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엄마를 부탁해 - 문득 전화가 하고 싶어졌다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어제 서울에 계신 어머니로 부터 전화가 왔다.

집에 막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있던 차였다.

"야야...우리 옆에 식당이 있는데 해장국집이라...

식당도 엄청 큰데...그집 사장 아들이 대학도 나오고 했는데

식당이 크니까 배달도 하고 일을 돕고 있단다...

근데 야가 연말이라고 후배들하고 술을 마신다고 나갔다가

지금 3일째 행방불명 됐는기라...무슨 사이비 종교단체랑 연관된 거도 같고..."

갑자기 다른 사람이야기는 왜 하시는 지 몰랐다.

"뭐, 술마시고 어디 퍼질러 있겠죠...근데 갑자기 그 이야기는 왜 하세요?"

라고 했더니

"요즘 이상한 종교단체에서 사람 꼬드겨가 감금 시켜놓고 제사하고

뭐 이런 데가 많다더라 조심하래이..."

갑자기 뜬금없이 걸려온 전화에 웃음이 나왔다.

 

어머니는 예전부터 걱정이 많으셨다.

다칠라 조심해라, 건강 조심해라, 상처 받지말고, 기죽지 마라....

세상 모든 어머니의 마음은 오로지 자식 걱정인데,

세상 모든 자식은 어머니의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한다.

 

드디어 읽었다.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은 역시 '신경숙'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수작이다.

 

한때 많은 문학작품에서 '아버지의 부재'에 대해 유행처럼 다뤘던 적이 있다.

'달려라 아비', '오빠가 돌아왔다', '박민규'의 소설들...뭐 대충 이 정도로 기억이 난다.

그런데 '엄마를 부탁해'에서는 어머니의 부재를 그리고 있다.

그것도 실종이야기다. 하지만 이 책은 엄마의 실종을 통해 오히려 엄마의 존재를 더욱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어머니는 부재했던 것이 아니라 늘 변함없이 우리 곁에 있었던 거다. 

한결같이...

 

이 책을 읽고 모두의 반응은 한결 같았다고 한다.

문득 어머니께 전화를 하고 싶었다...

[리뷰]딜리셔스 샌드위치 - 나만의 착각, 충격!

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난 사실 이 책이 이런 책인 줄 몰랐다.

저자의 뉴욕 여행기겠지, 아니면 요리책이겠지...

이렇게 생각했던 나에게 충격을 줬던 책이다.

 

이 책은 저자 유병률 씨가 빈털털이로 미국에서 부딪히며 보고 느낀 것을

적은 책이다. 하지만 여행기는 아니다.

이른바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인 대한민국에서

'낀 세대'라 불리는 우리들이 샌드위치라는 상품이라면

어떻게 '딜리셔스한 샌드위치'가 될 수 있을 것인지 그 해답을 찾는 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저자는 문화와 스타일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얼마전 '부산디자인 포럼'에 다녀올 일이 있었다.

물론 나의 지식욕이나 공부를 하기 위해 간 것은 아니었지만

초청강연회를 통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해외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시작되었던 도시 디자인,

도시에 디자인으로 옷을 입힌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런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도시는

어느 도시와 비교해봐도 경쟁력이 있는 도시라는 거다.

 

문화와 스타일,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 부터 개인의 경쟁력, 도시의 경쟁력, 나라의 경쟁력으로 삼아왔던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그 힘의 원동력을 다시금 실감하게 됐다.

 

글쓰기의 무공비급 - 전방위 글쓰기

전방위 글쓰기 - 글과 생각이 깊어지는 웹 2.0시대의 글쓰기 매뉴얼
김봉석 지음 / 바다출판사 / 2008년 11월

요즘처럼 글쓰기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도 없는 것 같다.
아이들은 논술교육이다 해서 고액의 과외비까지 지불해가며
글쓰기 교육을 받는 시대니까 말이다.

 

비단 논술뿐만이 아니다 블로그나 개인 홈페이지가 생긴지 대략 10년,
그 10년 동안 블로그라는 개인 공간은 개인공간을 넘어서
대중과 호흡하고 소통하는 공간이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언론사 보다 더 빠른 정보를 우리에게 전달하는
웹2.0시대의 전령사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이 공간을 통해 무수한 작가들을 배출해낸 것도 사실이다.

 

김봉석의 ‘전방위 글쓰기’는 이러한 맥락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에서는 우리가 글을 쓰는 몇 가지 이유와 평생 써먹을 수 있는 글쓰기의 기본기,
그리고 전방위적인 글쓰기, 그리고 무엇에 대해 쓸 것인지 팁을 전해주고 있는데
4개의 파트로 나눠서 독자에게 친절히 ‘글쓰기의 비법’을 전수해 주고 있다.

 

믈론 여느 독서나 글쓰기 관련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결국 결론은 하나다
많이 읽고, 많이 느끼고, 많이 써 볼 것.
천편일률 적인 답이지만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고 선별해서
자신의 것으로 채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무림에도 많은 비급이 존재한다.
구양진경이니 규화보전이니 무수한 무공비급이 존재한다.
하지만 어느 것을 택하든 간에 자신이 무공을 얼마나 절차탁마하느냐에 따라
무림 고수로 거듭날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글쓰기의 고수가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끊임없이 읽어라, 그리고 끊임없이 글을 써라.

