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발아래 시한폭탄
알프레도 고메스 세르다 지음, 김정하 옮김 / 삐삐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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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분명히 청소년 소설이지만,

어른인 나에게 훨씬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내 발아래 시한폭탄』은 단순히 “문제아의 일탈”을 그리는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얼마나 쉽게 무시당하고,

방치되고, 상처받는지를 날카롭고도 생생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그 상처는 종종 ‘분노’라는 형태로 밖으로 터져나온다.




 

주인공 MK는 그저 누군가의 말 한 마디,

작은 보호만 있었다면 이렇게까지 무너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녀는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사회에서도 누구에게도 지지받지 못한다.

그녀의 곁에 남은 유일한 사람은 불량하다고 낙인찍힌 남자 친구 카를로스뿐.

그리고 결국, 세상이 외면한 진실을 들고 경찰서로 향한다.

MK의 이야기를 읽으며 자꾸만 “과연 나는 이 아이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내가 어른이라면, 그녀를 도울 수 있었을까?”라는 질문을 하게 됐다.

그녀의 분노는 단순한 충동이나 반항이 아니었다.

그것은, 제대로 된 어른 한 명만 곁에 있었더라도 달라졌을,

절실한 구조 요청이자 외침이었다.




 

책 속에서 MK는 단 한 번도 ‘진짜 자신의 마음’을 꺼내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가지지 못했다.

거듭된 외면, 왜곡된 시선, 진실 앞에서의 침묵이

결국 MK를 ‘폭발’하게 만든 것이다.

제목처럼, MK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발밑에서 째깍째깍 시간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도 아무도 멈추려 하지 않았다.


 


이 책이 건네는 질문은 꽤 무겁다.

• ‘사회가 정한 윤리는 정말 정당한가?’

• ‘진실을 알면서도 외면한 자들은 죄가 없는가?’

• ‘약자의 저항은 어디까지가 정당한가?’

MK의 행동이 법적으로 정당했는지를 따지기 전에,

우리는 그녀를 그 상황으로 몰아넣은 구조에 대해 먼저 질문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아이들을 얼마나 쉽게 ‘문제아’로 낙인찍고,

그 낙인을 방패 삼아 방치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된다.




책 속 심리 치료사는 말한다.

“윤리는 내가 살아가는 이유, 내가 방어하는 것, 꿈꾸는 이유 같은 거야.”

그 말이 오랫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윤리는 법보다 앞서야 한다.

그리고 그 윤리는 누군가의 절규와 외침 앞에서

귀 기울이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믿는다.

『내 발아래 시한폭탄』은 청소년이 처한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우리 모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떤 어른인가요? MK를 외면하지 않을 자신이 있나요?




 

읽는 내내 불편했고, 마음이 무거웠지만, 바로 그 점이 이 책의 힘이었다.

아이들이 외치고 있다. 들어달라고. 외면하지 말아달라고.

이제 어른들의 차례다.

그리고 다짐하게 된다.

“앞으로 MK 같은 아이가 내 앞에 나타난다면, 외면하지 않겠다고.

그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어른이 되겠다고.”


 

이 책은 그런 다짐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단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 아니라,

모든 어른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임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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