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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괜찮아 -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 두 번째 이야기
엘리자베스 길버트 지음, 노진선 옮김 / 솟을북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올 해의 첫 책이 되었는데 제목이 참으로 노골적이다. 결혼해도 괜찮아, 라니.
결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나, 혹은 결혼을 앞두고/ 결혼 적령기의 불안해하는 사람이
읽어야 할 것 같은, 마치 지하철에서 읽고 있으면 "나 결혼에 관심 많아요" 하고 선전하는
듯한 제목이라. 관심이 전혀 없을 수야 없겠지만 그래서 조금 주춤거리는 면도 있었다.
그럼에도 읽기 시작한 건, 일단은 엘리자베스 길버트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던 듯하다.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책과 영화를 보고, 테드에서의 강의까지 보고 나서 난 이
매력적인 작가에 대한 어느 정도의 신뢰감이 생긴 듯 하다. 그녀가 말하는, 결혼해도 괜찮아,
라면 귀 기울여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 이야기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후속편 격이라는 데에도 마음이 쏠렸다.
슈렉의 첫 장면을 보면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라는 전형적인 동화의 해피 엔딩 페이지를
쫙 찢는 장면이 나온다.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오래오래...로 계속되는 삶은 아무래도 드문
것 같다. 이것은 사랑하라, 편에서 엘리자베스가 만난 매혹적인 이국의 연인 펠리페와의 연애
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사랑이 변한 건 아니지만 행복한 두 사람 앞에도 장애물이 닥쳐온다.
그것은 바로 결혼. 결혼에의 상처를 딛고 간신히 타인을 향해 마음을 열게 되고, 자유롭고
개방적인 관계를 즐기던 두 사람이 미국에서 함께 있기 위해서는 "결혼" 하지 않을 수 밖에
없게 된 것. 그래서 엘리자베스는 결국 사시사철 기도하는 마음으로 결혼을 준비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준비란 혼수 준비나, 결혼식 대관, 웨딩 촬영 등을 말하는 게 아니라 자세의 준비,
학술적인 준비, 결혼이란 어떤 것이며 두 사람이 어떻게 결혼 생활에 임할 것인가에 대한, 심각하면서도 다소 이채로운 준비를 일컫는다.
내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작품을 즐기는 까닭은 우선 그녀의 재치 때문이다. 과하지 않은.
난감하고 공포스런 상황 속에서도 거침없이 쏟아지는 유머. 세상을 향해서뿐 아니라, 스스로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내지르는 시원한 일갈.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가장 큰 난관이 가장 큰
교훈이 됨을 깨닫고 진솔한 태도로 마주하는 용기도 아름다웠다. 본받고 싶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다양한 방식으로 존재하는 결혼 인정하기, 나의 어려움 혹은 문제와 마주하기, 어려움이라도 때로는 웃으면서 헤쳐나가기. 이런 태도를 배울 수 있는 한 해의 첫 권이라면 좋지 아니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