하더라도 진리가 빛바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탁월함이 드러나야 진정한 진리가 아닐까?
이 책은 창세기 1장이 어떤 점에서 고대 근동 우주론과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다른지 알려준다. 표로 정리한 것이 있어 한 번 봤을 때 쉽게 이해하긴 어렵지만 더 자세하고 확실한 비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겐 유용할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현대의 사고에서 창세기 1장을 읽을 때의 오류를 바로 잡아준다. 그 오류란 서론에서부터 반복적으로 지적하는데, 현대인은 창세기 1장을 물질적인 창조로 보는 해석들을 하지만, 고대인에겐 물질적인 창조보다는 기능과 질서를 신이 정했다는 것이 더 중요 했다는 것이다. 성경 또한 하나님의 영으로 기록되었다지만 고대인들이 쓴 것이기에 그들의 사고를 넘어서는 기록은 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고대 근동 사람들이 보기에 익숙하면서도 독특한 지점을 드러내어 하나님이 하나님인 줄 알게 하려고 하심이 아닐까.
하나님은 태초에 빛을 창조하신 것은 물리적인 빛이 아니라 시간이라는 개념을 창조하셨다는 것, 고대 근동 우주론과 유사하다. 6일을 창조하시고 7일째 안식을 취함으로 창조를 완성하셨다는 것 또한 6일간의 창조에서 신이 머물 신전을 건설했다는 점에서 유사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모든 인간을 대표하는 아담을-어떤 특수한 계층만 신을 닮은 것이 아니라 모든 인간에게 동일하게- 신의 형상대로 만드셨고, 창조한 것들을 인간을 '위해' 만드셨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인들은 하나님과의 언약에 충실해야 했지만, 신의 목적을 위한 절대 복종의 노예가 아니라 인간에게 복을 주기 위한 거였다는 점에서 다르다.
그리고 어떤 건물, 어떤 지역이 아닌 우주 전체를 신이 머무는 신전으로 보았다는 점에서도 다르다고 언급하지만 이 부분은 크게 와 닿진 않았다.
이 책의 1,2,3장은 고대근동우주론에 대한 설명이다. 쉽게 읽히는 구간은 아니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개념들이 수도 없이 나오고, 히브리어, 셈족어, 등등 어려운 말들이 나와서 집중하기가 쉽지 않은데, 3장 끝부분에 다행히(!) 결론과 요약이 있어 그 부분만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면 4장부터 본격적으로 창세기 1장에 관한 내용을 이해하기에 어렵진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이 책을 볼 예정이라면
1. 서론과 3장 끝의 요약을 먼저 읽고
2. 4장-5장 결론까지 읽고
3. 더 자세히 알고 싶을 땐 다시 앞으로 돌아가 1-3장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