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안 24시 - 상
마보융 지음, 양성희 옮김 / 현대문학 / 2018년 9월
평점 :
절판


숨막히는 핏빛 추격전!

드라마<장안12시진>의 마차 추격씬이 굉장해서 입을 쩍 벌리고 봤습니다. 폭탄 테러위기의 당나라 장안을 배경으로 장소경과 이필이 사건을 어떻게 해결할지 두근두근하며 보고 있어요. 드라마가 결말로 달려가고 있어서 원작 소설이 스포가 될거 같아 드라마가 끝나면 읽으려다 유혹을 이기지 못해 읽었습니다.  


당나라 수도인 장안에 원소절 등롱제가 열리면 야간 통행금지가 해제되어 야간에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요. 그날을 노린 의문의 움직임이 시작됩니다. 서역 도적의 침입을 막기위한 특수조사기관인 정안사의 리더 이필은 용의자들을 함정에 빠뜨릴 계획에 확신을 갖고 있습니다. 그 계획이 실패하고 유능한 인재마저 잃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게 되지요.


비상한 기억련의 서빈이 한 인물을 추천하는데 그는 사형수인 장소경입니다. 장소경은 군대 십장에서 큰 공을 세워 장안의 치안담당 불량수로 승급되었지만 수색과 체포는 장안 최고지요.

온몸에서 거칠고 강인한 에너지가 뿜어져 나왔다. 이때 하늘 높이 떠오른 태양이 쏟아낸 강렬한 햇살이 장소경의 왼쪽 눈을 비췄다.

"하늘이시여, 안녕하셨나?"

장소경은 하늘을 향해 힘껏 주먹을 휘둘렀다.p.40


장소경이 계획의 오점을 단번에 잡아내자 이필은 그를 신임하고 일을 맡기기로 합니다. 장소경은 특별사면에는 반응하지 않다가 백성의 목숨이 달렸다는 말에 움직여요. 이필은 원소절 등롱제에 뭔가가 일어난다는 것만 짐작할 뿐 누가 어떻게 일을 벌일지 전혀 아는 바가 없는 상태예요. 네시진안에 돌궐인들을 잡아야해서 이필은 장소경이 그의 방식대로 하도록 허락해요. 대신 요여능이 그의 감시겸 조력자로 동행합니다.


장염라로 불렸던 이력답게 장소경의 이름은 암흑가에 더 잘통합니다. 그는 돌기시대군에 맞서 9일간 작은 봉화 보루를 지키고 최후까지 살아남은 3인 중 하나였어요. 상관을 죽인 죄로 사형수가 되었구요. 


장소경이 사형수라는 점은 그의 발목을 잡습니다. 이필의 스승이자 정안사의 명목상 수장인 하지장은 노골적으로 반대해요. 이필의 묘수로 장소경이 다시 움직일 수 있지만 이필조차 장소경의 저돌적인 방식에 완전히 찬성하지 못해요. 


장소경은 지하세계 대부인 갈로에게 정보를 얻기위해 자신이 심은 첩자 소을을 직접 죽이고 자신의 새끼손가락을 자릅니다. 그는 요여능에게 소을과 자신의 결정에 대해 말합니다. 

"한 명을 죽이면 백 명을 살릴 수 있어. 한 명을 죽이겠는가 백 명을 죽게 내버려둘 텐가?"

"장 도위는 어떻게 할 겁니까?"

"한 사람을 죽이겠네. 이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지만 분명 잘못된 일이야.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져도 난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잘못은 분명히 잘못이야. 언제까지 군자의 길을 고집할 건지 빨리 결정하는 게 좋아. 그러지 않으면 장안성에 온 이상 여기 사람들처럼 괴물이 되지 않으면 괴물한테 잡아먹히는 거지." p.203-204


이필은 그 일에 대한 장소경의 결정을 듣고 냉정하게 말합니다.

"만약 그게 나라면 날 죽여야 한다면 그냥 죽이게. 죄책감 따위 느낄 필요 없어. 대세가 중요하거늘 그게 무슨 죄가 되겠는가?"

두 사람은 속마음을 텋어놓는 성격이 아니었고 다른 누구와 자신의 삶을 공유하고 싶지 않았다. 어색한 눈빛이 마주치자 두 사람은 슬며시 후회가 되었다. 두 사람은 이상적인 동료는 될 수 있어도 친구가 되기는 힘들었다. p.402


장소경이 쓰는 방법은 지독할 정도라 보는 사람마다 욕을 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고 억지로 진실을 끄집어내는 악당이에요. 그렇다해도 백성들의 목숨을 구하기위해 비난을 감수하고 자기 목숨을 거는 모습이 멋집니다. 이필은 방식은 다르지만 백성들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작가는 당나라 장안이 마치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놀라운 디테일로 그려냈어요. 화려한 장안의 풍경, 어두운 뒷골목의 구조, 정안사를 비롯해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생생합니다. 묘사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라 놀라운 속도감으로 격투씬과 추격씬을 그려냅니다. 


중국 작가들이 주로 호흡이 긴 작품에 강한 대신 여유있게 풀어간다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은 그런 선입견을 완전히 무너뜨리네요. 미드 24의 중국판이라는 말대로입니다. 치밀한 고증과 놀라운 글솜씨로 굉장한 스릴러를 만들어냈습니다. 


* 이 리뷰는 중화 TV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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