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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 청소년, 인문학에 질문을 던지다 ㅣ 꿈결 청소년 교양서 시리즈 꿈의 비행 1
김경집 외 지음 / 꿈결 / 2012년 3월
평점 :
최근 들어 인문학 서적을 읽을 기회가 많아졌다.
인문학이라고 하면 왠지 어렵고 지루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의 나이가 되어 다시 접해보니 인문학의 매력이 무엇인지 조금씩 알 것 같다.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는 국립 어린이청소년 도서관에서 사회 저명인사 8인을 초청하여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연을 책으로 펴낸 것이다.
철학자, 소설가, 과학자, 예술가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나와서 다양한 주제로 인문학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쓴 인문학책이다 보니 강연자나 책을 편집한 이나 이해하기 쉽게 풀어쓰려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쉽게 쓰인 책이지만, 읽는 동안 곰곰이 생각하고 되새겨 보아야 할 내용이 많았다. 인문학을 많이 접해 보지 않은 성인들의 인문학 입문서로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우선 책의 여덟 가지 주제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윤리 -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2. 문학 - 문학소녀 or 문학청년에서 벗어나라(창의적인 글쓰기)
3. 서양철학 - 아리스토텔레스, 플라톤에게 진리를 묻다
4. 과학 - 소녀시대 윤아는 왜 예쁠까?
5. 역사 - 대한민국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6. 동양철학 - 맹자(孟子)를 아십니까?
7. 롤모델 - 삶의 고통을 아름답게 승화시킨 사람들
8. 예술 - 클래식 음악, 어렵지 않아요
첫 번째 주제이자 책의 제목이기도 한 '거북이는 왜 달리기 경주를 했을까?' 는 윤리와 정의를 강의한 내용이다.
우선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의문을 가져보자.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했던 이 이야기의 교훈은 '느려도 포기하고 않고 꾸준히 노력하면 성공한다'이다.
토끼는 뭍에서 사는 동물이고 거북이는 뭍과 물에서 다 살 수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거북이는 뭍에서는 빨리 달리지 못한다.
이런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가 과연 정정당당한 경기가 될 수 있을까? 왜 우리는 이 경기가 부당하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일까?
이 경주가 부당한 이유는 거북이의 불행을 전제로 한 경주이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의 문제는 집단따돌림에 대한 문제까지 나아간다.
타인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 것만이 가해자가 아니다. '나는 가해자가 아니니까'라며 왕따를 방관하는 것, 방관자도 가해자가 된다.
소수 학생의 불행을 담보로 누리는 평화는 불의이다.
정의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직접 실천할 수 있는 정의는 바로 왕따에 동조하지 않는 것이다.
이제, 다시 이야기를 뒤집어 생각해보자. 거북이에게는 아무런 잘못이 없을까?
거북이는 상대방의 약점(여기서는 토끼의 낮잠)을 이용하여 승리하였다. 이것은 정당한 페어플레이라고 볼 수 없다.
정의는 약자든 강자든 공정하게 사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윤리와 도덕이며, 사회적 연대가 된다.
네 번째 주제인 '윤아는 왜 예쁠까?' 는 과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종족 번식이나 생존에 유리할수록 아름답게 느껴지도록 진화하였다는 주장이다.
만일 윤아 같은 외모가 생존에 불리하였다면 예쁘다고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살아가면서 동물원에 갈 때 외에 뱀과 단둘이 맞닥뜨릴 확률이 일생에 몇 번이나 되겠는가?
그러나 먼 옛날 사바나 시절의 생존본능이 현대까지 이어져 왔기 때문에, 아직도 사람들은 뱀이나 맹수, 높은 곳, 밀폐된 곳을 무서워한다.
이단(異端)이라는 말은 사상이나 학설이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것과 다른 견해를 밝히는 것이다.
천동설을 믿던 시절에는 지동설이 이단이었다. 적서차별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조선 시대에 홍길동의 저자 허균의 평등사상은 결국 반란계획으로 이어져 처형당하고 만다.
이쯤에서 우리는 이단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것은 그 사상의 불합리성이 아니라 '그 사상을 지지하는 사람의 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인문학이라는 것은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니다.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어떤 생각에 대해 "왜"라는 질문이 가능하다.
여기서는 몇 가지만 예로 들었지만, 우리의 삶에서 모든 부분에 인문학적 사고가 가능하다.
이 책을 읽고 국립 어린이청소년 도서관 홈페이지(http://www.nlcy.go.kr)에 들어가 보았더니 4월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문학 강좌가 있었다.
앞으로 있을 강연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5월 19일(토) - 살아남은 동물들의 비밀,
6월 16일(토) - 청소년을 위한 라이벌 세계사,
7월 21일(토) - 영화 읽기와 글쓰기
8월 17일(금) - S라인을 꿈꾸는 청춘에게
9월 15일(토) - 논어, 사람의 길을 열다
10월 20일(토) - 청소년, 철학 하라
11월 17일(토) - 괴테의 젊은 베르터의 슬픔
12월 8일(토) - 과학자의 서재
중고등학생이라면 신청해서 꼭 직접 강연을 들어 보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착순 100명이니 마음이 끌리면 서둘러 신청해보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