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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러건트 유니버스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승산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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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뭐래도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수많은 [교양]과학서적이 주장하는 모토인 -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첨단과학의 세계 - 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점일 거에요. 물론 포인트가 [누구나]쪽인지, 아니면 [첨단과학]쪽인지는 좀 애매모호한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책은, 양자역학 이후로 물리학의 세계에 가장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 현재형입니다! - 초끈이론, superstring theory 에 대해 개괄하고 있습니다. 전반부에서는 초끈이론이 발생하기까지의 물리학의 변천을, 중반을 넘어 후반부까지는 초끈이론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초끈이론이 만들어낸 우주관까지 설명하고 있구요.

사실 이런 지대하게 어렵기 짝이 없는 학문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풀어서 설명한다는 것은 넌센스에 가깝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아도 인간이 인식하는 3차원 공간에서 11차원 공간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들 방법이 있을까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요. 2차원 평면 위에 4차원 도형을 그리는 것도 어려울 판인걸요. 덕분에 초끈이론에서(다른 과학 분야라고 안 그런건 아니지만)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당연히 수학입니다. 수많은 차원과 공간을 수식과 방정식으로 표현하고, 그를 이용해 각종 변형 형태들을 실험하지요. 이를테면, 초끈이론은 그야말로 이론물리학의 최첨단에 서 있는 겁니다.

그런데 작자는 용감하게도, 정말로 수식을 다 빼버렸습니다.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책 전체를 통틀어 수식은 한 문장도 나오지 않아요. 심지어 뉴튼의 고전역학을 들 때마다 심심하면 나오는 f=ma 정도조차요. 이런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작자인 Brian Greene은 놀라울 정도로 깔끔하고 명쾌하게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시간과 공간이 절대적인 잣대라고 생각했던 뉴튼 역학, 그 뒤를 이어 시간과 공간이 휘어지고 변화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동시에 일반적인 인식에 시차원을 더해 4차원 시공간으로의 확장을 이끌어낸 아인슈타인, 그 뒤를 이어 4차원 시공간을 10차원 이상으로 확장하고, 차원과 공간이 찢겨지고 결합하는 역동적인 것임을 주장하는 초끈이론에 이르는 과정을 읽어나가고 있으면 내가 인식할 수 없는 어떤 거대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러한 경이감을 느끼게 됩니다.

단순히 교양서적으로 분류하기에는 마냥 가볍지는 않은 책이어서, 기본적인 물리학 정도는 숙지하고 있는 편이 읽어 나가기에 훨씬 편한 책이긴 해요. 그러나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시간을 들여 정성스레 한 번 읽어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복작거리는 일상을 잠시 잊고 나를 둘러싼 거대한 우주를 느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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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인생의 이야기 ㅣ 행복한책읽기 작가선집 1
테드 창 지음, 김상훈 옮김 / 행복한책읽기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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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드 창의 [Stories of Your Life and others]('당신 인생의 이야기'로 번역 출간)은 테드 창이 그간 발표한 중/단편들을 한데 묶어 내놓은 일종의 작품선집입니다. 이렇게 서두를 꺼내도 사실 이 작가에 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말도 별로 없어요. 잘 모르니까요. 작가에 대한 깊이있는 이해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반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작품을 읽을 수 없는 것도 아니니 크게 흠이 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해요. 아마, 저 말고 다른 사람들도 낯선 작가가 아닐까-하는 근거없는 희망도 약간 섞여 있기 때문이겠고.

