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속에 비친 내 얼굴이 흐릿할 때,
나는 종종 고전이라는 숲을 찾는다.
마음이 복잡하고 삶이 흔들릴 때,
오래된 책들을 펼치면 마치 낡은 나침반 하나를 손에 쥔 기분이 든다.
길을 잃은 채 방황하는 이들에게 『어른을 위한 고전의 숲』은
단순한 고전 해설서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조용히 짚어주는 등불 같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 강경희는 오랜 시간 동양 고전을 가르쳐온 학자다.
하지만 학자의 딱딱한 말투가 아니라,
마치 인생 선배처럼, 혹은 따뜻한 친구처럼 말한다.
고전을 시대를 초월한 ‘지혜의 숲’으로 바라보며,
어른이 되었지만 여전히 흔들리고 있는 우리에게 단단한 프레임 하나를 건네준다.
공자, 장자, 사마천, 소동파, 관중… 이름만 들어도 머나먼 옛사람들 같지만,
그들이 남긴 말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 놀라울 만큼 맞닿아 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장자』의 메시지였다.
장자는 효용과 쓸모라는 기준에 의문을 던지며,
“모든 존재는 존재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사회가 강요하는 기준에 나를 끼워 맞추려 하다 보면,
점점 ‘나’라는 사람이 사라진다. 나는 얼마나 쓸모 있는 사람인가를 고민하기보다, 나답게 살고 있는지를 되묻는 편이 더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논어』에서는 “바꿀 수 없는 것에 매이지 말고,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하라”는 공자의 말이 뇌리에 깊게 남았다.
우리는 종종 세상이 바뀌길 바란다.
그러나 사실 바꿀 수 있는 건 내 마음과 내 선택뿐이다.
특히 어른이 된다는 건 더 이상 누군가가
삶을 대신 책임져주지 않는다는 뜻이기에,
고전의 이런 태도는 그 자체로 현실적인 지침서가 된다.
『주역』의 메시지는 어쩌면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키워드일지도 모른다.
“지금 괴롭다면, 잘되고 있는 중이다.” 인생의 변화는 고통에서 시작되며,
고통은 끝이 아니라 과정이라는 믿음이다.
이 문장을 곱씹을수록 마음이 단단해진다.
어둠이 짙을수록 빛은 가까워지고 있다는 고전의 위로는,
유행을 타지 않는 묵직한 진리다.
저자가 말하듯이, 고전은 지식이 아니라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이다.
자기계발서처럼 당장의 성공을 약속하지도 않고,
감정을 마취시키는 위로만 건네지도 않는다.
대신 “왜 사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다시 던지게 한다.
이 책을 덮으며 든 생각은 하나다.
고전은 ‘읽는 것’이 아니라 ‘사는 것’이라는 사실이다.
책을 읽는 동안 나는 조용히 흔들리며 스스로를 정리해나갔다.
고전 속에서 듣게 된 낡고 단단한 문장 하나하나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나에게도 깊은 울림으로 다가왔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방향을 찾고 싶다면, 이 숲에 발을 디뎌보기를.
흔들리는 어른이라면, 삶이 뿌옇게 흐려질 때
고전이라는 숲을 거닐어보면 좋을듯하다.
이 책은 그 숲으로 들어가는 좋은 입구가 되어줄 것이다.
고전은 결코 낡은 유물이 아니다. 그건 지금도 살아서 말을 걸어오는,
어제보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한 ‘삶의 교과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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