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과 마흔 사이, 41번째 중간고사는 중국에서 - 서른넷에 시작된 중국생활 이야기
강혜선 지음 / 더블:엔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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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한 번째 중간고사가 끝났다
내가 마흔 한 번째 중간고사를 볼 만큼 오랫동안 공부하고 있을 줄도 몰랐고, 마흔 한 번째 중간고사를 중국에서 보게 될 줄도 몰랐다
몰랐던 게 아니라 상상도 못한 일이다
지금으로선 마흔 두 번째 중간고사는 원치 않는다
지긋지긋하기도 하고, 더 이상 어떤 의미를 두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또 은근 기대가 되기도 한다
내 앞에 어떤 일들이 펼쳐질지, 어떤 일이 생기더라도 가능하면 다른 사람들에게도 좋고, 나에게도 좋은 일, 그런 일만 생기길 바랄 뿐이다

인생에서 학업으로 누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중국으로 떠난 강혜선 작가님
20대도 아닌, 중국어 전공도 아닌, 중국에 대해 아는 것도 하나 없는 맨 땅에 헤딩 식으로 떠난 중국에서 겪었던 일 들과 느꼈던 감정이 고스란히 베어있는 책이다

요즘 ‘내가 가진 문화가 이렇구나’하고 느낄 때가 많다
보고, 듣고, 먹어보았을 때 생소하거나 불편하게 다가오는 것은 30여년 동안 내가 지니고 있던 것이 아니다
다른 문화 속에서 살아가는 것에는 여행과는 또 다른 무언가가 있다
중국에서 얼마나 머무를진 모르겠지만, 지금의 시간을 통해 나와 우리 문화를 더 잘 알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꼬꼬마시절, 북경과 상해 두 곳을 여행했다
해외여행이 대중화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보니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이해도 보다는 그저 외국에 나간다는 것에 대한 설레임이 있었던 것 같고,
기억나는 건 정말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빈부격차가 이렇게 심할 수도 있구나, 도시화된 사회 속에서 슬쩍 보이는 옛 것의 아름다움 등..
종종 중국으로의 여행을 다시 가고 싶지만, 주변인 모두가 중국에 대한 엄청난 선입견이 있어 싫다고 하는 통에 아쉽기만 하다
(나 역시 중국 외의 나라에서 여행 중 중국인들과 싸울 뻔 한 적도 많았고, 놀라울 정도로 상식적인 대화가 통하지 않았던 적이 많았지만서도 그들은 14억 인구 중 일부일 뿐, 모든 중국인에게 편견을 갖고 싶지는 않다)
해외 여행 경험은 있지만, 해외 거주 경험은 없다보니 여행자가 아닌 거주자로서 나와 다른 시선으로 보는 외국이 늘 너무나 궁금했다

어느 곳에 있든 시간은 같다
매일을 느끼고 감사하며 지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모르고 왔지만 운명처럼 이곳에 오게 된 이유가 그것이 아닐까 싶다

막연한 불안감과 걱정만을 가지고 가게 된 중국에서 현지 문화를 알게 되고, 그 문화 속에 자연스레 녹아들어가는 작가님의 감정의 변화를 볼 수 있다
아무리 가까운 나라고, 왕래가 많은 나라라 해도 내 자신이 그 나라에 대한 지식이 없다면 미지의 세계인 것인데, 그 안에서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작가님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제대로 경험해보지도 않고 지레 걱정을 했었다
관광지 식당이야 배를 채우기 위한 곳이 많은 게 당연한데 그것으로 모든 걸 판단했다
중국음식, 먹어보니 먹을 만하다
10년을 살아도 끝끝내 맞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새로운 문화를 받아들이기 위해선 몇 번의 도전은 필요한 것 같다
섣불리 판단하고서 경험해보지 않기에는 세상에 좋은 것들이 지천이다

나에게는 이민을 간 삼촌이 있었기에 어릴 적부터 유학에 대해 부모님께서 많이 권했었다
하지만 어릴 적에는 지금과 다르게 겁이 많았고, 우선적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다른 눈동자,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함께 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게다가 총기소지국가이다보니 삼촌과 외숙모가 일하시는 시간에는 늘 사촌동생들도 차량기사, 가정부 2명과 함께한다는 말에 지레 겁을 먹고 안가겠다고 떼를 썼다
지금에 와서는 내가 왜그랬을까 하며 땅을 치고 후회를 하지만🤦🏻‍♀️ 사춘기 소녀였던 나는 irritable한 mental과 더불어 겁이 많았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작가님의 말에 매우 공감이 갔었다
이제 와 생각해보면 왜 제대로 경험도 해보지 않고 지레 겁부터 먹었을까
사람의 걱정 중 대부분은 쓸데 없는 걱정이라 한다
나보다 더 많은 나이에 떠난 작가님에게 존경의 박수와 응원을 하고 싶다

뻔하지만, 청춘들이 얼마나 멋진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알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들의 꿈이 실현될 것 같아서, 나보다 더 잘 될 것 같아서, 시샘의 대상이 되는 시기
도전은 경험이 될 거라며 실패도 격려받을 수 있는 특권의 시절
청춘인 그들도, 청춘을 지나 새로운 시작을 하는 나에게도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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