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번째 방
하야 셴하브 지음, 이르미 핀쿠스 그림, 문주선 옮김 / 토토북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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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진 것이 많으면 정말 행복할까요?

그 질문 앞에서 나도 모르게 멈춰 서게 만든 그림책 《100번째 방》.

표지에서부터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졌어요.

화려한 대저택 같은 집, 하지만 왠지 허전하고 텅 빈 느낌.

호기심을 자극하는 표지 덕분에 책장을 넘기는 손이 바빠졌죠.



 

이 책은 단순히 물건이나 공간의 수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진짜 풍요’와 ‘행복’에 대해 묻는 그림책입니다.

한 남자가 등장하는데요

그는 처음에는 작지만 아늑한 집을 갖게 되지만, 점점 더 많은 방을 요구하죠.

그의 바람대로 집은 점점 커지고, 마침내 100개의 방이 완성됩니다.

이쯤 되면 누구나 “와, 저 정도면 진짜 부자다”라고 생각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야기는 우리가 예상한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남자는 방마다 물건을 채워 넣기 시작합니다.

의자, 탁자, 침대, 커튼, 접시, 포크…

말 그대로 ‘물질의 홍수’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물건이 많아질수록 그의 삶이 더 불편해진다는 데 있어요.

예를 들어, 침대는 이 방에, 커튼은 저 방에, 포크는 다른 방에…

꼭 필요한 것을 찾기 위해 수많은 방을 오가야 하는 그의 모습이 아이러니하죠.

오히려 처음의 작은 집이 더 실용적이고 따뜻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장면에서 저는 우리 사회의 모습이 겹쳐 보였어요.

더 많이 가지기 위해, 더 넓은 집을 갖기 위해,

더 많은 물건을 소유하기 위해 끝없이 달려가는 우리들.

하지만 정작 그 모든 것이 행복으로 이어지는가? 돌아보게 되었죠.


 


무언가를 갖는 즐거움도 분명 있지만,

그것이 지나치면 오히려 삶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

남자는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려다 커튼을 찾으러 또 다른 방으로 가야 했고,

결국 깊은 잠조차 편히 잘 수 없었어요.

저는 이 장면이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것이 진짜 ‘내 것’이 되려면,

그걸 충분히 누릴 수 있는 여유와 집중이 필요하다는 걸

이 책은 아주 단순하지만 강력하게 말해줍니다.



 

특히 아이와 함께 읽기에도 좋았어요.

우리 딸아이는 “방이 너무 많으면 피곤하겠다”는

순수한 말로 본질을 꿰뚫더라고요.

어른보다 더 깊은 이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웃음이 났습니다.

《100번째 방》은 아이들에게는 ‘욕심이 지나치면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교훈을,

어른들에게는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그림책이에요.

삶이 단순해질수록 행복은 더 가까이 온다는 것을,

꼭 말이 아닌 ‘그림’으로 전해주는 이 책이 참 고맙고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그림의 분위기도 은은하면서 유머가 담겨 있어 감정을 잘 전달해 줍니다.

말없이 진행되는 장면에서도 남자의 표정, 방의 구조,

배치만 봐도 이야기가 전해지죠.

시각적 메시지가 강해서 어른들에게도 메시지가 깊게 남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니 주변을 한번 둘러보게 되더라고요.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지금 이 순간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더 많이 갖는 것이 아니라,

덜어내고 비워냄으로써 진짜 소중한 것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 책의 메시지.

요즘처럼 ‘갖기’에만 집중되는 시대에,

꼭 한번은 읽어봐야 할 그림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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