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반한 마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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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장벽 너머에는 진짜 행복한 삶이 있는 걸까?

요즘 뉴스를 보고 있자면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제는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정치는 혼란 그 자체다. 출산율은 국가 자체가 소멸할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이런 상황은 우리나라뿐 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마약, 기후 문제 등 인류가 해결하기 버거운 숙제들이 즐비하다. 그런데 인류의 생존이 걸려 있는 이런 거대한 문제들 앞에서도 세계는 힘을 합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분열되고 엉망이었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세상이다. 이러다 정말 세상이 망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럴 때면 긍정적 미래를 그리는 유토피아보다는 암울한 미래인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상상하게 된다. 이 책 <반반한 마을>은 바로 그런 디스토피아적 세상을 그리고 있는 소설이다.

행복한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일까?

이 소설 <반반한 마을> '마을'이라는 곳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마을'은 계급이 없이 모두가 평등한 곳이다. 화폐도 없이 '약속의 날'에 모여 물물교환으로 살아가는 극도의 공평함을 추구하는 곳이다. 이 마을에 사는 사람들은 철저한 계급 사회인 '시티'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이다. '시티' '마을'과는 반대로 철저한 계급이 존재하는 사회다. 시티의 사람들은 평등하고 공정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이런 사회에 신물이 난 사람들이 떨어져 나와 마을을 이루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이론적으로는 더욱더 살기 좋고 이상적이어야 할 '마을'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다. 항상 모든 것이 부족하고 가난한 동네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불합리하고 불공정한 곳이어야 할 '시티'는 모든 것이 풍족하고 부유하다. 물론 문제는 시티의 모든 사람이 그 부와 풍요로움을 동등하게 누리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시티의 사람들은 안쪽과 바깥쪽, 중심 구역과 외각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장벽으로 나누어진 저 너머와 그 밖에 버려진 사람들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마을'의 가난보다는 오히려 '시티'의 정의롭지 못한 풍요로움을 더 높게 평가하기도 한다. 이 책 <반반한 마을>은 이렇게 대조적인 이념과 체제로 살아가는 두 곳 '마을' '시티'의 이야기다.

포는 그것이 시티에서 빵이라고 불린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포는 집어 든 빵을 단숨에 입안 가득 베어 물었다.

"··· 우으."

씹음과 동시에 안으로 퍼지는 고소한 풍미에 포는 미묘한 콧소리로 그를 반기며 빵을 씹어 나갔다. 그리고 맛에 익숙해지는 가운데, 식도가 밀가루에 막혀 갈 무렵, 포는 불쾌감이 느껴졌다. 퓨티가 수풀로 가득한 마을에서 어떻게 이러한 음식을 구할 수 있었는지서부터, 음흉한 마토의 아래에서 하수인처럼 일하는 그녀의 모습까지가 머릿속으로 그려졌기 때문에, 포는 베어 물었던 빵을 입에서 떼어 내어 자신의 이빨로부터 떨어져 나간 자리를 내려다보았다.

<반반한 마을> 중에서

이 소설 <반반한 마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방대한 세계관이라고 할 수 있다. 시티로부터 도망치는 사람들을 처벌하는 가드, 계급이 없는 평등한 마을이지만 여러 가지 특혜와 우대를 받는 마을의 수호신 지킴이, 그리고 선망의 대상이었던 지킴이가 사실은 전혀 다른 거짓된 존재였다는 진실과 같은 이야기들이 짜임새 있게 펼쳐져 나가며, 이야기의 흥미를 고조시킨다. 처녀작임에도 이 정도의 세계관을 구성했다는 것은 작가의 필력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이런 탄탄한 구성이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읽는 맛이 있는 소설이다.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살아가는 마을과 시티는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의 메타포처럼 보이기도 한다. 평등을 외치지만 실제로는 빈곤과 거짓만 남은 마을에서도 자정의 목소리가 나오고, 풍요롭고 행복한 세상인 듯한 시티에서도 불만과 반대의 목소리를 커져간다. 마치 인류사에서 공산주의와 자본주의가 서로 경쟁하지만 완전한 이상향인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없었던 것처럼, 마을과 시티도 그러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대해서 많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라고 생각된다. 세상에 완벽한 것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는 순간부터 개선과 발전이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자고 그런 짓을 한 거야."

