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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몽땅 떠났습니다 - 엄마가 떠나고 여행이 시작되었다
김지수 지음 / 두사람 / 2020년 1월
평점 :
3대에 걸친 부자들이 여행을 떠났다, 그것도 미국으로.
애초부터 이런 여행을 계획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흥미로웠다.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여행을 가고 싶었고, 고른 여행지는 미국이었고, 혼자 가기에는 조금 그랬고, 함께 할 사람을 물색하다보니 여섯살난 아들과 미국유학을 했던 아버지가 눈이 들어왔었을 뿐. 단지 그 이유로 삼부자의 미국여행은 시작되었다.
나 역시 엄마를 모시고 유럽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기대에 부풀어 비행기에 올라탔던 순간은 잠시, 정말 열심히 싸우며 다녔다. 말도 안 통하고,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나는 엄마에게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싶고, 조금이라도 더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보니 작가님과 같이 하루가 다르게 예민해지기 시작했다. 애초에 행복한 추억을 쌓기 위해 온 여행이것만, 그 의미는 점점 퇴색되어가고 이러려면 뭐하러 왔나 하는 후회를 밤마다 하곤 했다. 그 동안 엄마와 국내여행도 단 둘이 종종 가곤 했었기에 엄마와의 첫 유럽여행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당시 여행을 마치고 나는 후회스러움에 혼자 많이 울었다. 왜 더 잘 해주지 못했을까, 엄마가 원한건 더 많은 구경을 하는 것보다 나와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을텐데 낯선 타국에서 엄마를 더 외롭게 만들지는 않았나하고. 작가님과 아버지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 때의 기억이 떠올라 작가님의 마음도, 아버지의 마음도 모두가 너무나 이해가 갔다.
3대가 함께 하는 여행. 처음에는 아무 생각 없이 '와, 나도 언젠가 저런 여행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책장을 넘겼고, 책장을 넘길 수록 얼마나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인지 알게 되었다. 6살 아들을 위해 어른들이 포기해야하는 것도 많고, 아이의 컨디션과 흥미를 따르다보면 아버지의 희생도 따라야했고, 어른들의 여행에 지쳐가는 아들이 걱정도 되고, 이래저래 저자는 샌드위치로 위아래 눈치+챙김으로 스트레스가 더 커보여 안타까웠다. 3대가 함께하는 여행은 아이가 조금 더 커서, 어른들을 이해할 때가 되면.. 이라는 혼자만의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물론 그 때까지 나도, 부모님도 건강관리를 잘 하는게 가장 중요하겠지만.
여행을 좋아하면서도 특별히 미국 여행에 대한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가족 중 유일하게 미국에 다녀왔던 아빠께서 보여주신 여행사진을 봐도, 미국에 자리 잡은 친척언니의 이야기도 딱히 큰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던 것 같다. 단, 최애 미드인 그레이 아나토미를 한참 즐겨보던 시절 시애틀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봤다. 그런 내게 이 책을 읽으며 미국여행을 가보고 싶다는 충동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작가님의 여행은 결코 평탄하지는 않았지만^_ㅠ 책 중간중간에 있는 사진들과 느낀 표현들을 읽다보면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는 경이로운 자연경관이 펼쳐져 있는 듯한 상상이 된다. 아, 떠나고싶다.
3대가 함께 한 여행에서는 어머니가 문득문득 함께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아들인 저자의 여행에는 문득, 예고없이 어머니가 떠올려지고 그리워하는 모습이 발견되어 슬펐다. 아마 모두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개인적으로 저자의 아버님이 나는 너무나 멋있었다. 떠나려는 의지와 계획 그리고 늘 준비된 체력만 있으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달았고, 나같은 여행러들에게는 희망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나 아버님이 책 중간중간 나오는 찍으신 사진들은 입이 떡 벌어질만큼 너무나 멋졌다. 요즘 작가들의 사진처럼 색보정이 과하게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너무나 멋진 작품들이 가득해 존경스러울 정도였달까.
여행이 끝나고 난 뒤, 저자는 분명 아버지를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다. 사실 가족일지라도 일상에서 보는 모습과 여행에서 보는 모습은 다르고, 서로가 낯선 상황을 함께 경험하며 서로에대해 더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에 저자에게도 아버지에게도 큰 경험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아버지와 저자에게 또 함께 떠날 날이 오기를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