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짜 노인 그럼프 그럼프 시리즈
투오마스 퀴뢰 지음, 이지영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16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누구나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뀔 때마다 나이를 먹어간다. 우리는 누구나 아이에서 청년을 거쳐 노인으로, 삶의 종착인 죽음으로 한걸음씩 다가가지만 사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거나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기에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죽기를 원하고 이를 준비하는 80세 노인 그럼프를 괴짜노인으로 정의한듯하다.

핀란드소설 괴짜노인 그럼프는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준비하는 한 노인의 행적을 따라감으로 삶의 가치와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치매로 요양병원에 있는 아내에게 매일 찾아가 돌보는 그럼프. 그는 자신은 인생의 끝자락을 누군가에게 의지하며 요양병원에 살기를 거부하며 스스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죽음을 맞이하길 원한다. 이를 위해 관을 짜고 옷을 맞추며 장례식을 준비한다. 그 와중에 유언장을 쓰려는데 잉크가 없어 집에 찾아온 아들과 함께 잉크를 사러 출발하는데...

글을 읽다보면 현실과 맞물려 그럼프의 살아온 인생을 엿볼 수 있다. 9살때부터 월급을 받았던 그럼프. 평생을 가족을 위해 숲에서 열심히 일하고 집을 짓고 전쟁을 거쳤으며 아이들을 키운 그럼프. 그럼프의 인생을 되집으며 아들의 탄생에 일하던 곳의 추위를 기억하는 그럼프에게 애잔함도 느껴지고 동시에 전쟁 후 나라의 발전을 위해 일하던 우리 아버지세대 인생의 힘겨움이 함께 느껴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평생 자신의 손으로 번 정직한 돈으로 가족을 보살펴온 그램프였기에 자신의 죽음도 그 누구의 도움 없이 준비하려는 그럼프의 행동이 읽을수록 점차 이해되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재미있었던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로 묶여있었는데 그럼프의 말을 이게 생각인지 말인지 알 수 없게 뭉뚱그려 쓰였다는 것이다. 그래선지 그의 생각과 말을 따라가다보면 그에게 더욱 감정이 이입되어 그를 더 잘 이해하고 소설에 깊이 빠져들 수 있었다.

또 다른 재미있는 부분은 80세의 노인이 바라보는 세상이다. 여성의 인권이 신장되다못해 며느리에게 두려움을 느끼며 아들의 감정표현이 신기한 그럼프, 이웃집 태국아이의 대부가 되고, 제조업을 중국에 맡기고 경제적 원리로 모든 것을 경정하는 사회에 대한 비판, 메모장과 컴퓨터, 지도와 내비게이션 등 새로운 물건에 대한 그의 생각과 품안텔레비젼(아이패드?)의 신비한 세계에 빠진 그럼프.. 등 과거에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었던 세상과는 많이 다른 현실이지만 서서히 거기에 적응해 나가는 그럼프의 모습에서 점점 고령화사회로 변모해가는 우리 사회의 현실과 함께 아이부터 어른, 노인이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방법을 살짝 엿본거 같은 느낌이다.

인생은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하는 그럼프. 그렇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의 느낌은 책의 원제처럼 그럼프의 행복한 날로 정의 내려도 좋을 듯하다. 공영 라디오방송에 작가가 연재한 단편으로 시작하여 2015년 최고의 유럽소설이 되기까지 그럼프를 통해 즐거웠을 독자들~ 다음편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럼프를 또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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