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산 - 김훈 장편소설
김훈 지음 / 학고재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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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김훈 선생께서 2011년에 내신 장편소설이지요.
김훈 선생의 소설이나 산문집을 몇 권읽은 적 있으나, 이 소설이 있는줄 안 것은, 올해 초 개봉한 영화 <자산어보>가 계기가 된 듯합니다.
영화가 개봉된 후 몇몇 페친 분들의 글에 이 소설이 소개된 바 있어서, 언제 한 번 읽어야지 했는데, 이번에 읽게되었습니다.
영화 <자산어보>에서는 정약전 선생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이 책은 정약전 선생의 조카사위이자 천주교 신자의 핵심인물로 체포되어 사형당한 황사영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 듯 합니다.
그만큼 18세기 중후반 조선에서 천주교를 믿는 이들의 탄생과 그들에 대한 탄압, 그리고 이 두 가지의 배경이 된 도탄에 빠진 사회상(상하를 가리지 않고 벌어진 관리들의 가렴주구)을 다시 한 번 절감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특히나 다음과 같은, 소설에서 천주교인이 된 조선의 백성들이 읊은 기도문은 가렴주구와 백성들의 절망적 상태를 잘 보여주는 듯합니다.
"주여 우리를 매 맞아 죽지 않게 하옵소서. 주여 우리를 굶어 죽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소설의 중요 인물인 황사영이 사형을 당한 장소는 이렇게 묘사됩니다.
"서소문 밖 사형장은 도성에서 가까웠다. 인왕산과 안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마포 쪽 한강에 닿는 언저리에 미나리꽝이 펼쳐졌다. 물고랑이 크지는 않았으나 서해의 밀물과 썰물이 거기까지 밀려와서 물가는 갯벌로 질척거리며 짠내를 풍겼고....사형수를 싣고 가는 소달구지는 서소문으로 도성을 빠져 나와 난전을 이룬 민촌을 지나 형장으로 갔다."
이 장소는 제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바로 근처인 서소문 밖 서울서소문역사공원이 있는 바로 그 자리,
즉, 무악재에서 흘러 서울역과 용산역 뒤편을 거쳐 한강으로 흘러드는 <만초천>의 상류이거나, <만초천>이 한강과 만나는 지점인 지금의 원효대교 근처같습니다.
앞으로 그 곳을 지날 때마다 이 소설이 생각날 듯합니다.
그 외에 인상적인 몇 구절만 인용해보자면,
"창대는 섬에서 태어나서, 서너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고요히 들여다보아서 사물의 속을 아는 자였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깊이 생각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이겠지요)
"이 세상에는 가보지 않은 길이 더 많을 터인데 가보지 않은 길이 가보지 않은 자리에 그렇게 뻗어 있을 것인지가 마노리는 늘 궁금했다..."
(이 책의 메시지와는 좀 동떨어지겠으나, 개인적으로 근래에 자전거타기에 심취해 있는 입장에서, 이 구절이 자전거타기 전의 심정에 가까운 듯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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