"오해는 말게, 피크. 내 생애 그런 착한 척을 행할 줄은 나 역시도 몰랐으니까."

"그저 행복하면 되는 사람들이 아닌가. 자네가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어.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어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말이야."

피크는 여전히 고개를 든 채로 입을 벙긋거렸다. 적잖이 아니꼽다는 자세였다. 말투 또한 매한가지였다.

"그 행복이 거짓에 투영된 것이라고 괜찮단 소리로 들리는데."

디케이는 높이 올라간 피크의 눈을 보며 말했다.

<반반한 마을> 중에서

이 소설 <반반한 마을>은 조지 오웰의 <1984>와 더불어 대표적인 디스토피아 소설인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곳곳에서 오마주 하고 있다. 현대 문명을 거부하고 황무지에서 살아가는 야만인 중 하나인 존의 이야기라든지, 멋진 신세계에서처럼 약에 의지하여 살아가는 시티 사람들의 이야기. 더 나아가서 <반반한 마을>의 등장인물들이 <멋진 신세계>로 추정되는 한 소설에 대해 언급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인용이라고 생각했다. 이 소설 전체에서 멋진 신세계와 같은 디스토피아적 분위기가 흐른다.

이 소설 <반반한 마을>은 이렇게 디스토피아적인 세상을 그리고 있지만, 반대로 유토피아를 갈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계에 유토피아를 실현하기는 힘든 일이기에 조금씩 조금씩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그리고 마을에서 온 두 여인이 시티의 사람들, 특히 소년을 만나는 장면에서는 결국 다른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도 만나고 교류하며 서로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유일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저 우리는 구역에 머무는 다수의 인간보다 한 발이 빠를 뿐이죠. 그렇지만 평범한 한 발이 불러올 결과는 창대할 것입니다. 우리가 쌓아 온 노력과 용기는 결단코 헛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 모두의 이름은 후대의 인간들에게 지겹도록 거론될 것입니다. 속박을 뿌리치고, 사회의 부당함과 정면으로 맞댄 사람들, 틀 속에 갇혀 썩어 가기만 하는 삶을 거부한 사람들. 그렇기에 우리는 어떻게든 장벽을 올라야 합니다. 장벽을 올라 그 너머를 봐야만 합니다. 오릅시다. 그리고 신세계를 품에 안읍시다.

<반반한 마을> 중에서

이렇게 <반반한 마을>은 디스토피아 적 세상을 그린 소설이지만 그렇다고 이야기의 분위기가 너무 어둡거나 무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세계관 구성이 탄탄해서 이야기 자체에 빨려 들어가서 읽을 수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다. 조지 오엘의 <1984>나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를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더욱더 취향에 맞게 읽을 실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야기다. 판타지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세상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 보게 하는 '재미와 의미'를 모두 갖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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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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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과 소유욕으로 가득 찬 사랑이 향하는 파멸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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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인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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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단어를 하나 고르라면 아마도 '사랑'이 아닐까 싶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단어를 고르라고 해도 역시 '사랑'을 고르는 경우가 꽤 많을 것이다. 조금 생각을 달리해 세상에서 가장 아픈 단어를 골라보라고 했을 때에도 '사랑'이 답이 될 수 있다. 그만큼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것들이 담겨있는 폭넓은 개념이다. 그러다 보니 사랑은 다양한 모습을 띄게 된다. 신이나 부모의 무조건 적인 '아가페'적 사랑도 있고, 남녀 간의 뜨거운 '에로스'적 사랑도 있다. 육체적이고 성적인 것에 치중한 사랑도 있을 수 있고, 정신적 사랑을 나누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친구와의 우정이나 동료와의 끈끈한 동료애도 일종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전 인류를 사랑하는 박애 정신도 큰 의미에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가족 간의 사랑은 어떨까?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고 자녀가 부모를 사랑하는 일을 당연하다고 할 수 있을까? 남편이 아내를 사랑하는 만큼 딸은 어머니를 사랑해야만 하는 걸까? 너무 사랑한 나머지 삐뚤어진 형태를 띤 사랑을 진짜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소설 <식물인간>은 이런 '사랑'이라는 키워드를 가득 담고 있는 미스터리 스릴러 물이다.