기본적으로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카테고리로 분류한다면 SF에 속하는 글들이에요. 조금 더 세밀하게 이야기를 좁혀본다면, 우리에게는 비일상적인 어떤 것이 정상적으로 인식되는 세계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이야기, 정도라고 하면 어울리려나요. 물론 그 범위는 종횡무진 다양해서, 가까운 근 미래에서부터 신화가 현실이 되는 고대까지 종잡을 수 없을 정도지요. 혹자는 그래서 몇몇 단편을 SF로 부르는게 아니라 판타지라고 해야 옳은게 아니냐, 고도 합니다만 작가는 인터뷰에서도 밝히고 있듯 판타지와 SF를 가르는 배경은 시대적인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하니까요. 딱히 그런 구분에 신경쓰면서 읽을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각 글들이 그렇게 길지 않은 까닭에, 글 전체를 관통하는 것은 하나의 작고 단순해 보이는 생각이기는 해요. 그러나 단순히 반짝이는 소재만으로 글을 끌어나간다기보다는 외려 어마어마하게 꽉 짜여진 틀 안에 글을 채워나가는 스타일에 더 가까워 보여요. 개인적으로는 배경과 상황과 사건과 성격을 정하고, 그 안에서 인물이 살아 숨쉬게 하라-는 지론을 즐기는 편이지만 여기 있는 모든 글들은 모두 작가가 숨쉴 틈 없이 짜 놓은 촘촘한 그물 같아요. 짧은 글들이니만치 답답하다고 느끼기도 전에 한 편씩 읽어내릴 수 있으니까, 이것도 나쁘지는 않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배경과 상황 설정에 기대는 많은 단편들과 달리 그러한 설정은 어디까지나 세계를 구성하는 축이 될 뿐이고, 그 안에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빈틈없이 채워넣고 있는 편이에요. 덕분에 반전에 기대는 단편이라든가 하는 류의 식상함은 조금 덜한 편이구요.  SF라는, 국내에서는 비교적 마이너한 장르문학으로 분류되는 글이지만 그런 선입견을 걷어내고 좋은 단편 소설을 읽는다고 생각해도 괜찮으리라 봅니다. 전반적으로 모두 좋은 글들이지만 개중에도 [Story of Your Life],[Division by Zero]는 꼭 읽어보시라 권하고 싶고, 뒤이어 [Seventy-Two Letters]도 읽어 보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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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들 7
케이스 데블린 지음, 전대호 옮김 / 까치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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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수학의 밀레니엄 문제들 7 | 원제 The Millennium Problems: The Seven Greatest Unsolved

케이스 데블린 (지은이), 전대호 (옮긴이)

Mathematical Puzzles of Our Time (2002)
출간일 : 2004-02-29 | ISBN : 8972913707

차례

0. 도전장은 날아왔다
1. 소수들의 노래: 리만가설
2. 우리 자신을 이루는 장들: 양 - 밀스 이론과 질량 간극 가설
3. 컴퓨터가 힘을 쓰지 못할 때: P 대 NP 문제
4. 물결을 일으키며: 내비어 - 스톡스 방정식
5. 부드러운 행동의 수학: 푸앵카레 추측
6. 방정식을 풀 수 없을 때를 알기: 버치와 스위너톤 - 다이어 축측
7. 그림 없는 기하학: 호지 추측

[The Millennium Problems: The Seven Greatest Unsolved]는 힐베르트가 제시한 23개의 문제가 [리만 가설]을 제외하고 모두 풀린 후, 그렇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현재 수학은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고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를 두고 고심한 끝에 클레이 수학 연구소(CMI)가 각 문제당 100만 달러의 현상금을 걸고 발표한 7개의 수학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7개의 수학이 다루고 있는 범위는 꽤 넓어서, 물리학쪽에서 쓰이는 응용수학에서부터 위상학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걸쳐 있습니다.

일반적인 기준으로 볼 때 이 책은 일전의 [Elegant Universe]와 같은 카테고리 - 이른바 교양과학서적 정도 - 로 묶기에 전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제목에서부터 풍기는 분위기, 그리고 차례에서 볼 수 있는 내용에 대한 추측으로 보아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Elegant Universe]와 이 책은 많이 다릅니다. 기본적으로 주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매우 다르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상식이나 직관으로 간단하게 이해하기란 무지막지하게 어려운 [Superstring theory]를 설명하기 위해 Brian Greene이 선택한 방법은 일종의 정공법이었습니다. 물론 책의 두께를 10배 이상은 가뿐하게 늘려버릴 수 있는 수식같은 것은 아예 제외한다는 엄청난 시도를 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책은 [Superstring theory]의 탄생 이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어떻게든 풀어서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책, [수학의...]에서 저자가 선택한 방법은 일종의 우회로입니다. 각 문제들에 대해 직접적으로 파고들기보다는 그러한 문제가 발생한 배경과, 그 문제를 포함하는 수학 분류에 대한 설명을 통해 문제를 간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방식을 선택한 이유가 있기는 합니다만, 이 방식이 효과적이지는 않습니다. 몇몇 문제 -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쉽다고 여겨지는('풀기 쉬운'이 아닙니다!) - 들의 경우에는 잘 먹혀 들어가지만, 저자 스스로도 이해하는 데 꽤 공을 들였다고 말하고 있는 후반부의 호지 추측과 같은 문제를 읽어 보면 결국 책 안에서 문제를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문제 자체의 난이도가, 비교적 얇은 책 한 권으로 설명하기에는 지나치게 어렵다는 점입니다. 단순하게 [문제가 어렵다]고 하기 보다는, 문제를 이해할 만한 기본 상식을 쌓는 것이 어렵다고 이야기해야 더 맞는 말이겠습니다. 수학의 각종 분야들은 그야말로 고도의 추상화가 이루어져 있고, 이 문제들의 대부분은 그러한 추상화의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입니다. 직관으로 이루어지는 명확한 이해를 기반으로 추상화를 시작하여 문제를 이해할 만한 추상화를 이루어내는데 필요한 설명만으로도 이미 [일반인을 위한]이라는 딱지는 붙이기도 어려울 정도가 되고, 분량도 각 문제당 책 한권 이상을 필요로 할 것임을 말할 나위도 없을 정도입니다.  

