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첩 스파게티
라이너 하흐펠트 지음, 한수진 그림, 배명자 옮김 / 서교책방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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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혼자서 해보는 경험’을 얼마나 자주 주고 있나요?

《케첩 스파게티》는 단순한 동화책이 아닙니다.

이 책은 아직 어린 형제 디터와 악셀이 처음으로

‘엄마 없이 보내는 밤’을 통해 자신들의 두 손으로 무언가를 해보며

‘자립’을 경험하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엄마는 항상 말했어요.

“냉장고 문은 절대 혼자 열지 마.”

“서랍을 뒤지면 안 돼.”

“바늘, 칼, 뜨거운 물, 위험한 건 절대 안 돼.”

디터와 악셀은 너무나 많은 ‘하지 마!’ 속에서 자라났죠.

그런데 갑자기 그 둘만 집에 남겨졌습니다.

아빠는 출장 중이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한 상황.

돌봐주기로 했던 이모도 못 오게 되었을 때, 아이들은 용기를 내기로 해요.




 

엄마가 없는 이틀 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자유가 왔지만, 곧 배고픔이 밀려옵니다.

선아는 이 장면에서 웃으면서 말했어요.

“엄마, 나도 저렇게 케첩 넣고 스파게티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설탕도 살짝!”

그 말을 듣고 저는 웃음이 났지만, 동시에 마음 한쪽이 찡했어요.

‘아, 이 아이도 해보고 싶었구나.’

책 속에서 디터와 악셀은 요리에 도전해요.

냄비에 물을 붓고, 소금을 넣고, 면을 자르고, 설탕을 넣고…

주방은 금세 전쟁터가 되지만, 그 혼란 속에서 아이들은 하나씩 깨닫습니다.

‘우리가 직접 해낼 수 있다.’

익숙한 요리조차 익숙하지 않은 두 아이에게는

이 모든 과정이 모험이고 도전이에요.

그림책을 보던 아이들이 요리책을 꺼내는 순간, 전 느꼈어요.

‘이게 바로 자립의 시작이구나.’




 

책을 읽으며 선아는 디터가 동생을 챙기는 모습이 멋지다고 했어요.

“디터는 진짜 오빠처럼 다정해. 동생 챙기고, 요리도 하고.

나중에 내가 혼자 집 봐도 될까?”

그 말 한마디에 저는 조금씩

아이를 믿고 맡길 준비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엄마 없이 보내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아이도 할 수 있다’는 믿음,

‘부모는 잠시 기다려야 한다’는 깨달음,

그리고 ‘스스로 해보는 기쁨’이 얼마나 큰지를 말해줍니다.



 

《케첩 스파게티》는 독일에서 연극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고,

그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엄마의 걱정과 보호가 어느 순간 ‘아이의 기회’를 뺏고 있었다는 걸,

디터와 악셀의 엉뚱하면서도 진지한 도전을 통해 깨닫게 되니까요.

책을 덮은 뒤, 선아는 진지하게 말했어요.

“나도 엄마 없이 아침 준비 한 번 해볼래.”

저는 그 말이 이 책이 남긴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모든 부모와 아이가 함께 읽고, 함께 웃고,

함께 도전해볼 수 있는 책,《케첩 스파게티》.

이 책을 읽고 나면, 오늘 아이의 작은 실수도 미소로 바라볼 수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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