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배달 (리커버 특별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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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p.10


'해리포터' 시리즈와 '완득이'의 성공 이후로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의 경계는 거의 희미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작품은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독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찾게 되니까요.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판타지를 청소년 문학으로 능숙하게 끌어들인 김선영 작가의 작품들이 리커버되어 나오게되어 반갑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청소년 독자들은 물론이지만 새로운 성인 독자들도 더 다가가기 쉽게 보이네요. 세련된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특별한 배달』입니다.


태봉은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지만 아버지도 두문불출 합니다.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요. 한 달 전 엄마와 통화에서 돈을 보내지 말라고 보내면 학교를 그만둘거라고 큰소리쳤죠. 이후 엄마는 전화도 송금도 하지 않아요.

당신이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없어요.

어느날 엄마는 단 한 줄의 쪽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아버지는 백지를 본 것처럼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빈 휴지 조각을 들여다보는 듯 무심했다. p.10

태봉은 장래 희망으로 잉여인간이라 썼다가 담임에게 꾸중듣고 폭력사건을 일으켜 요주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태봉은 이미 트랙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을 안다. 출발선부터 다르기 때문에 트랙 차지는 고사하고 운동장에서조차 퇴출된 가능성이 짙다는 것도 안다. p.16

학교도 집에도 마음 둘 곳이 없던 태봉은 우연히 모범생 슬아가 쓰러진걸 발견하고 돕게 됩니다. 슬아는 전국 순위로 세는 것이 빠르지만 입양아라는 컴플렉스가 있어요. 그녀의 동생 상하는 슬아와 달리 모친에게 반항하다 파양당했고요. 슬아는 자신도 상하처럼 파양당할까 두려워합니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증도 갖고 있어요.




그때 상상은 상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상상으로 위로받아 힘을 낼 수 있다면 상상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p.39 

어느 날 싱크홀에 빠진 배달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슬아는 태봉에게 함께 조사를 하자고 나서죠. 싱크홀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통로일 수 있다면서요.



사람이 사라졌다면 찾아 보는 게 당연한 거다. 찾아주지 않으면 자신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모래알이 되어 스스로 부스러져 내릴지도 모른다. p.111

슬아는 식물의 씨앗이 엄마로부터 멀리 가야 경쟁에서 이기는 것처럼 사람도 어렸을 때나 부모를 찾지만 자라서는 부모 그늘에 있으면 반푼이 밖에 더 되겠냐고 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길 바라기도 하면서, 어느 날 우두커니 서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여기 있지? p.219

상하의 파양과 그녀의 엄마가 갖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고 태봉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이야기는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으로 마무리 지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상대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은 어른이라면 모두 알고 항상 유리한 입장에 있고 자신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어야 한다고 기대하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닌 것처럼 어른도 감정이 있고 부족한 점이 많을 뿐이에요. 태봉과 슬아의 감정과 성장을 지켜보다, 그 부모들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되었어요.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따뜻한 성장 소설이었어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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