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인간 이시후 창비아동문고 342
윤영주 지음, 김상욱 그림 / 창비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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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가장 강하다는 걸 꼭 기억해 다오.”

책을 덮는 순간, 이 마지막 문장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습니다.

윤영주 작가의 『냉동 인간 이시후』는 단순한 SF동화가 아니에요.

가족, 연대, 차별, 그리고 ‘왜 살아가야 하는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성장 이야기입니다.

제25회 창비 ‘좋은 어린이책’ 대상 수상작답게

흡입력 있는 스토리와 깊은 울림이 공존하는 책이었어요.



 

주인공 ‘이시후’는 희귀병을 앓다가

가족의 절절한 사랑으로 냉동 보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40년이 지난 미래, 기술은 발전하고 세상은 많이 달라졌지만,

시후가 가장 바랐던 가족은 곁에 없고,

자신은 ‘해동인’이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존재가 되어 있었어요.


처음엔 단순히 흥미로운 SF 이야기겠지,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가슴이 먹먹해지더라고요.

이 책이 정말 특별한 이유는 바로 그 지점에 있어요.

“나는 왜 살아야 할까?”

“나는 왜 다시 살아나게 된 걸까?”

시후의 이 질문은 단지 책 속 주인공의 고민이 아니라,

우리 모두가 삶 속에서 언젠가는 던지게 되는 질문이잖아요.

하지만 작가는 그 답을 거창하거나 감성적으로 푸는 대신,

작고 소소한 장면들을 통해 조용히 전해줍니다.

바로 ‘바나나팬케이크’ 같은 것들이요.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따뜻한 팬케이크,

동생이 수십 년간 몰래 간직해온 진짜 바나나,

그리고 조카 보라가 서툴게 만들어 준 팬케이크 한 조각.

이 평범한 기억이, 시후에게 삶의 의미가 되어 줍니다.

그리고 이 장면들을 보면서 문득 깨달았어요.

우리는 누군가의 기억이고,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일 수 있다는 걸.




 

또 하나 인상 깊었던 부분은,

시후가 같은 처지의 ‘해동인’ 친구들과 연대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들어 무대에 서는 장면이에요.

“나만의 노래와 이야기가 있다”는 말이 너무 마음에 남았어요.

누구나 각자의 서사가 있고, 존엄이 있고,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이 책은 아이들의 언어로 조용하지만 강하게 말하고 있어요.

시후는 처음엔 낯선 미래에서 외롭고 두려웠지만,

결국 자신만의 방식으로 다시 살아갈 이유를 찾습니다.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고,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고,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죠.


 




이 책은 초등 고학년이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청소년이라면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어요.

그리고 어른이라면, 오히려 가슴이 더 아리고 따뜻해지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아이와 함께 읽었는데, 책을 덮은 뒤 이런 질문을 나눌 수 있었어요.

“우리는 왜 살아가고 있을까?”

“누군가를 기억하는 마음은 어떤 의미일까?”

『냉동 인간 이시후』는 단순한 SF동화를 넘어,

모두가 한 번쯤은 읽어야 할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감정이 있고,

시간과 공간을 넘어 닿는 사랑이 있음을 말해주는 작품입니다.


무심코 지나친 삶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해주는 고마운 책.

진심으로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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