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 (리커버 특별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고요함 속에 홀로 있게 되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잠시 잠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면 마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까? p.57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청소년기에 고민과 불안이 없는 세대가 없어요. 끊임없는 경쟁과 스펙쌓기로 빡빡한 시간을 보내는 현재의 10대들은 특히 더 그런듯 보입니다. 

김선영 작가님의『미치도록 가렵다』에 청소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시원한 해답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청소년 소설을 넘어서 산뜻한 디자인의 리커버로 돌아온 책입니다. 표지에 그려진 깃털과 다이아몬드 산처럼 보이는 노란 형태가 아직 날개가 완전히 돋아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같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보였어요.


강도범이라는 이름 탓인지 도범은 오토바이 도둑으로 오명을 쓰고 퇴학위기에 몰립니다. 결국 도범은 전학을 가게되죠. 그런데 전학 간 학교에서 하필 사건의 주범인 대호와 마주치게 됩니다. 이미 아이들도 도범이 어떤 이유로 전학을 온 건지 대강 짐작하는 상황. 도범은 전학 첫 날부터 순탄치 못해요. 

이야기는 또다른 주인공인 새로 부임한 사서 선생님 수인에게 돌아갑니다. 수인은 도서관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습니다.



도서관은 나무들이 통치하는 조차지 같았다. 그야말로 울울창창한 숲 속에 포박되어 있다. 

...언젠가는 나무뿌리가 도서관을 삼켜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은 이미 목신들이 접수하여 그들의 놀이터로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27   

한편 도범은 부모님을 위해 이제 폭력과는 멀어지려 하지만 이전의 악연때문에 빠져나가기 쉽지 않아요. 새로 사귄 친구 새와 해머의 도움으로 도범은 간신히 싸움을 그만둘 수 있게 됩니다. 

도서관의 상태에 실망한 수인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에 연필로 메모가 쓰인걸 보고 반가워합니다. 예전에 읽은 [밑줄 긋는 남자]를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수인은 오히려 그게 좋았다. 마치 이 책을 함께 읽은 사람과 해후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때는 왜 여기에 밑줄을 그었을까,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상징 코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등,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추리해보는 것도 헌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간혹 그것이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공유했을 미지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왠지 따뜻하고 좋았다. p.57

수인은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고쳐나가죠. 마치 함께 성장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심코 흘린 말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들은 비로소 상대를 존재로서 인정한다. p.75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했다. 아이들과 자잘한 일로 감정싸움을 할 때마다 자신의 격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멸감을 견딜 수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원인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수인 자신이었다. p.109


도범이 폭력 학생이 된 것도, 해머가 가방에 망치를 갖고 다니게 된 원인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아이들의 생각을 잘 표현하셔서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달랑 나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섬 같은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주먹이었다. p.116  


수인은 도서관을 다시 살려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하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사건도 발생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가죠. 나중에 교장 선생님의 술수가 밝혀집니다. 


이 책은 수인의 생각을 통해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어른은 아직 불완전하고 안정되지 않은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수인의 모친이 하는 말이 잘 와닿습니다. 아직 날개가 완전히 돋아나지 않은 중닭같은 청소년이란 표현이 잘 어울려요.


그리고 수인이 헌책에 남겨진 메모를 반기는 것처럼 저도 헌책에 남겨진 메모를 꺼리지 않아요. 그걸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저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의 발자취를 느끼는 기분이 들고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살피게 되죠. 언제 남겨진 건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속도감 있는 전개에 탄탄한 문장력이 바탕이 되어 읽기 좋았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소년기의 이야기였습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696802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