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 작고 아름다운 수업
김미진 지음, 폴 고갱 그림 / 열림원어린이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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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아와 함께 읽은 《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

고흐, 피카소에 이어 이번 책의 주인공은

타히티의 햇살 아래서 그림을 그린 ‘폴 고갱’이에요.



 

이 책은 단순히 화가의 생애를 연대기적으로 보여주는 전기문이 아니에요.

소설가이자 화가인 김미진 작가가

고갱의 타히티 시절을 동화처럼 풀어냈기 때문에,

책을 펼치면 어느새 고갱의 오두막에, 해변의 풍경에,

타히티 원주민들과 어울리는 삶 속에 나도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특히 이 책은 고갱이 남긴 자전적 기록 《노아 노아》를 바탕으로 쓰여 있어,

단순한 사실 전달을 넘어 고갱의 내면, 감정,

그리고 예술에 담긴 철학까지 엿볼 수 있었어요.

낯선 섬 타히티에서 말도 배우고 친구도 사귀고,

아름다운 여인 테후라와 함께 살아가며 새로운 감각을 깨우는 모습은

어린 선아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책 속엔 이런 문장이 나와요.

“색채는 훨씬 더 설명적이다. 어떤 조화는 평화롭고,

어떤 것은 위로를 주며, 또 어떤 것은 대담하여 흥분을 일으킨다.”

그림은 단지 ‘보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는 걸

아이와 함께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었어요.

책을 읽던 선아가 툭 내뱉은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요.

“이 그림은 좀 외롭고, 이건 되게 기분이 포근해!”

그림이 주는 감정의 결을 아이가 단어로 표현하는 걸 보며,

어쩌면 아이의 내면에도 작은 예술가가 깃들어 있는 건 아닐까 생각했어요.




 

책의 후반부에 나오는 ‘고갱 미술관’ 코너는 정말 감동적이었어요.

화려하진 않지만 선명하고 따뜻한 색감,

원시적이면서도 영혼을 담은 듯한 고갱의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는데,

선아는 “여기가 진짜 박물관 같아!” 하며 하나하나 찬찬히 들여다봤어요.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이 책이 예술을 ‘이해하라’고 강요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예술은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느끼고 바라보며 나만의 감정으로 연결해보는 것이라는 걸,

아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어요.



 

《작고 아름다운 미술수업》 시리즈는 ‘미술’이라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굉장히 인문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요.

고갱이 살던 시대의 역사, 문화, 그리고 그의 삶의 궤적까지

함께 보여주기 때문에 그림이 갑자기 ‘현실’로 다가오고,

예술이 더 이상 ‘어려운’ 것이 아니게 되었죠.

이번 고갱 편을 읽으면서,

예술은 결국 삶을 통과해 나온 이야기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고갱의 그림 속 따뜻함과 외로움, 강렬함과 여유가 공존하는 그 색채들이,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아는 이제 그림을 보면 작가의 마음을 떠올려본다고 해요.

“이건 그 사람이 뭔가 두려웠을 때 그린 것 같아.”

이 한마디에 저는 감동했어요.

아이의 눈으로, 감정으로 그림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책,

《작고 아름다운 고갱의 미술수업》은 그런 특별한 미술책이었습니다.

우리 삶도 언젠가는 누군가의 미술수업이 될 수 있겠죠?

그림처럼, 기억처럼, 따뜻하고 아름답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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