다음의 이유로는, 이 책은 어디까지나 [문제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목적으로 한 책이지 [완전하고 정확한 문제의 설명]을 목표로 한 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들을 선정하고 문제당 100만 달러의 상금을 건 클레이 수학 연구소(CMI)에서는 문제에 직접 도전할 사람들을 위해 문제에 대한 상세 설명과 제한 조건등을 포함한 [정확한 문제의 설명]을 출간 및 홈페이지에 게재한 바가 있습니다. 즉, 이 책은 이러한 설명으로는 문제를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을 위해 이런 문제가 있고 대충 이러이러한 내용이다-라고 간략하게 설명하는 일종의 개요 정도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위의 단점들을 제하고 본다면 꽤 나쁘지 않은 책입니다. 모든 문제가 다 호기심을 불러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면 마음에 드는 몇몇 문제만 선별하여 읽어보는 것도 괜찮으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자는 난이도 순으로 문제를 배열하였다고 밝히고 있고, 읽어본 느낌으로도 실제 그런 배열을 가지고 있어서 앞부분은 비교적 쉽게 문제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지만 후반부에 가면 문제를 이해하기는 커녕 문제의 배경조차 이해하기가 힘든 경우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리만 가설/P vs NP/푸앵카레 추측 정도가 비교적 큰 무리없이 즐겁게 읽을만 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Elegant Universe]보다 이해하기에 조금 더 난이도가 높아서, 기본적인 수학 상식을 가지고 있거나 책을 읽다가 모르는 부분은 찾아보는 정도의 노력은 기울이는 편이 좋습니다.

p.s : 덧붙여서,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한 문제 정도를 간단하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책의 내용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읽어보셔도 좋고, 그렇지 않다면 읽지 않고 넘겨 버리셔도 좋겠습니다. 3번 문제인 P vs NP 문제입니다.

P vs NP 문제는 [계산 가능성]에 대한 탐구입니다. 조금 더 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특정 문제를 컴퓨터를 이용해 얼마나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에 관한 이야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약간은 전공쪽에 가까운 이야기가 되어버립니다만, 계산 단계를 결정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자면, 특정 수식을 컴퓨터로 계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얼마인가? 라고 물었을 때를 가정해 봅시다. 여기서 계산에 걸리는 시간이란 자료의 양에 따르는 비율적인 시간 증가분이므로, 실제 계산 속도는 무시하고 계산에 얼마나 많은 단계들이 필요한가를 세는 것으로도 충분해집니다.

이런 경우 N자리 수 둘을 곱하는데 필요한 단계는 N^2개의 기초 정수쌍 곱셈에, 올림을 감안한 N개의 덧셈을 합쳐 N^2+N의 단계가 필요하게 됩니다.(이 과정을 진지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때 언제나 N^2+N < N^2+N^2 이므로, 근사적으로 N자리 수 둘을 곱하는데는 언제나 2N^2보다 적게 시간이 걸린다고 이야기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러한 기초 단계들을 분류하는 기준이 생기게 되는데, 시간이 적게 걸리는 순서대로 배열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선형 시간 : 덧셈과 같이 선형으로 계산 시간이 증가하는 경우
제곱 시간 : 곱셈과 같이 크기 N인 경우 C*N^2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
다항 시간 : C*N^k의 시간이 필요한 경우
여기서 다항 시간이 걸리는 문제들이 Polynomial-time Process, 즉 P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수 시간 문제는 2^N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문제가 됩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P 문제의 경우 N이 어느 정도로 커져도 계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즉, [컴퓨터를 이용해 효율적으로 계산할 수 있는] 범주에 들어가는 계산 과정입니다. (N^3와 같은 문제에서 N이 50일 경우 0.2초 이내) 반대로 지수 시간 문제의 경우 2^N만 해도 N이 50일 경우 35년 이상이 걸리는, P 문제와 반대로 컴퓨터로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시작됩니다. P형과 지수 시간 형의 중간에 있는 몇몇 특이한 형태의 문제들 - NP형이라고 부르는 - 은 과연 P문제처럼 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일까?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간단한 NP형태의 문제 하나를 예로 들어 보지요.

