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꽃이 사람이다 - 꽃 내음 그윽한 풀꽃문학관 편지
나태주 지음 / 샘터사 / 2024년 1월
평점 : 
나태주 시인은 감성적인 표현으로 sns에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어요. 시인의 새로운 언어를 만날 신작을 기대했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풀꽃이라는 나태주 시인의 시는 멋진 한글체로 교보문고 외벽을 장식하면서 널리 알려졌어요. 제목과 별개로 누군가를 격려하는 말로 여겨져 짧지만 더 감동이 있어요. 저도 이 '풀꽃'으로 나태주 시인을 알게 되었어요.
‘풀꽃 시인’이라고 불리는 시인은 풀꽃문학관을 열어 사람들과 함께 시를 나누고 있었답니다. 풀꽃문학관 개관 10년이 지나 올해 새로운 문학관을 개관하면서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심정으로 이 책을 썼다고 해요. 책 속에는 풀꽃문학관에서 만난 꽃과 나무를 중심으로 소소하고 따뜻한 이야기를 담았어요.
폭설이 내리기도 하지만 봄을 앞두고 있는 시기, 매화가 피어날 준비를 하고 있더군요. 매화가 봄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라 여겼는데 봄맞이꽃이라는 이름을 가진 영춘화가 있었어요. 매화와 더불어 나무에서 피는 꽃 중 가장 먼저 피어난답니다.
주로 언덕이나 담장 위에서 자라고 가지가 늘어진 채로 꽃이 피어요. 시인이 문학관의 축대에 심었는데 축대 위로 늘어져 꽃을 피운 게 얼핏 보면 개나리꽃 같았답니다. 사람들은 거기 영춘화가 피어 있는 줄도 몰랐구요.
어쩌면 봄이 그렇게 사람들 눈치채지 않게 살그머니 소리 없이 왔다가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말한다. 아직도 봄이 오지 않았노라고. p. 37
모르고 스치는 꽃이 있는 반면, 너무 흔해서 무시당하는 꽃도 있어요. 사람들에게 밟히기 쉬운 민들레꽃이 그래요. 민들레꽃은 반기는 사람이 없는데 시인에게는 봄이 되어 맨 처음 눈 맞추는 친구이고 오래된 옛 추억의 연인이랍니다. p.53
이러한 감성을 가진 시인이 된 배경에는 고등학교 시절 국어 선생님으로, 시인이 교직 생활 중 가까워져 이후로도 많은 보살핌과 사랑을 주신 분이 있었어요. 시인은 선생님이 길바닥에 쓰레기가 없는 날에도 도로변을 쓸던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아 '시'를 썼어요.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라는 작품 '시'는 선생님 댁 담장 벽에 걸렸어요. 선생님은 이미 세상에 안 계시고 시인은 이미 80 노인이 되었지만 그 작품 앞에선 40대 초반의 남자가 된답니다. 가슴에는 여전히 선생님이 함께 살아 숨쉬고 계시구요. p.90
소설 문장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오래된 느낌이 날 수 있지만 시는 시간차를 모르게 해요. 시인이 시를 발표한 시점으로부터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공감을 주고 사랑받는 것처럼 말이죠. 작은 생명에 감탄하고 소중히하는 모습이 순수해보여요. 오랜만에 레트로 감성을 느끼며 힐링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