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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결혼 대신 야반도주 - 정해진 대로 살지 않아도 충분히 즐거운 매일
김멋지.위선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평점 :
유난히도 여행 취향이 잘 맞던 녀석과 했던 약속
‘서른 전에 세계여행을 하자!’
마침 내 나이 서른! 이보다 근사한 명분이 어디 있는가!
서른,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만 같았다
지금 나와 같은 나이에, 나와 같은 연차의 직장을 그만 두고 소꿉친구와 떠난 세계일주
2년이라는 시간동안 스페인, 포르투갈, 모로코, 쿠바, 멕시코,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파라과이, 브라질, 호주,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라오스, 남아프리카, 나마비아, 잠비아, 잠바브웨, 보츠와나, 인도를 베낭 하나만 가지고 떠났다
삶을 되돌아보는 길이라는 말이 정말 맞는 것일까
질풍노도였음에 내 영혼 하나 지키기도 버거웠던 10대를 지나, 적어도 타인에게 피해는 입히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왔던 20대. 그리고 이제 서른
30대에는 주변 사람들과 내가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바라건대 40대 이후에는 내가 걷지 않은 길에서도, 만나지 못한 사람에게도 긍정적인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 역시 서른을 맞이해 비로소 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나를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두 작가님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많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1
아르헨티나에서의 에피소드는 너무 슬펐다
러시아에서 온 외롭고 적적했던, 사람이 그리웠던 할아버지 알렉산드로..
뭔가 알 수 없는 울컥함에 다른 페이지로 넘어가 읽어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을 정도다
아직도 선임작가님의 마음이 아프다고 할 정도로 읽고 있던 나도 너무 마음이 아파 몇 번이나 그 부분을 다시 읽곤 했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2
인도에서 맹장이 터지다니......
나 역시 늘 여행자보험을 들 때마다 ‘비상상비약을 이렇게나 챙겨가는데 뭔가 돈이 아깝다.. 병원 가 본 적은 한 번도 없는데’였는데..
전 세계를 여행하고 귀국 3일 전 인도에서 appendectomy를 해야할 상황이 오고, 막상 수술대에 오르니 penitonitis가 심해 op 후 icu care까지..
정말 선임작가님도 멋지작가님도 너무나 많은 경험을 하고 온 세계여행이었던 듯..!
나 역시 여행을 좋아하지만 돈 버는 개미였다보니 많이 다니지는 못했다
빠듯하게 돌아가는 3교대 근무에 오프 날에도 교육이니 컨퍼런스니 회식이니 쉬는 날이 적어 일 년에 한 번만이라도 꼭 해외여행을 가자! 라는 목표로 늘 풍족한 여행을 해왔다
여행에서 돈 아끼면 못써, 라는 생각이 있어서인지, 힘들게 일했던 보상심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그러한 여행습관으로 백수가 된 올 해, 이탈리아, 홍콩, 마카오, 스페인, 포르투갈, 곧 가게 될 터키까지.. 고이고이 모셔둔 퇴직금으로 풍족하게 여행을 다니다보니 내가 할 수 없는 경험을 하는 배낭여행자들이 가끔은 부럽기도 하다
죽기 전에 과연 작가님들처럼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리고 배낭여행을 갈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늘 꿈꾸고 있다
떠날 용기가 언젠가 찾아와 주기를😉
문득 떠나온 나 자신에게 고마웠다
이렇게 늘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여유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감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사라지는 것을 소중히 여길 줄 알고, 가진 것에 감사할 줄 알고, 현재를 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순서 없이 들었다
그런 시간이 성실하게 켜켜이 쌓이면 나만의 빙하가 만들어지고 꽤 만족스러운 푸른빛을 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