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를 처음 봤을 때,
초록색 배경에 활짝 웃고 있는 소녀가 눈에 들어왔어요.
배경은 도시인데,
그 속에서 신나게 달리는 소녀와
나무 뿌리가 연결된 듯한 이미지가 무척 인상 깊었습니다.
제목처럼 ‘산책하는 나무들’이 정말 걸어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상상에,
아이와 저는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죠.
주인공 릴리는 생일 선물로 ‘나무’를 받고 싶어해요.
작고 어두운 아파트에서 살지만,
릴리는 나무에게 햇살과 물, 바람을 충분히 주겠다고 약속하죠.
그렇게 시작된 릴리와 나무 ‘조지’의 산책.
수레에 조지를 태우고 동네를 다니며 이웃을 만나고,
사람들은 나무 그늘 아래서 쉬며 행복해해요.
그리고 어느새 릴리의 친구들도 모두 나무를 갖게 되고,
조지처럼 수레에 태워 산책을 하며 도시 곳곳을 초록빛으로 물들입니다.
이 그림책은 정말 단순하고 귀엽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았어요.
아이는 조지가 진짜 걸어다닌다고 믿으며 즐거워했고,
저는 이 이야기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진짜 있었던
‘보스크 프로젝트’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걸 알고 더욱 의미 있게 느껴졌어요.
네덜란드 도시에서 실제로 천 그루의 나무를 수레에 싣고
사람들이 산책을 시켰다는 이야기는 충격이자 감동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환경 보호’라는 거창한 주제를
어린아이도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로 풀어냈다는 점이에요.
그리고 이 책은 단순히 나무를 키우자는 메시지가 아니라,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 공동체의 소중함을 담고 있어요.
아이에게 “우리 동네에도 나무를 태우고 산책해보면 좋겠지?” 하고 묻자,
“그럼 우리 동네도 숲이 될까?”라며 눈을 반짝였어요.
아이의 상상력이 자라나는 순간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따뜻한 시간이었습니다.
《산책하는 나무들》은 지구의 날에만 읽기엔 아까운 그림책이에요.
회색빛 도시를 초록으로 바꾼 릴리처럼,
우리도 작은 실천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이야기랍니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자연과 지구에 대한 사랑을
다시 일깨워주는 고마운 그림책이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