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눈부신 그들의 세상을 - 기억이 사라질 때, 인간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유은영 지음 / 더케이북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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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책을 읽다 보면 단순히 ‘좋았다’로 끝나는 책보다,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생각이 이어지는 책이 있잖아요. 저에게는 《여전히 눈부신 그들의 세상을》이 그런 책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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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치매와 돌봄에 관한 에세이라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 보였어요.

‘기억을 잃어간다는 건 결국 나 자신을 잃어가는 걸까?’라는 질문에서 시작해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건 무엇일까까지 생각하게 하더라고요.



🌿 기억이 사라져도 사람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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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으며 가장 오래 마음에 남았던 건 바로 이 부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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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의 이름을 기억하고, 가족의 얼굴을 알아보고, 지난 일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을 너무 자연스럽게 생각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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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런 기억들이 하나씩 흐려지기 시작하면 주변에서는 쉽게 “아무것도 모르시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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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책은 그 반대편을 보여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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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흐려져도 감정은 남고, 익숙한 몸의 움직임도 남고,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이고 싶은 마음도 남아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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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아, 사람이란 정말 기억만으로 설명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구나’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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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해되지 않았던 행동에도 이유가 있을 수 있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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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는 치매 어르신들의 다양한 모습이 등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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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가겠다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갑자기 화를 내기도 하고, 이유를 알 수 없이 울기도 하고, 익숙했던 행동을 계속하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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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같으면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면 먼저 ‘왜 그러실까?’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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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왜 저러지?’보다 ‘무슨 마음일까?’를 먼저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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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설명하지 못하는 마음이 행동으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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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누군가에게는 평범해 보이는 행동 하나가 그 사람에게는 마지막까지 붙잡고 싶은 ‘나다움’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참 마음에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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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는 내내 엄마인 저 자신도 돌아보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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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다가 잠깐 덮어놓고 차 한 잔 마시면서 생각한 적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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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평소에 사람을 얼마나 겉으로 보면서 판단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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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면서도 비슷한 순간이 있잖아요.

아이의 행동만 보고 “왜 또 그랬어?”라고 묻기 전에 그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이 있었는지 한 번 더 살펴봐야 할 때가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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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치매와 아이의 상황을 같은 것으로 볼 수는 없지만, 사람을 바라보는 태도에 대해서는 닮은 질문을 던지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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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이는 행동만 판단하기보다 그 사람의 마음과 살아온 시간을 함께 바라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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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이 책이 저에게 남긴 가장 큰 생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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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프기만 한 책은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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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책 안에는 슬픔만 있는 게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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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다 보면 웃음이 나는 장면도 있고, 어르신들의 엉뚱하고 귀여운 모습에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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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순간들이 오히려 더 짠하게 다가오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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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 흐려지는 상황에서도 좋아하는 사람을 기다리고, 익숙한 것을 찾고, 작은 것에 기뻐하고, 자신의 존재를 표현하려는 모습들이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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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치매는 무섭다’라는 생각보다 ‘기억이 흐려져도 그 사람의 삶을 함부로 지워서는 안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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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덮고 제목을 다시 바라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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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부신 그들의 세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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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언젠가 흐려질 수 있지만 그 사람이 살아온 시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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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사랑했던 마음, 몸에 밴 습관, 누군가와 나눈 관계, 따뜻했던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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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사람에게 가장 오래 남는 건 정확한 기억보다 그때의 마음과 관계인지도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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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에게 이 책은 치매를 공부하게 해준 책이라기보다, 사람을 바라보는 마음을 조금 천천히 만들어준 책에 가까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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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나니 주변의 어르신들을 대할 때도, 그리고 가족을 대할 때도 조금 더 다정하게 바라보고 싶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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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세상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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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누군가의 곁을 지키고 있는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이 조용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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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도 기억해두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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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가치는 기억의 양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는 것.

기억이 흐려지는 순간에도 한 사람의 삶은 여전히 눈부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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