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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쉬와 헤이즐이 절대 사귀지 않는 법
크리스티나 로렌 지음, 김진아 옮김 / 파피펍 / 2022년 5월
평점 :
절판
나라와 상관없이 이성친구와의 썸은 복잡미묘한 점이 있어요 톡톡 튀고 신선한 로맨스 기대했습니다.

책을 시작하기 전, 본문의 고딕 글씨체는 등장인물이 한국어로 말하는 부분이라는 안내가 있었어요. 한국어라니? 등장인물 중에 한국인이 있나 싶었어요. 사실은 조쉬가 바로 한국인 이민 2세예요. 조쉬의 부모님은 갓 결혼해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와서 아직 한국적인 사고방식이 남아있었어요. 그걸 알고나니 더 흥미로워지더군요.
헤이즐은 대학 1학년에 간 파티에서 조쉬에게 첫눈에 반하지만 그와 사방에 토사물을 뿜어 악연이 되고 말아요. 이후로도 헤이즐은 곤란한 상황에 조쉬와 마주쳐 이건 아니다 싶었죠.
조쉬는 헤이즐이 진흙탕을 달린 후 샤워도 않고 실험실에 나타나고 채식주의를 선언 후 핫도그 많이 먹기 대회에 참가하고 남친이 바람피우자 그의 옷을 팔아치운 일 등을 잊지 못해요. 심지어 사랑니를 뽑은 후 약에 취해 그에게 보낸 엉망진창 이메일을 액자에 끼워 보관하구요. 인상적이라는 점에서 헤이즐은 최고점이었어요.
학교 교사가 된 헤이즐은 에밀리와 절친이 됩니다. 에밀리의 한국 이름은 유진이고 조쉬의 한국 이름은 지민이에요. 7년 만에 재회한 조쉬에겐 태비라는 이름의 여친이 있어요.
헤이즐은 태비와 다르다. 세상 그 누구와도 다르다. 아니, 다른 정도가 아니라 늘 조용하고 주의 깊은 내 여친, 절친들과는 극과 극인듯하다. 그래서 더더욱 헤이즐과 어울리면 재미있을 것 같다.
"하여튼 헤이즐 걔는 한편으론 왕짜증 진상이지만 한편으론 흑백의 무채색 세상에서 혼자서만 찬란한 빛깔을 가진 애지."

조쉬의 부모님은 자녀들이 한국인과 사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요. 그런 이유로 조쉬의 현 여친 태비도 부모님의 마음에 들지 않구요. 에밀리는 무미건조하게 사는 조쉬에겐 헤이즐처럼 생기발랄한 상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2년간 사귄 조쉬의 여친 태비가 바람피우는 걸 알게된 헤이즐은 약혼이라도 안 한게 다행이라며 위로해요. 내친김에 기분전환으로 함께 영화를 보러가구요. 에이리언이 인간과 싸우는 영화였죠.
영화를 즐겁게 본 후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헤이즐이 말을 꺼내요.
"내가 네 인생에 이미 한 발 들여놓은 거, 싫어? 좋아?"
조쉬는 "아직 못 정했어."라고 대답해요.

헤이즐은 조쉬에게 여친을 구해주기로, 조쉬는 헤이즐에게 남친을 찾아주기로 해요. 헤이즐은 조쉬와 함께 조쉬의 부모님을 만나러 가면서 과일바구니를 들고가요.
"명심해. 나는 언젠가 네 결혼식에서 신랑 들러리로 서서 축하 연설을 할 거거든? 그러니까 이번 만남은 절대 망치면 안 돼."
나는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의 향연이 이어졌다. 한국어로 말하는 조쉬의 섹시한 음성에 녹아내리는 나를 집 반대편에서 들려온 목소리가 덥석 낚아채 바로 세웠다.

헤이즐은 한국드라마에서 본 대로 허리를 숙여 인사하다 정성들여 준비한 과일바구니에 든 과일을 떨어뜨려요. 이런 슬랩스틱같은 장면이 많아 재밌어요.
조쉬의 가족은 드라마 김씨네 편의점을 연상시켰어요. 집에서는 한국어를 쓰고 미혼 자녀를 알뜰히 챙기는 부모님과 결혼 상대를 많이 따지는 점도요. 멋진 조쉬도 휴일에는 집에서 소파에 늘어져 넷플릭스나 보는 익숙한 모습을 보여요. 헤이즐의 기행과 활달한 성격은 어디서나 환영받는게 당연해 보여요. 시종일관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이야기였어요.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면 또 하나의 k컬쳐 붐을 일으키지 않을까 기대가 되네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