​때로는 진실을 모르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이 소설 <식물인간>은 '기성'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로부터 시작된다. 인생에 도무지 희망이 없는 상태에서 모든 것을 훌훌 털고 생각을 장리하고자 무작정 바다가 있는 부산행 열차에 오른다. 그리고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가현이 등장한다. 첫 만남부터 미묘한 스파크가 튀는 두 사람은 어느새 기묘한 여행의 동반자가 되게 된다. 거대한 비밀을 지닌 가문의 딸인 '가현'과 마치 그의 보디가드와도 같은 기성이 미스터리한 이야기의 끝을 향해 함께 나아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차라리 모르는 게 나았을 수도 있는 진실에 다가가기 시작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진실의 중심에 다가서면서 그들을 가로막는 여러 가지 장애물들을 마주치게 된다. 이해할 수 없는 장소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이 두 사람이 비밀에 다가서는 것을 막아선다. 그리고 그 배후에는 가현의 아버지이자 이 모든 폭력의 정점에 서 있는 '남현'이 있다. 남현과 그 주변에서 그를 지키는 사람들, 그리고 남현과 가현이 살아가는 대저택에는 큰 비밀이 숨겨져 있다. 저택의 집사이자 가현의 든든한 지지자인 집사 '연희', 그리고 '연희'의 뒤를 이어 남현의 총애를 받는 집사가 된 '시안', 저택의 비밀을 알고 있는 소수의 사람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면서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막내 하녀와 노인의 도박



"너는 남 회장이 아주 좋아하는 유형의 인간상이야. 이건 그냥 내가 말해 주고파서 하는 말이고···"

노인이 세상 곤란하다는 듯이 오른손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그래, 내가 무엇이야 하는 게 자네의 물음이었나? 참나, 거기에 들어갈 답변의 가짓수가 몇 가지나 될는지."

그리고 노인은 이어 말했다.

"똑같이 답해 주지. 자네가 했던 것처럼."

시안은 흡족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좋아요."

"그러니까···, 일단 나의 직책은 액자의 제작 및 분해야. 그리고 지위는 굳이 따지자면, 그것의 관리인 정도겠지"

<식물인간> 중에서


이 소설 <식물인간>에는 버섯, 궁, 액자, 등대와 같이 상징적이고 모호한 개념들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를 더욱 미스터리하고 신비하게 만든다. 꽤 많은 등장인물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펼쳐가는데, 개인적으로 이 이야기가 담고 있는 큰 주제는 '사랑'이라고 생각된다. 소설 속에는 다양한 종류의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다. 기성과 가현의 사랑과 같은 가장 친숙한 느낌의 남녀 간의 사랑으로부터 시작해서, 연희와 가현의 신뢰와 애정을 바탕으로 한 우정과 같은 사랑, 그리고 등대지기 부부와 마홈의 관계와 같은 가족 간의 사랑도 포함되어 있다.



특징적인 것은 사랑의 형태들이 하나같이 평범하거나 정상적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라는 점이다. 가현의 경우에는 마치 수집하는 듯한 사랑의 모습이고, 자신의 아들 공덕을 남 회장에게 팔아버린 노인도 정상적인 어머니의 사랑이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특히 아내를 향한 남 회장의 사랑의 형태는 소름 끼칠 정도로 기괴하다. 비뚤어지다 못해 일그러진 사랑이다.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에 가까운 파괴적인 사랑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런 남 회장의 사랑이 왠지 오늘날 극도로 이기적인 개인이 되어가는 세상을 반영하고 있는 거 같아 씁쓸하게 느껴진다.



