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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동하러 가야 하는데 - 하찮은 체력 보통 여자의 괜찮은 운동 일기
이진송 지음 / 다산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나는 배구선수 출신 아버지와 기계체조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청난 운동신경을 가지고 태어났을 것이란 편견을 깨고 어릴적부터 몸치 박치 개치 모든 것을 다 가지고 태어난 덕분에(누굴 닮은거지..) 어린 시절부터 발레, 배구, 핸드볼, 골프, 요가 등을 꾸준히 배워왔다. 하지만 모두가 그렇듯 바쁘고 지치는 직장인은 운동과의 거리가 멀어졌고, 운동을 안하는 사이 하염없이 중력을 따르는 살들과 허리 통증, 저질체력을 장착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간단하다. 다시 운동을 해야 할 구실이 필요했다. 올 초 새로운 직장에서 만난 힙라인이 너무 예쁘던 그녀가 필라테스를 한다는 말에 혹해 다짜고짜 등록하였고, 이직을 하면서 매일 왕복 132km를 운전하고 다니면서도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정말 꾸준히 해왔다. 그러나 매일같은 장거리 출퇴근이 힘들어 직장 근처로 이사를 오고, 마땅한 곳을 찾지 못해 필라테스를 그만 둔 지 3달이 지났다. 겨우겨우 키워놓은 엉덩이는 다시 쪼그라들어가고 한동안 극심한 피로에 시달려야 했다.
우리는 운동을 해야하는 목적을 생각해봐야한다. 단지 살을 빼기 위해서,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건강한 체력을 만들기 위해서 혹은 살기 위해서. 저자는 아픈 몸이라도 살아내길 바라는 마음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복싱, 요가, 아쿠아로빅, 수영, PT, 커브스, 댄스, 승마, 필라테스 등등 자신의 몸과 체력, 그리고 성향에 맞는 운동을 할 때까지 계속계속 말이다.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나 여성들의 경우 학창시절 남성에 비해 다양한 종목의 스포츠를 가르치지 않기 때문에 사회인이 되어서 쉽게 도전을 해보지 못한 채 여성들만이 하는 운동의 한계 안에서만 도전을 하게 된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내가 어렸을 적만 해도 같은 또래 여학생들이 태권도를 다닌다고 할 때 조신하지 못하고 천방지축이라는 꼬리표를 붙이던 것도 어른, 점심시간 식사 후 축구를 하는 여학생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던 것도 어른(선생)이었다. 어른들의 시선 폭력 안에서여성들의 운동은 체력단련이나 스트레스 해소가 아닌 다이어트 목적으로 점점 진화하지 않았나 싶다.
우리나라는 유독 운동에 소극적이지 않았었나. 학교 수업 과목에서 국영수보다 운동을 더 중요시 여기는 선진국들에비해 우리는 있는 체육시간에도 자습을 시킬 정도로 입시공부에만 목을 멘다. 운동은 특별한 날(=체력장 혹은 체육대회)에만 하는 일이 빈번하다보니 우리도 모르게 어린 시절부터 운동과의 거리감은 멀어져있지 않았을까. 자연스레 운동이 생활에 녹아있는 것이 아닌 운동 역시도 경쟁을 해야하다보니 스포츠를 즐기지 못하고, 하기는 싫지만 억지로 도살장 끌려가듯 가야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것이다.
이 책은 단순한 운동 권장 에세이가 아니다. 운동이라는 행위에 따른 이제껏 드러나지 않았던 온갖 사회적 문제점과 더불어 앞으로 나라 전체의 문화를 바꾸기 위한 생각의 전환을 할 수 있는 책이다. 체력은 국력, 체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운동이 생활화 되어야하고, 운동에 있어 차별이 있어서도 안 되며 즐기고자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곧 200세 시대도 온다는데, 건강한 사회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마인드의 변화, 운동과 친구가 되려는 노력을 해야겠다.
그런의미로 내일부터 3개월 간 잠시 중단했던 필라테스 다시 감! 자그마치 1년이나 끊은 패기. 열심히 운동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