이른바 최소 거리 문제입니다. N 개의 도시가 있고 각각의 도시간 거리가 주어졌을때 최소 거리로 N개의 도시를 이동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 그것입니다. 계산 과정은 실로 간단합니다. 각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해서 비교하여 최소의 경우를 찾아내면 되니까요.

경우의 수는 N*(N-1)*(N-2)...*1 = N!이 되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됩니다. N이 일정 수준 이하로 작을 때 이 문제는 손으로도 계산할 수 있을 만큼 쉬워집니다. 그런데, N이 조금만 커지면, 이 문제를 해결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어마어마하게 커집니다. N이 비교적 최소에 가까운 경우라고 하더라도, N!>3^N입니다. 즉, 지수 시간보다도 더 시간이 걸리는 어처구니 없는 경우가 되어 버리는 거지요. 계산은 이다지도 쉬운데 말입니다.

이러한 분류의 문제들을 이른바 NP문제, Nondeterministic Polynomial-time process라고 이름붙인 겁니다. 사실 이 NP문제는 이론상의 문제입니다. [비결정적]이라는 방식 자체가 컴퓨터에서는 쓰일 수 없기 때문이지요. 즉, NP문제에서 컴퓨터는 매번 최선의 선택을 하여 최단경로가 되는 경우를 찾아서 계산한다고 가정하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NP문제는 P문제와 같은 시간에 풀리게 되는 거지요. NP 문제의 본질은, 간단한 계산이 엄청나게 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NP 문제는 P와 지수 시간 사이에 위치한 문제가 됩니다. 모든 P 문제는 자동적으로 NP 문제입니다. 그러나 NP문제는? 이게 문제입니다. 모든 NP 문제가 P 문제인가, 혹은 NP문제와 P 문제는 완전히 다른 문제인가. 이것이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P vs NP에 관한 간단한 설명입니다.

앞서 설명한 최단 거리 문제를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하는 경우를 제하고 정확한 답을 다항 시간 이내에 구하는 방법을 찾는다면, 그 자체만으로 P=NP임을 증명하는 것이 될 수 있습니다만, 아직까지 그런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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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별 - Star Garden
꽃별 연주 / 포니캐년(Pony Canyon)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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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람이 다른 나라의 악기를 들고 다른 나라의 음악을 연주하는 경우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본인으로서는 꽤 만족스러웠지요. 이번에는 한국 사람이 한국 악기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어떤 음악을 연주하는가, 하는 것이겠군요. 꽃별은, 자신이야 어떻게 생각할 지는 모르겠지만 여러 모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는 위치에 있는 연주자입니다. 한국 사람으로서 일본 제작자에게 처음 스카우트되어 음반이 발매되었을 뿐 아니라 - 꽃별의 음반은 두 장 모두 일본 제작입니다 - 꽤나 낯설기 짝이 없는 해금을 자신의 악기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광고 문구가 대충 그려지지요. 일본의 주목을 받은, 동서양의 감성을 함께 노래하는 국악(왜?) 연주자- 네, 뭐 광고 문구로 손색이 없는 말입니다. 실지로 요즘 꽃별의 홍보 문구는 얼추 비슷하더군요. 정말로 그녀가 동서양을 함께 아우르는 감성을 가지고 연주하고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만 남은 듯 싶습니다.

꽃별의 첫번째 음반을 언급하면서 한국의 악기를 들고 서양의 감성을 노래하는 연주자, 라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곡의 선택에는 분명 민요같은 익숙한 한국곡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만 그렇다고 음반 전체의 느낌이 변하는 것은 아니었지요. 그런 사정을 이해하지 않을 수도 없는 것이, 해금이라는 낯설고 특이한 악기를 지닌 연주자로서는 전통 국악이 아니라 가요를 연주했어도 그저 그런 국악 음반 - 아마 크로스오버 국악, 이런 이야기를 들었겠지만 - 취급을 받고 말았을 겁니다. 지금도 꽃별의 음반이 국악 분류에 꽂혀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어느 정도는 짐작이 가지요. 말하자면, 해금이란 악기는 꽃별을 특별하게 돋보이게 하는 장치로서 기능했지만 반대로 그녀를 국악 연주자로 묶어버리는 - 최소한 국내에서는 - 약점으로도 작용한다는 겁니다. 그녀가 해금을 들고 도대체 무얼 연주해야 할까, 이런 고민을 했었을 거란 생각이 자주 들었어요. 물론, 음반의 곡들은 대부분 일본의 제작자가 골라준 것들이었습니다만.

