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김선영 지음 / Lik-it(라이킷)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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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었지만 잊지 않은 것들
청소년기 담낭암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야했던 혈액종양내과 의사 김선영의 이야기. 담낭암 투병 중 어머니, 아버지가 쓰셨던 투병일기를 바탕으로 그리고 본인이 겪었던 아버지의 투병시절, 돌봐온 환자들과의 기억을 토대로 덤덤하게 작성해 낸 글이다. '의사가 되어 아버지의 죽음을 생각하다.' 그녀는 아버지의 암투병때문에 혈액종양내과를 선택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혈액종양내과 전문의가 되고 나서 아버지의 암투병 시절을 그리고 죽음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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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으로써 암 환자를 맞이하는 마음가짐은 과연 어떨까. 나는 연민의 감정을 많이 느꼈던 것 같다. 모두가 나에게 '친절도 병이다'라고 할 정도로 언제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그들이기에 최대한 그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자 노력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섭섭했을 환자도, 불만을 가졌을 환자도 있겠지만 말이다. 임상 간호사 시절의 대부분을 집중치료실에 있었기에 나 혼자서 보는 환자의 수는 최대 4명이었지만(이 역시도 중환자실 치고는 많은 편이었다.) 병동 간호사 시절은 적게는 18명, 많게는 36명까지 봐야했던 기억이 있다. 간호사도 의사도 의료인 1인 당 봐야했던 환자 수가 많기에 환자와 보호자의 마음을 세세하게 어루만져줄 수 없음에 안타까웠고, 어느 순간 '내가 이런 것 까지 해줄 수는 없어'라며 자기타협을 하게 되곤 했다. 그러면서 마음 한 켠에는 큰 짐처럼 남았고, 두고두고 후회하는 소심이로 전락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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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우리나라에서는 호스피스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졌다. 평안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도록 현재 보건소에서도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신청할 수 있게 하고 있다. 아직 어느 것이 좋다고는 할 수 없지만, 죽음을 맞이하는 한 사람의 인권을 생각한다면 의료진과 자녀들의 욕심으로 죽음으로 가는 길을 비참하게 만들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요즘 나의 마음가짐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방문간호가 더 성장해야 하는 이유이고, 장례 절차에서 편안하게 보내드립니다가 아닌,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편안하게 보내드립니다가 더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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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환자분들을 보내드리며, 나는 늘 돌아가신 환자분께 더 잘해드리지 못했던 것에 대한 죄책감 그리고 남아있는 가족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더 컸다. 하지만 떠날 준비를 하는 환자가 어떠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그저 부정-분노-타협-우울-수용 이 단계만 생각했을 뿐. 그러고도 내가 제대로 환자를 돌봤다고 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이야기한다. 사랑하는 사람의 삶이 저물어가고 있다면, 지금 당신에게 무엇이 가장 소중한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누구와 함께 있고 싶은지한 번쯤은 꼭 물어보았으면 좋겠다고. 우리는 과연 타인의 슬픔을 이해할 수 있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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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이라는 곳을 떠나고 공공기관으로 들어온 후 단 한 번도 병원에서의 기억을 들춰본 적이 없다. 병원은 환자와 가족의 기억이 얽히고 감정이 쌓이는 장소다. 아울러 의료인의 기억과 감정도. 그래서인지 과거 근무했던 병원 근처를 지나가는 것 조차도 힘들다. 병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 자리에 있고, 어두운 경사로처럼 언제나 그 자리에서 새로운 슬픔을 받고 품는다. 나는 과거의 기억에 아직도 아프다. 남아있는 가족들에게도 아픈 기억일 것이다. 환자와 대상자에게 너무 아픈 시간이 아니게끔 의료계는 더 노력하고 개선해야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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