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을 놓아줘 - 디그니타스로 가는 4일간의 여정
에드워드 독스 지음, 박산호 옮김 / 달의시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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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사는 악용의 여지가 많아 이해하면서도 찬성하기 힘듭니다. 루게릭병으로 삶의 마지막을 앞둔 아버지와 여행을 떠난 아들들의 이야기라니 존엄사에 대해 어떤 결론일지 기대되었습니다



신경이 마비되어 죽음에 이르는 루게릭병에 걸린 아버지는 존엄사를 위해 스위스에 가려고 합니다. 루는 11살 연상의 이복쌍둥이 형들에게 그 사실을 알리고 형 잭은 반대하지만 아버지는 완강해요. 다른 사람이 대신해 주길 바라지 않는 자신의 마지노선을 넘기전에 끝내고 싶다고 하지요. 결국 삼형제는 아버지와 함께 존엄사 장소를 향해 마지막 여행을 떠납니다.


나는 이제 낯선 이들의 눈을 통해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봄으로써 그들에 대해 얼마나 많이 배울 수 있는지 생각한다. 
그들이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모습을 지켜볼 때면 마치 그 사람과 처음부터 다시 사랑에 빠질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 아무도 잠자리에 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지금 이 순간이 아주 좋았기 때문에, 지금 우리가 여기 있기 때문에, 우리 모두 이 순간에 완전히 집중해서 생생하게 살아 있으니까. p.205



중요한 건 네가 의지 하나로 뭔가 가치 있는 것을 하지 말아야 할 수십억 가지의 이유를 극복하고 어쨌든 그걸 할 수 있냐는 거야. 
나는 그렇게 했다. 나는 모든 것을 생각했다.p.293



"그녀는 어떻게 사랑을 표현했니?"
"음악이요. 그녀는 내게 음악을 사주고 음악을 보내주기도 했어요. 그건 우리 대화 같았어요. 시내에서 만나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헤드폰을 바꿔서 그녀는 내가 듣고 있던 음악을 듣고 나는 그녀가 듣고 있던 음악을 들었죠. 그다음에 나란히 서서 걸었어요."
"세상은 내 눈앞에서 다시 모양을 바꾸었어요. 우린 같이 있을 때 다시 만들어졌죠."
"사랑은 우리를 다시 만들어주지." p.482



잭과 랄프는 아버지가 바람을 피워 엄마에게 상처주고 이혼한 걸 원망하죠. 아버지는 아들들의 양육권을 차지하려 아내를 도발했고 그녀가 고함 지르고 우는 소리를 녹음해 법원에 제출했어요. 루는 아버지가 재혼한 엄마를 사랑한 과정을 듣게됩니다. 


아버지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아들들도 마음을 털어놓아요. 가족이 함께 떠나는 여행이 죽음을 향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합니다. 구절구절이 삶에 대한 철학이 담긴 멋진 말들입니다. 600페이지를 넘는 분량이 전혀 지루하지 않아요. 인생에 마지막 선에서도 사랑을 찬미합니다. 세상의 복잡한 진리보다 더 간단하고 어렵기도 한 답은 사랑이네요.

안락사가 누군가에겐 존엄사가 될 수도 있지만 온전히 이성적인 상태에서 본인이 직접 내리는 결정이어야 하지요. 이 소설에서 아들들은 아버지의 뜻을 꺾지 못했습니다. 죽음과 인간의 존엄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하게 하는 좋은 작품입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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