슬프게도 이번 두 번째 앨범에서도 그런 분위기는 쉽게 가시지 않았습니다. 언제나처럼 양념삼아 도라지 같은 한국 곡도 끼어 있고, 꽃별 가운데 지난 앨범은 꽃이 테마였고 이번은 별이 테마라며(3집 테마가 뭘지 벌써 궁금하군요) Moon이니 성운이니 하는 제목은 가져다 썼습니다만, '바이올린으로 연주해도 무리없고 그 순간 평범해질 것 같은' 기분이 앨범 전체에 떠돌고 있어요. 동서양을 아우르는 감성, 이란 말은 악기는 동양이고 곡은 서양이란 뜻이었을까요. 본인은 이 아가씨를 다른 사람에게 소개할 때 해금이 어두에 항상 나와야 한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녀 스스로는 그 악기가 옭아매는 자신을 벗어낫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습니다만, 본인은 아직은 아니라고 봅니다. 자신이 연주하고픈 것이 탱고여서 그것이 한국 사람으로서의 감성으로 어떻게 표현되는지만 고민하면 되었던, 자신이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해야 할 지는 고민할 필요가 별로 없었던 Orientango에 비해 꽃별은 자신이 들고 있는 악기로 어떤 음악을 연주해야 할 지 분명하게 감을 잡은 것 같지는 않아요. 오히려, 1집도 그렇고 이번 2집도 그렇고 일본인 제작자가 이런이런 음악을 연주하면 좋지 않을까, 하고 대신 고민해 준 것 같은 인상마저 드니까요.

그러나 완전히 실망한 것만은 아닌 것이, 그래도 지난 앨범보다는 꽃별만의 색깔이 더 강하게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8번 트랙인 '오르트의 성운으로부터'와 같은 곡들을 저는 이전처럼 누군가 아무나 바이올린으로 연주했어도 마찬가지였을 뉴에이지,라고는 도저히 이야기할 수가 없거든요. 이 곡만은, 그녀의 악기가 그녀를 옭아매지 않는, 꽃별의 음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곡들에서도, 이 곡만큼 강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향기가 드러나고는 해요. 이렇게 드문드문 보이는 나아짐이, 이번 앨범의 성과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이 아가씨에게 주고 있던 관심을 버리기에는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실망스럽다고 표현했지만, 그녀의 음반 두 장은 어쨌든 의미있고 가치있는 음반이고, 앞으로 더 멋진 무언가가 나타날 것이라는 기대도 들거든요. 꽃별은 이번 앨범 발매 후 인터뷰에서 작곡은 마음의 소리를 따라 그리면 되는 것 같아 쉬운 것 같다는 요지의 말을 했었는데, 본인은 그래도 좀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고민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거진 7여년 전에 반했던 꺽꺽대는 해금 소리를, 한걸음 더 나아진 음악과 함께 들을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연주자니까요. 시작은 조금 불만족스럽습니다만 꽃별이 내딛어 밟아가는 곳이 어디인지 지켜보려 합니다. 살짝 떨리는 기대감은 감추지 않으면서요.

 

더불어 여담 한 마디. 도대체 이 음반이 왜 국악 장르로 분류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어요. New Age, 차라리 World Music 분류에 가져다 놓는게 덜 어색할 겁니다.(실제로 CDDB에는 World 장르로 분류되는군요) 국악기를 들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음악을 하든 국악 장르로 분류해버리는 이해할 수 없는 분류법을 보고 있으면 왜 이런 연주자가 일본에서 먼저 눈에 띄는 것인지, 기를 쓰고 해금이 잡고 있는 발목을 떨쳐내려 하는지 이해가 갈 것도 같아요. 뭐 이 아가씨가 국악계의 나름대로 스타가 되어 국악이 주목받는 상황이 (거의 불가능하겠지만)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째 좀 너무하달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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