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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의 사람들 - 인간 악의 치료에 대한 희망 보고서, 개정판
M. 스콧 펙 지음, 윤종석 옮김 / 비전과리더십 / 2007년 8월
평점 :
이 책을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사이코패스(psychopath)' 혹은 '소시오패스'에 대한 책이다.
특이하게도 정작 이 두 단어는 책에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는다.
저자는 사이코패스인 사람을 '악의 사람' 곧, '거짓의 사람들'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책을 읽는 독자는 곧 이 단어들이 모두 같은 뜻임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소개된 사례를 보면
자살한 형 때문에 우울증에 걸린 아들에게 형이 자살할 때 사용한 총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주는 부모-그들은 왜 그것이 문제인지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
역시 우울증에 걸린 아들을 위한 의사의 조언과는 반대로만 하는 부모, 딸의 독립을 훼방 놓는 엄마의 이야기 등에서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
이 책의 경우 외에도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아픈 아이들 뒤에는 아픈 부모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부모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아이는 그 원인을 자신에게서 찾게 되며, 그래서 부정적인 자아상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악한 부모를 둔 자녀는 진짜 악한 사람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이러한 악들도 특정한 정신 질환의 형태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나아가 귀신들린 사람들에게는 치료자로서 동정을 느끼고 귀신을 쫓아내기 위해 노력하지만, 악에 속한 사람(사이코패스)은 그 자체가 악에 속한 느낌이 들어 치료자 자신도 거부감을 느끼는 모습을 보인다.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사이코패스는 사탄 그 자체인 것 같다.
평범한 보통의 사람들은 완벽한 모습을 보이는 '거짓의 사람'에게 본능적인 경계심과 혐오감을 느끼게 된다. 실제 저자 역시 그 느낌을 무시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악이 혐오감을 주는 것은 그것이 위험하기 때문이다. 악한 사람과 오래 함께 하다 보면 그 악은 반드시 사람을 오염시키거나 파괴한다.
악과 싸운다는 것은 우리 자신이 악하여질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어린 시절부터 악한 부모와 함께 한 자녀는 이런 건강한 반응 기전이 아예 파괴되어 버린다.
그렇다면 '악한 사람들'의 특징은 무엇일까?
그들은 자신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끊임없이 자신을 은폐하고 위장한다. 그들의 결함은 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죄를 인정하는 것을 거부하는 마음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속마음은 악하지만, 겉으로 선하게 보이려는 마음은 아주 강하다. 이때의 '선함'이란 악을 가리는 가식과 위선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거짓이며 그들이 '거짓의 사람들'인 이유이다.
그들은 위장의 대가들이기 때문에 그들의 악함을 꼬집어 찾아내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이러한 위장의 특성상 이들이 가장 흔히 발견되는 장소 중의 하나가 바로 교회이다. 악한 사람들은 교회가 주는 경건으로 숨어들어 가는 성향이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악한 사람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일관성이다.
그 악함이 미미할지라도 그것은 지속해서 반복된다.
그들은 자신의 악을 다른 사람에게 뒤집어씌우려는 경향을 보인다. 정신의학에서는 투사(projection)이라고 부르는 일종의 방어기제이다.
자신은 조금도 악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다른 사람들에게서는 끝없이 악을 찾아내는 것이다.
"악은 정신적 성장을 피하려고 행해지는 정치적인 힘의 구사, 즉 공개적이거나 은폐적인 압력을 통하여 자신의 의지를 다른 사람에게 부과하는 것이다." - p.133
악은 유전될까? 저자는 경험으로 그렇다고 말한다. 악이 유전자 때문인지, 자녀가 부모를 보고 배우기 때문인지, 아니면 부모에 대해 방어하려다 그렇게 되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다양한 사례에서 볼 때 유전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따라서 저자는 일련의 선택들이 쌓여서 오랜 시간 서서히 악해져 간다는 프롬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인간은 우연히, 혹은 운명적으로 악과 파트너가 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덫을 놓는 것이다. 이것은 집단 악과도 관련이 있다.
어떤 집단에 속한 것도 스스로 선택에 의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 집단이 악을 행하는 것도 결국 자신의 선택이다.
책은 특이하게도 귀신들림과 집단의 악에 대해서도 접근하고 있다.
전쟁 때 군인들이 선량한 양민을 무차별 살해하는 것, 나치의 유대인 학살, 미국의 베트남 전쟁발발도 집단의 악이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악한 이들을 질병의 하나로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일반적으로 아픈 사람들에 대해서는 동정과 연민의 감정을 가지는 데 반해, 악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분노와 혐오감, 경계심, 증오 등의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다.
절대 가볍지 않은 분량의 책이지만, 책의 몰입도는 높다. 이 책은 선과 악에 대해 분별할 수 있는 눈을 뜨게 해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