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를 처음 본 순간, 선아와 저는 동시에 “우와, 진짜 예쁘다!”고 말했어요.
키 큰 나무 옆에 빨간 부츠를 신고 팔을 쭉 뻗은 로타의 모습이
너무 귀엽고 생기 넘쳤거든요.
풀숲을 헤치며 무언가를 찾아가는 것 같기도 하고,
숨겨진 기쁨을 만난 것처럼 즐거워 보였어요.
노랗고 푸른 색감이 따뜻하고 환한 느낌을 주어서,
아직 책을 펼치기도 전에 ‘이야기 속에 들어가고 싶다’는 기분이 들었어요.
책을 다 읽고 난 선아는
“로타가 진짜 멋져요! 나도 그렇게 즐겁게 살고 싶어요.”라고 말했어요.
사실 이 책의 줄거리를 요약해보면 단순해요.
부활절을 기다리던 로타가 언니 오빠의 약속 어김에 실망하고,
외롭고 속상한 마음을 안고 동네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부활절의 기적’을 만들게 되는 이야기죠.
하지만 이 단순한 이야기 속에는 어린아이만의 섬세한 감정의 흐름과,
작지만 단단한 변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어요.
로타는 “화났어!”라고 선언하고 우두커니 문 앞에 서 있어요.
그런데 시간이 조금 지나고 혼자 뭘 할지 고민하더니
하나씩 몸을 움직이기 시작해요.
엄마를 보고, 부활절 달걀을 숨길 곳을 찾아보고,
잡동사니 창고에서 안경을 찾아주고, 사탕가게에 가죠.
딸은 이 장면을 보면서 “로타가 참 씩씩하고 똑똑한 것 같아요.
그냥 울고 있는 게 아니라 자기가 할 수 있는 걸 찾아서 해요.”라고 말했어요.
특히 사탕가게 장면에서는 아이가 눈을 동그랗게 떴어요.
가게를 닫게 된 바실리스 아저씨가 울음을 터뜨리고, 그걸 본 로타도 같이 울어요.
딸아이는 “로타가 울었을 때 마음이 찡했어요.
나도 같이 울고 싶었어요.”라며 조용히 말했어요.
선아의 말처럼, 로타는 단순히 ‘언제나 즐거운’ 아이가 아니라,
화도 내고 울기도 하지만 다시 마음을 다잡고
주변을 따뜻하게 만들 수 있는 아이였어요.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마지막 장면이었어요.
로타는 자신만의 초콜릿과 사탕 보물을 숨겨두고,
아빠가 실망했다는 걸 듣고 곰곰이 생각에 잠겨요.
선아는 “로타가 그걸 꺼내서 가족들이랑 나눌 것 같아요.
그러면 진짜 멋진 부활절이 될 거예요.”라고 말했죠.
책은 거기서 끝났지만,
우리는 로타가 무슨 선택을 할지 함께 상상하며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로타는 언제나 즐거워》는 단순히 ‘긍정적인 아이’ 이야기가 아니라,
감정을 솔직하게 느끼고 표현하면서도 스스로 무언가를 찾아내고
기쁨을 만들어가는 아이의 성장 이야기예요.
고전적인 그림 속에서 되살아나는 감정의 결들이 정말 섬세하고 따뜻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난 언제나 즐거워.”라는 말이 그냥 밝은 말이 아니라,
생각하고 행동한 끝에 얻어진 말이라는 걸 아이도 저도 함께 느낄 수 있었어요.
이제 선아도 “다음 로타 책도 꼭 읽고 싶다”고 해요.
요즘처럼 빠르게 흘러가는 일상 속에서
잠깐 멈춰 서서 아이와 함께 로타처럼 웃고 울고 생각할 수 있었던 시간,
참 소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