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 - 요양원을 탈출한 엄마와 K-장녀의 우당탕 간병 분투기
유미 지음 / 샘터사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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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부모의 노화와 죽음을 마주하지만,

그 순간이 오기 전까지는 외면하기 쉽다.

『창문 넘어 도망친 엄마』는 작가 유미가 암 투병 끝에

뇌종양 판정을 받은 엄마를 간병하며 겪은 생생한 경험을 바탕으로,

죽음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지는 책이다.

책은 단순한 감동을 넘어서,

한국 사회가 직면한 돌봄 노동과 의료 시스템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 “나는 부모를 끝까지 책임질 수 있을까?”

✔️ “좋은 죽음이란 어떤 모습일까?”

✔️ “죽음 앞에서도 우리는 자유로울 수 있을까?”



MZ세대 딸과 베이비붐 세대 엄마, 돌봄의 무게

작가의 엄마는 유방암, 신우암, 폐암을 이겨낸 강한 사람이었지만,

뇌종양과 함께 찾아온 섬망(혼란스러운 정신 상태)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딸인 작가에게 간병의 책임이 자연스럽게 부여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돌봄 노동’이 여성,

특히 딸에게 집중된다는 현실이다. 부모를 사랑하지만,

간병이 주는 신체적·정신적·경제적 부담은 너무나 크다.

“가족이니까 당연한 거 아니냐” 라는 말로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것이 과연 공정한가?

또한, “MZ세대는 베이비붐 세대를 부양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인상적이었다. 돌봄이 여전히 가족의 몫으로 남아 있다면,

그 무게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다.



 

‘좋은 죽음’은 가능할까?

이 책이 던지는 또 하나의 핵심 질문은 “어떤 죽음을 맞이할 것인가?” 이다.

우리는 ‘웰빙(Well-being)’을 이야기하면서

‘웰다잉(Well-dying)’은 쉽게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 요양병원에서는 고액의 항암 주사를 권유하고,

✔️ 대학병원 응급실은 환자를 가려 받으며,

✔️ 요양원은 여전히 ‘현대판 고려장’ 취급을 받는다.


 


죽음 앞에서도 자유롭지 못한 현실이 씁쓸했다.

살아온 방식대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의 시스템은 그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책은 ‘좋은 죽음’이란 단순히 ‘편안한 죽음’이 아니라,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것 이라고 말한다.

누구에게도 짐이 되지 않으면서 삶을 온전히 마무리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인적인 준비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식 변화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는 모두 이 문제를 마주하게 된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부모님의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

나는 내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이 책이 울림을 주는 이유는, 이 모든 고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 이다.

지금은 부모의 죽음을 걱정하는 세대가,

언젠가는 자신의 죽음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결국 ‘좋은 죽음’이란 ‘좋은 삶’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까지 존엄을 지킬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 이 책은 그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것은, 삶을 더 단단히 살아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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