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엔 형만 있고 나는 없다 푸른숲 새싹 도서관 1
김향이 글, 이덕화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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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만 읽어도 어떤 동화책인지 짐작이 가는 책이다.

둘 이상의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하는 고민, 형은 엄마가 동생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고, 동생은 엄마가 형을 더 사랑한다고 생각하는 고민을 아이들의 눈에서 풀어내고 있다.



주인공인 민재에게는 선재라는 형이 있다.

형은 공부를 잘하지만, 입이 짧아 가리는 것도 많고 몸이 약하다.

동생인 민재는 공부 빼고 다 잘하는 아이다. 오늘은 학원에서 수학 문제를 틀려와서 속상한데 이까지 아프다.

그런데도 엄마는 "양치질하고 진통제 먹어봐라"라는 말 뿐, 입맛이 까다로운 형 선재를 위해 닭 다리 튀김을 만들기에 바빠서 민재를 속상하게 만든다.

민재는 형만 예뻐하는 엄마에게 심통이 나지만 외할머니와 통화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통해 자신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고 기분이 좋아진다는 내용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 또한 자녀를 키우는 부모이지만, 계속 엄마보다 민재에게 더 감정 이입이 많이 되었던 것 같다.



사실 외할머니와의 통화에서 엄마의 마음을 살짝 엿볼 수 있다. 


"민재가 잔정도 많고 속도 깊어요. 몸이 약한 형 때문에 늘 뒷전이라도 제 일 제가 알아서 하니까 공부 빼고는 나무랄 게 없어요"


이 말을 뒤집어 보면 형만 위하는 엄마 때문에 속상한 민재에게 '착한 아이'라는 이름표를 달아주면서 달래준다.

"넌 착한 아이니까 뒷전이라도 괜찮지? 넌 건강하고 형은 약하니까, 넌 동생이잖아." 라고 합리화하는 마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은 없지만, 덜 아픈 손가락, 더 아픈 손가락은 있다는 것이 요즘 드는 생각이다.

만일 민재가 아닌 몸이 약한 형이 이가 아프다고 했다면 민재 엄마는 당장 병원으로 달려갔을 것 같다.

반찬 투정하는 것이 형이 아니라 동생이었다면? 그래도 형처럼 신경 써서 반찬을 만들어 주었을까?



따지고 보면 민재 엄마도 무조건 형만 사랑하고 동생을 미워하는 것은 아니다.

이가 아픈 민재를 위해 죽을 끓여오고 "오늘은 늦었으니 내일 치과에 가자"고 말한다.


문제는 형을 위해 닭 다리 튀김을 만드느라 시간이 늦어져 바로 치과에 가지 못한 것, 형과 닭 다리 튀김을 다 먹고 난 후에 죽을 갖다 주었다는 점이다.



"민재야, 그것 봐, 엄마는 너도 형이랑 똑같이 사랑하셔"


라고 말해 주어야겠지만


"민재야. 사실 엄마는 형만큼은 아니지만, 너도 사랑하시기는 해."라고 말해주어야 하니 씁쓸하다.


혹시 형의 시선으로 본 이야기도 같이 나왔다면 형제의 생각과 오해를 푸는 데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 보지만, 엄마의 편애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듯하다.



나 또한 두 자녀를 키우지만, 아이들을 공평하게 대하는 게 어렵기는 하다. 

굳이 이유를 대자면 동생이 아직 많이 어리기 때문이긴 한데, 아무래도 큰 아이에게 더 양보를 요구하는 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혹시 나도 모르게 큰 아이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았나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긴 하지만 부모들이 더 마음에 새기고 읽어봐야 할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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