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광선 ㅣ 꿈꾸는돌 43
강석희 지음 / 돌베개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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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광선 #강석희 #돌베개


p.135
우리가 사는 곳을 잘 매만지는 일. 그게 열여덟 여름부터 겨울까지의 내게 가장 중요한 주제였다. 그것에 집중하는 것은 나를 지키는 일이자 이모의 삶을 지지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은 내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완벽에 집착하지만 구멍 뚫린 삶을 살며 섭식장애를 앓고 있는 ‘나’.
몇 년 동안 이어진 이모의 부재에 그녀는 모든 돌봄을 거부한다.
가질 수 없는걸 갖고 싶어 하는 이모에게(혹은 자신에게) 실망한 ‘나’는 이모의 집을 나선 지 3년 만에 다시 조우한다.
구태여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아도 그녀 앞에서 흘린 눈물로 그동안의 삶을 설명할 수 있었다.


p.24
세상의 모든 비참이 내게 쏟아지는 것만 같았다. 나를 즐겁게 하던 것은 금세 나를 괴롭혔다. 나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나를 쉽사리 중독시켰다. 나는 내게 자주 실망했다. 사실은 매일. 아니, 매 순간.


p.39
혜영이 집에 찾아왔다. 내가 걱정이 됐다고 했다. 어째서? 알 수 없다. 앞으로도 물어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혜영이 나를 걱정한 일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강석희 작가는 진정한 돌봄은 ‘따스한 눈빛과 관심’이 아닌 ‘적절한 거리 두기’라 설명한다.
자신의 공허함을 의사나 약물이 아닌 돌로 해결하려 했던 것도 결국 ‘돌’은 주인공에게 그 어떤 질문도 위로도 던지지 않는 무생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의 속마음을 듣고 싶어 끈덕지게 추궁했던 그녀의 가족과 친구들은 오히려 그녀에게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는 존재가 된다.
감정이 북받치는 나의 눈물에 돌처럼 아무런 질문도 위로도 던지지 않았던 이모는 그녀에게 살아 숨 쉬는 검은 돌과 같았다.


<꼬리와 파도>때도 느꼈지만 강석희 작가는 주인공의 복잡하고 파괴적인 내면 묘사를 담담한 문체로 서술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작가 중 하나라 생각한다.
‘관심’이 폭력이 될 수 있다는 색다른 시각을 ‘개연성 있게’ 서술했다는 점에서 이 책을 추천한다.




*서평 작성을 위해 돌베개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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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와 안제오 ㅣ 문지아이들 183
최나미 지음, 정문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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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젤로와안제오 #최나미 #문지아이들 #문지 #문학과지성사


6학년 2반의 천사 ‘친구 돌봄이’ 안제오.
천사 안젤로란 별명에 걸맞게 그는 개성 강한 아이들 틈에서 중재자 역할을 톡톡히 한다.
아니, 본인은 중재를 꽤 잘한다고 착각하며 산다.

제멋대로인 반장 찬세와 음흉한 전학생 윤성의 신경전에도 수호천사 안제오는 학급의 평화를 잘 지킬 수 있을까.



물과 기름처럼 태생부터 절대 섞일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도 그중 하나다. 그래서 반이나 조직에 나와 사고 자체가 다른 사람이 있다면 싸울 수도 있고, 아예 말을 안 섞고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와 사이가 좋지 않아 말을 섞지 않고 한공간에서 지내는 게 딱히 불편하지도 않고 잘못됐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냥 나랑 안맞으면 쌩까고 살 수도 있지. 내가 쟤를 병신으로 보듯, 쟤도 나를 병신으로 볼 수도 있지.)


그래서 안제오처럼 본인이 중재를 잘하면 물과 기름이 섞일 수 있다고 착각하는 부류를 굉장히 싫어하고 또 오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모두가 사이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다. 그리고 본인이 중재자 노릇을 하면 그런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다고 착각한다.
둘 사이의 문제는 둘이 가장 잘 알고, 풀어도 둘이 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안제오처럼 노선 불분명한 회색분자들은 ‘본인의 마음속’ 평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다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긁어 부스럼을 만든다. 그리고 아무도 시키지 않은 중재자 노릇을 하며 스스로의 삶을 괴롭게 만든다. 내 기준에선 그들이 정말 등신, 호구처럼 보인다.


안제오도 찬세와 윤성처럼 섞일 수 없는 이들을 어울리게 하기 위해 비공식 대변인 노릇을 자처하는데 안제오의 애매한 편들기가 아니었다면 이들의 관계가 이렇게까지 틀어졌을까. 오히려 학급에 위기를 만든 이 이야기의 진정한 빌런은 안제오라 생각한다.

