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뒤편 - 근대 여성시인 필사시집
김명순 외 지음, 강은교(스놉) 캘리그래피 / 제우미디어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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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길을 열었던 신여성들의 시.

한국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은 절대 쉽게 얻은 것이 아닐겁니다. [달의 뒤편]은 한국 최초의 여성 소설가,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등 한국 근대 여성시인 5명이 쓴 시에 현대여성이 답장을 필사로 적은 시집이라니 시대를 뛰어넘는 공감의 시집으로 기대했습니다.


김명순은 평양 부잣집에서 태어나 도쿄에서 가난하게 숨졌습니다. 한국최초의 여성 소설가, 시인, 언론인, 5개국어 구사를 하는 번역가, 영화배우. 그녀를 수식하는 많은 말들이 있지만 기생의 딸이라는 낙인, 성폭력 피해, 문학으로 가장된 동료 문인들의 공격에 고통받았다고 해요. 당시 문란하고 독한 여자로 그려졌다고 합니다. 자유연애와 여성해방을 꿈꾸던 그녀의 시는 직설적이고 강렬해요.

조각조각 찢어진 붉은 꽃잎들같이도

회오리바람에 올랐다 떨어지듯

내 어두운 무대 위에 한숨짓다. p.43


김일엽은 부모와 동생의 이른 죽음을 겪고 출가해 승려가 되었습니다. 12세에 첫 국문 자유시를 나겼고 여성해방을 주장했으며 한국 최초의 여성주의 잡지 '신여자'를 창간했어요. 자신과 타인의 구원을 위해 일관된 삶을 살다 열반에 들었다고 합니다.  


새벽의 소리

쌀쌀히 쏟아지는 찬 눈 속에서 

그래도 꽃이라고 피었습니다.

공연히 어둠 속에 우는 닭소리

그래도 아십시오. 새벽이 오는줄 p.90


강경애 시인은 새 아버지의 본처 자식들에게 따돌림받으며 집에 있던 춘향전으로 스스로 글을 깨쳤습니다. 빈곤계층 여성의 삶을 그린 소설 인간문제를 남겼어요. 고향에서 농민을 지도하며 여성 운동을 펼쳤고 불행한 결혼생활, 가난과 싸웠다고 합니다. '참된 어머니가 되어주소서'란 시에서 딸을 민며느리로 보낸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시인의 처지가 반영된게 아닌가하는 착각을 하게 해요. 


웃음과 눈물

좀 더 가까지 서자 p.198


한국 최초, 여성 해방이란 타이틀을 가진 신여성들의 삶은 평탄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아무래도 김명순 시인의 시였어요. 현대의 여성들도 견디기 힘든 고난을 겪고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었다는 사실에 더 그렇게 느껴져요. 이전에 없던 길을 여는 선각자의 삶은 각오를 필요로 했나봅니다. 시에 어울리는 필사로 쓴 싯구는 시를 다시 확인하고 생각하게 합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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