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쫄지 마, 형사절차! - 민변 변호사들이 쓴 수사·재판 완전정복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지음 / 사람생각 / 200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살다보면, 괜히 주눅들어서 정작 했어야 하는 말이 있는데도 못하고 시키는 사람말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내가 아는게 없어서 일때도 있고, 나도 좀 알기는 알기는 나보다는 상대방이 더 많이 뭔가를 아는 것 같을 때, 주눅들어서 또는 뭔 일 큰 일은 없겠지 싶은 마음에 시키는대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러다 내가 아 그 때 이말을 했어야 하는데, 내가 그 때 이런 행동을 했어야 하는데 하면서 괜히 땅치면서 후회하는 경우가 있다. 역시 아는게 힘이다라는 것을 뒤늦게나마 절감하는 것이다.
그나마 주변에 잘 모르면 도움을 구할만한, 게다가 왠만큼 전문지식을 갖추고 있거나 체험에서 우러난 지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왠지 큰 힘이 된다. 물론 그렇게 물어볼만한 사람이라고해서 물어보고 답을 받아야 할 바로 그 상황에서 곧바로 아주 도움이될만한 대답을 해주지 못하고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만 해주는데 그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니 역시 살다보면 닥칠 상황에 대해서는 각자가 틈틈히 상식정도의 지식은 갖추어두는게 유리하다.
'쫄지마, 형사절차'는 언제 써먹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나 자신이든, 아니면 친구이든, 아니면 직장의 아는 사람이든 누군가는 경찰과 검사와 마주칠 수 있는 상황에서 쫄지 않을 상식을 가르쳐주고 있다.
지난 여름즈음인가, 한겨레21이라는 주간지에 변호사들이 경찰 수사를 받는 시민들이 알아야 할 지식들을 모아 책을 낸다는 기사를 본적이 있다. 몇 가지 핵심내용들도 소개하는 기사였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면, 2년전인가 3년전인가, 금태섭 이라는 한 검사가 일간지에 검찰수사 받는 시민(피의자)이 알면 좋은 것들을 기고했다가 중단된 일이 있었다. 정확치는 않지만, 3~4회 정도 연재될 기사였는데, 1회만 연재되고 중단되었다. 지금은 변호사가 된 금 검사가 스스로 그만둔게 아니라 검찰조직이 '아니 검찰 수사받을 때 묵비권 행사하고, 어쩌고 하는 것을 가르쳐주면 어떡하냐'고 '그런 기사는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기사이고, 그것을 검사가 쓰는게 말이되냐'고 난리가 아니었다고 한다.
근데 그게 무슨 대단한 천기를 누설한 것인가. 형사소송법이나 뭐니 하는 법률에 적힌 것을 어렵지 않게 설명하고 해설한 것뿐인데, 왜 그리 난리였을까?
나쁜 권력, 나쁜 통치자일 수록 국민들이 많이 아는 것을 싫어한다.
진시황이 당대에 있던 수많은 책들을 불태우려했던 것도 그런 것이고, 히틀러가 방송을 정치선전의 도구로 장악해버렸던 것도 그렇다. 한국에서도 독재정부라고 비판받는 정부가 항상 방송과 언론을 장악하려하는 것도 국민들이 뭔가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 많이 알면 알수록 정부에 부담된다고 보기때문이었을 것이다.
'쫄지마, 형사절차'도 경찰관이나 검사의 입장에서는 별로 국민들이 많이 알기를 바라는 것은 아닌 내용을 담고 있다. 나만 알고, 너네는 알지마. 너마저 알면 괜히 내가 피곤해져. 하는 마음을 가진 경찰과 검사 입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자, 그럴 수록 이 책의 가치는 더 빛난다. '왜 너네는 아는데 나는 알면 안되는거야? 나도 알아서, 너네하고 마주쳤을 때 당당하게 이야기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