철학콘서트를 읽고

철학 콘서트 1 - 노자의 <도덕경>에서 마르크스의 <자본론>까지 위대한 사상가 10인과 함께하는 철학의 대향연 ㅣ 철학 콘서트 1
황광우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6년 6월

가끔 이런 일이 있다. 예전부터 벼르던 일인데 왠지 모르게 손에 잘 잡히지도 않고,
그렇다고 엄두도 나지 않는 것. 바로 이 책이 그렇다고 할까?
(물론 책의 내용이 그렇다는 건 아니다)

 

황광우의 ‘철학콘서트’는 오래전부터 읽어봐야지 하면서 벼르던 책이다.
방송국에서 작가로 일할 때 선배중 하나가 꼭 읽어보라고 권했던 책이다.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이 선배가 추천한 책은 한참이 걸려서야 읽게 된다는 이상한 습성이 있다.

(이 선배가 추천한 책 대부분이 돌베개에서 나온 책으로 조금 읽기 어려웠고,

이 선배가 추천하는 건 꼭 읽고나서 토론을 해야 하는 '숙제'라는 느낌이 강했다.)

아무튼 ‘철학콘서트’를 언제 꼭 한번은 읽어봐야지 하고 벼르다가 지난달 책을 구매하면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사실 읽은 지도 한참이 지났는데 리뷰를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미루다가 이제야 쓰는 건 무슨 조화인지...

이제야 읽게 되서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좋은 책을 왜 이제야 읽었나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이 책은 황지우 시인의 동생인 황광우 선생이 쓴 책이다.
동서양의 철학가 10명이 함께 풀어놓는 철학이야기는 그야말로 한 편의 오케스트라를 듣는 듯한 느낌이다.

그들의 사상이 한꺼번에 정리되는 듯한 느낌은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책의 제목이 ‘철학콘서트’일까? 그렇다면 지휘자로서의 황광우 선생의 능력은 탁월하다.

노동운동가인 황광우 선생의 사상적인 배경이 되고 있는 10인의 철학가들의 이야기는

여타 다른 철학서적들과는 달리 쉽게 읽힌다.

여기서 이 책의 특징이 나타난다. 어렵게만 느껴지는 철학을 쉽게 풀이한 것,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구어체로 읽기 쉽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철학 콘서트’ 전에 읽은 ‘호모부커스’에서도 나오는 말이지만, 역시 고전의 중요성은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이 책에서 황광우 선생의 한 선배는 플라톤의 ‘국가’라는 책을 원문으로 읽으라고 후배인 황광우 선생에게 권했다고 하는데,

나는 원문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은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대학시절 마르크스의 평전을 읽어보려고 늘 시도만 해보다가 하지 못했던 것도

언제 시간을 내서라도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고, 올해는 꼭 성경 통독을 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결국 이 책으로 인해 더 많은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숙제만 남게된 셈인가?

매일 이별하며 살고 있는 그대를 위해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 대한민국 30대를 위한 심리치유 카페 ㅣ 서른 살 심리학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08년 2월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요즘 약간의 우울증에 빠져 있는 것 같다.
어젠 괜히 영화를 보면서 줄줄 눈물을 흘리기도 했고,(이터널 선샤인)
하루에도 몇 번씩 감정의 기복으로 인해 롤러코스터를 타기도 한다.

 

내 우울증의 원인이 되고 있는 화두, 바로 사랑이다.
“나를 사랑하고, 타인을 사랑하라.”
지인과의 대화에서 던져진 화두인데, 사실 이 화두 때문에 며칠간 계속 우울했다.

 

“나는 자신을 사랑하지 못해,
그래서 자기 관리도 철저하지 못하고 자기계발도 허술하게 하고 있어.
그리고 타인을 사랑하지 못해서 쉽게 어울리지도 못하고
남에게 먼저 다가가지도 못하는 인간이야...”

 

화두에 대해 고민하면 할수록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다가도
나는 나 자신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하고 앉아 있는 거고,
내가 다른 사람을 많이 사랑하기에 타인이 상처받지 않게 나도 모르게
불필요한 배려를 하고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 파스칼은 ‘인간은 생각하는 갈대’라고 했지 않았던가?
인간은 작은 바람에도 휘날리는 연약한 갈대다.
물론, 상상은 자유!
생각하라, 그리고 또 생각하라...

 

‘서른 살이 심리학에게 묻다’는
하루에도 몇 번씩 ‘멍’한 상태로 출퇴근을 반복하고 있는 나에게
5일 동안 친구가 되어 준 책이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갑내기 선배가 읽고 있던 책이었는데,
제목이 끌려서 다이어리에 적어두었다가 이번에 구매하게 된 책이다.

 

지금까지 심리학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서른.
이 책에서는 서른의 심리 상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있다.
왜 심리적 갈등을 겪는지, 왜 사랑하지 못하는지.
왜 우울하고 왜 불안한지 자세히 설명해 주고 있는 책이다.

 

서른을 앞두고 이런 저런 고민에 빠져있는 나에게 이 책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은 언제나 옳다. 그러니 거침없이 나아가라.”

 

서른을 앞두고 또다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서른 즈음’에 있는 청춘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