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변명하지 않는다, 다만 사라질 뿐 - 아버지를 인터뷰하다
김경희 지음 / 공명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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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자식간은 가깝지만 때론 어려운 사이기도 합니다. 아빠와 이별한 딸이 아빠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이야기라니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오랜 세월 아버지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고 해요. 2018년 출판사 권유로 아버지를 인터뷰하면서 화해했지만 이후 아버지가 암 판정을 받았어요.

택시를 몰던 아버지는 택시를 잃고 IMF 시절 사업에도 실패했다고 해요. 개미형 엄마에게 아빠는 무능하고 게으른 한량이자 한심한 가정이었어요. 엄마편이 될 수 밖에 없었고 중학교 올라갈 무렵 아빠는 불편한 사람으로 각인되었습니다.

엄마와 삼 남매가 즐겁게 TV를 보다 아빠가 들어왔어요. 몇 초의 정적이 흐르고 다들 각자의 방으로 들어갔어요. 아빠는 TV앞을 독차지하고 뉴스를 보며 아무렇지 않은 듯 했습니다. 

어떻게 아무것도 모를 수가 있지? 아빠는...정말로 눈치가 없는 게 아닐까?
이후로도 오랫동안 아빠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아빠는 모르는 게 아니라 모른 척 했을 뿐이다.

어느날 병실로 모인 우리에게 아빠는 손으로 편지를 썼다. 목소리가 더이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너무 사랑은 하는데 표현을 못 했다.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그랬다.
기력을 다해 겨우겨우 써 내려간 손글씨였다.  p.34



이 책은 드라마 1988처럼 과거로의 시간 여행도 담겨있어요. 부모님의 삶에 대한 기록이 될 수도 있겠지요. 그러다보니 미화하기보다 솔직하게 쓴 부분이 많습니다. 

부모님은 상경하여 셋방을 전전하다 처음으로 마당있는 단독주택을 구입했어요.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덕선이네 집처럼 구멍가게가 있고 동네 아주머니들이 평상에 앉아 수다를 떨던 곳이었어요. 

아빠는 마당에 대추나무를 심었다. 시골에서 올라와 처음으로 마련한 집이니 대출이 많으면 어떻고 세를 많이 놓아 식구들 머물 방이 부족하면 어떠랴. 아빠에게는 명패를 단 자신의 집이었으니.그때 그에겐 희망 같은 것이 있었을 것이다.   p.47


아빠에겐 다섯 식구가 함께 밥을 먹던 그 시절이 좋았지만 엄마는 여전히 원망이 서려있었어요. 그래도 그때 이야기를 나눌 땐 잠시나마 입가에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빠는 재산만이 아니라 어떤 빚도 남기지 않았다. 대신 자식들에게 흔적을 남겼다. 거울을 볼때마다 언니와 커피를 마시거나 오빠의 사진을 볼 때마다 나는 깜짝깜짝 놀라곤 한다. 내 눈에, 언니의 얼굴에, 오빠의 입에 아빠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건 아빠가 사라졌어도 사라지지 않을 것들이다.p.194


저자는 사춘기 들어 아빠가 싫어졌고 대학과 직장에 다니느라 바빴어요. 아빠가 여든이 넘고 자신이 마흔을 넘을 때까지 아빠의 진심을 궁금해하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았고 그럴 기회를 놓쳤어요. 자신의 아이에게 가까워지려하지만 아이가 외면할 때 아빠도 같은 기분이었을거란 생각이 듭니다. 


그건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모에게 느끼는 감정이겠지요. 늦기전에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생활에 치이고 지치고 어색하고 여러 이유로 부모와의 일은 미뤄지고 맙니다. 결국 후회하고 말죠. 이 책은 그에 대한 충고를 담은 이야기이기도 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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