소설 <안젤로와 안제오>에서 안제오는 다행히 자신을 위해 호구, 등신 생활을 청산하지만 현실 속 안제오들은?
부디 누군가의 감정 쓰레기통, 호구를 자처하지 말고 자신을 위한 선택, 자신의 입장을 중심으로 상황 판단을 내렸으면 좋겠다.
지금은 연락을 끊고 지내는 그대에게 이 책을 바친다.



p.140
“사람들은 다 다르잖아. 너나 네 엄마와 달리 난 사람들한테 친줄하고 다정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 만나는 사람마다 바라는 게 다 달라. 특히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일을 당연히 요구하는 사람들을 보면, 지치고 화도 나고. 넌 그런 적 없어?”


p.172
“윤성이가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작작해! 걔는 찬세 다 알았으면서도 너한테 입 다문 거였다고! 제발 천사 놀이 그만하고 뭘 좀 제대로 봐! 괜히 끼어들었어, 나도 지친다.”

p.204
천사든 악마든 친절하거나 사납거나 다 남들이 붙이는 이름이다. 나는 일 년 가까이 나를 대신 했던 이름, ‘천사 안젤로’ 하나를 내려놓았을 뿐이다.





*서평 작성을 위해 문학과 지성사(문지어린이)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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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하하를 찾아서 ㅣ 초승달문고 55
차영아 지음, 다나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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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하하를찾아서 #차영아 #문학동네

초등학교 입학이 무서운 상이에게 닥친 위기! 학교에는 애착 친구 하하🦛를 데려갈 수 없다고?!



첫 출발. 첫 초등학교.
우리는 무수히 많은 처음을 이겨내고 이 자리에 섰다.


유치원 땐 신래와 가방을 들고 지나가는 초등학생 언니, 오빠들이 ‘완전 어른’처럼 보였다.
첫 초등학교 입학 예비 소집일.
운동장이라는 곳에 모인 우리에게 내려진 첫 번째 특명은 반 별로 줄 서있기.

초등학교 입학이 유달리 무서웠던 이유는 초등학교엔 그 흔한 기린반🦒이 없기 때문이다.
(물론 혈육 메이트의 겁주기도 한몫했다.)



어린 시절의 나는 책의 주인공 상이처럼 겁 많고 소심한 아이였다.
그 시절 내게도 든든한 애착 친구 하하🦛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알고 있다.
나에게 꼭 필요한 애착 친구는 다름 아닌 나 자신이란걸.
용기가 필요한 순간 내 마음속의 하하를 불러 본다.
‘날~아간드아!’




p. 20
“엄마, 나 학교 가는 게 무서워.”
“어떤 게 무서워?”
“잘 못할 것 같아.”
“잘 못하는 게 당연해. 학교는 잘하려고 가는 거 아니야. 배우려고 가는 건데?”



p.84
“우리 할아버지가 그랬어. 초원에서 상처는 내가 누구인지 말해 주는 거래…(중략)…너는 ‘깊은 상처를 이겨 내고 살아남은 용감한 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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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 속으로 ㅣ 작은 곰자리 86
브라이언 플로카 지음, 시드니 스미스 그림, 김지은 옮김 / 책읽는곰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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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처럼 폭우가 내리는 날, 자기 전에 아이에게 들려주면 좋은 <폭풍속으로>.

폭풍 같은 세상의 고난과 시련은 무섭기만 한 게 아니란 걸. 두려움에 가던 길을 멈춰도, 망설여도 괜찮다고. 가족이란 이름의 배경이 든든하게 버텨줄 테니 같이 손 잡고 세상으로 나가보자고.

언제든 사랑하는 나의 집, 나를 안아주는 그곳으로 돌아와도 된다는 걸 아이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든든한 가족이 있다면 그 어떤 것도 무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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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의뢰: 너만 아는 비밀 ㅣ 창비교육 성장소설 14
김성민 지음 / 창비교육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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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의뢰 #김성민 #창비교육 #창비


‘골치 아픈 일이 있으신가요? 누군가 해결사처럼 짠 나타나 문제를 해결해 줬으면 하고 바라시죠? 그럼 이곳으로 들어오세요. 해결 사이트.’

직접 해결하기 어려운 고민을 나대신 누군가 깔끔하게 해결해 주는, 만에 하나 일이 커지더라도 용의선상에 오르지 않을 그런 편리한 사이트가 있다.


우리 학교 전교 1등의 시험을 망치게 해주세요.
나를 도둑으로 의심한 문구 센터 유리창 좀 깨부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신상 좀 알려주세요.



이번엔 어디서 무슨 사건이 벌어질까.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했던 사이트 속 의뢰에 친구의 이름이 등장했다.

아이들의 평화로운 일상과 상반된 수상한 채팅 장면이 나올 때마다 이 사이트 운영자와 멤버들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특히 오즈의 마법사…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을 수도…? 속편이 나와 떡밥이 회수됐으면 좋겠다.


사회적 문제를 만드는 ‘문제 해결 사이트’는 자신의 열등감과 추잡한 욕망을 표출하려는 이들에겐 놀이동산 같은 곳이다.
문제 해결 사이트 대화창을 읽다 보면 개개인의 추잡한 욕망이 혐오스럽게 느껴진다.

꼬일 대로 꼬인 누군가의 열등감을 보니, 문득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다.


질투심!
질투심만큼 사람을 추잡하게 만드는 감정이 있던가.
질투의 대상을 바닥에 으깨버려야 없어지는 그 감정.
자신도 같이 추락하고 있는 줄도 모르고.


멀쩡한 얼굴로 사회에 숨어사는 꽈배기 같은 인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나는 네가 작년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






*서평 작성을 위해 창비교육에 도서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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