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이금하 1
명전우후 지음, 이지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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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첫사랑은 맺어질 수 있을까.


중학생 이하는 너무 풋사랑같고 제대로된 첫사랑은 역시 고등학생 시기가 아닐까싶어요. 어른으로 가는 문 앞에서 사춘기의 감성과 열정이 폭발하는 순간에 느끼는 감정이니까요. 만화책을 좋아하는 소녀와 수학천재 소년의 첫사랑이야기라니 드라마로는 아직 만나지 못했지만 원작의 감성을 느끼고 싶었습니다.


장위안과 헤어지고 허뤄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방법에 대해 잊은 지 오래였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모든 것을 내던지며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장위안이 아닌 다른 누군가는 상상할 수 없었다.

열여섯의 허뤄는 장위안을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도 10년 동안 허뤄의 세계에는 오직 장위안뿐이었다. p.10


가슴속에 오래 담아두었던 그 이름은 처음으로 입안을 맴돌다가 부드러운 혀끝을 통해 미끄러져 나왔다 마치 낯선 것처럼 조심스럽게 발음했다. p.19


수학을 잘하는 장위안을 짝사랑하는 수많은 여학생 중의 하나인 허뤄는 운좋게 그와 말할 기회를 갖고 가까워지게 됩니다. 문과 체질인 허뤄와 이과체질인 장위안은 서로 티격태격하고 여름방학 숲 속에서 그의 고백을 기대했지만 실망합니다. 


누가 말 좀 해줄래. 이건 짝사랑도 혼자만의 착각도 아니라고 말이야. 지금의 거짓된 달콤함에 눈이 멀어 한 치 앞의 진실도 내다보지 못할까 봐 겁이 나.

모든 것이 완벽해. 아직 장위안 곁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여자애는 없으니까.p.85


허뤄가 장위안을 좋아하는 걸 친구도 눈치챕니다. 허뤄는 예쁜 정칭인이 장위완의 곁에 있는 걸 보면서도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친구로 만족해야해요. 그런 둘 사이에 변화가 생깁니다. 장위안과 함께 걷고 버스를 타고 대화하면서 그의 진심을 알게된 허뤄는 행복을 느껴요.


세상의 거의 모든 행복은 예측이 가능하다.

거의 모든. p.110


장위안은 정칭인을 거절하는 자리에 허뤄를 동석시켜요. 이 장면은 속시원하고 미소를 짓게 합니다. 아쉽게도 정칭인은 나중에 또 나와요.  


그럼 키스할 수 있어요?

아직 기회가 없었지만 언젠가는 꼭.

그럼...나중에 언니랑 결혼할 거예요?

너무 멀리 간다.

실소가 터졌다. 그리고 잠시 생각한 후 대답했다.

계획에 넣어보지.

좋아해요! 지금도 좋아하고 앞으로도 좋아할 거예요. 언젠가 언니가 싫어지면 꼭 나한테 말해줘야 해요.

그래. 

장위안이 웃고 또 웃었다.

근데 우리는 22세기까지 기다리진 못할 거 같아.p.111-112


허뤄는 문득 어떤 예감이 스쳤다. 그것도 행복한 예감. 생각만으로도 너무 아름다워서 차마 돌아볼 수 없었다. 순간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뒤를 돌아 보았다. 고된 여행에 지친 그가 햇빛을 등지고 서 있었다. p.211



서로 마음을 알게되고 본격적으로 남자친구, 여자친구가 됩니다. 그 사실을 눈치챈 허뤄 부모님이 걱정하고 허뤄는 해외 유학을 갈 뻔하고 다행히 서로 헤어지지 않을 수 있게 되고요. 다른 여자에게는 냉정하고 허뤄에게만 웃고 다정한 장위안이 무척 맘에 들어요.  


예전에도 그랬지. 네가 질투하는 것도 난 너무 좋다고. 

그때의 장위안은 허뤄가 시샘을 해도 겁이 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모든 의심을 다 무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도 두려운 게 생겼다.

허뤄의 불신.

왜냐하면 허뤄의 마음속에 자신은 더는 만능도 천하무적의 존재도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런 생각이 장위안을 서늘하게 만들었고 그 한기에 온몸이 떨려왔다. p.302



표현이 정말 감성적이고 문장이 예쁩니다. 첫사랑에 빠진 허뤄의 감정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어요. 장위안의 진심도 많이 드러나서 좋고요. 잘 모르는 부분에 대해선 옮긴이의 주석을 달아줘서 감사합니다. 슬램덩크의 캐릭터 이름도 한국식으로 표기해줘서 더 읽기 편해요. 단락의 시작마다 나오는 시도 좋습니다. 


삼각관계인 줄 알았는데 1권에선 허뤄와 장위안에게 집중해서 구체적으로 삼각관계가 드러나진 않고 장위안에게 다가오는 여자애들의 훼방만 보여요. 이렇게 좋아하는 둘이지만 장위안이 이별을 선언하고 냉전을 겪기도 합니다. 결국 허뤄가 해외로 유학을 떠나면서 둘은 헤어집니다. 돌아올때까지 기다린다는 장위안에게 점수를 더 주고 싶어요.    


 첫사랑을 10년이나 기억하고 그 마음을 지킨다는 건 현실에서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 힘든 일을 해낸 훠뤄와 장위안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꼭 해피엔딩이면 좋겠어요. 1권은 둘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에 대해 알 수 없어요. 재밌고 설레는 이야기라 바로 다음권을 읽고 싶게 만드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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