사람의 숨소리. 그리고 틈틈이 그와 섞여 나오는 기계음. 병원의 병실에서 들릴 법한 소리였다. 그러한 소리 사이로 남현의 왼손이 커튼 위로 슬금슬금 올라갔다. 벚꽃색의 커튼이 그의 왼손과 함께 단번에 옆으로 걷히었다. 남현은 걷어 낸 커튼에서 손을 떼며 빠르게 눈을 깜빡거렸다. 보는 이 하나 없었지만, 끓어오르는 울먹임이 방해된다는 듯이 남현은 감정을 최대한 끌어내리며 입을 벌렸다. 벌려진 그의 입에서 영 균일지 못한 말들이 떨어져 내렸다. 그답지 않은 목소리였다.

<식물인간> 중에서

이 소설 <식물인간>은 스토리의 전개가 아주 빠르고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어서 가독성이 굉장히 좋은 이야기다. 이야기가 재미있어서 흡입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야기가 막 달려나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재미있는 이야기다. 책의 분량으로 보자면 400 페이지 가까이가 빽빽하게 텍스트로 차 있는 느낌이라 물리적으로는 결코 얇은 책이 아닌데, 생각보다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 읽게 된다.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신선한 한국형 미스터리 스릴러 물을 원하신다면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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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 -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엮음 / 삼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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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력하여 기적을 만드는 사랑의 집 짓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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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타트 -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엮음 / 삼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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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돈도 있어야 할 것이고, 가족과 같이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누군가도 필요할 것이다.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목표나 성취감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3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의식주', 바로 옷, 음식, 집이다. '의식주'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3가지 요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중에 하나인 '집'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집 없이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하루의 고단함을 끝내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살을 애는 추위와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는 것, 밤새 안전하게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바로 집을 짓는 일에 대한 책이다. 


Build Home, Build Hope!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해비타트라는 단체에서 펴낸 집 짓기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전문서적은 아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비타트'라는 단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해비타트(Habitat)는 1976년 미국에서 시작한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로,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A world where everyone has a decent place to live)'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해비타트라는 이름으로 30년 넘게 약 4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내외 2만 8천여 세대에 집을 지어주었다. 해비타트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이 책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대로 사랑과 기적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책 전체에 가득 찼다. 매 순간순간 사랑의 손길들이 모아지고,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기적의 집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책 전체가 사랑의 온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다. 


이동식 주택 제작에 필요한 자재와 장소가 무사히 마련된 일, 단기간에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를 구할 수 있었던 일, 이동식 주택이 제작되는 동안 용인지역에만 비가 쏟아지지 않은 일, 예상치 못한 적자로 고민할 때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가 필요한 만큼의 기부금을 쾌척해 주신 일 등 모두가 사람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그렇다고 해비타트의 집 짓기가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는 개념은 아니다. 기부금과 상환금으로 집을 짓고, 집을 받게 될 홈오너가 저가/장기/무이자로 건축비를 상환해 나간다. 거기에 홈오너는 '땀의 분담'이라는 건설 참여로 정당한 주택 건설 파트너로 참여한다. 300시간의 건설 노동에 참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책임감 있는 집의 진짜 주인이자 집의 소중함을 더더욱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건축자재를 기부하는 후원자나 건축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봉사자들의 참가로 이 아름다운 '파트너십 주택'이 지어진다. 


심지어 홈오너가 참가해야 하는 300시간의 자원봉사는 친척, 친구, 이웃들이 함께 나누어 분담해 줄 수도 있다. 수많은 지원과 봉사, 사랑이 합력하여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집을 지어내는 것이 해비타트의 집짓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어진 집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함께 참여한 집의 주인으로서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된다. 단순히 집을 짓는 운동이 아니라 인생의 희망을 되찾아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이런 헌신과 열정을 '전염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시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전염병이다. 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번져가는 일이다. 


처음에는 제 집을 짓는 데 열중했습니다. 제 집이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거예요.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내 집을 짓는다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여기 와 있는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그러다 '헌신'이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자기 것을 나누는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집을 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이렇게 새 집에서 살게 된 사람들은 모두가 감사와 기쁨을 누리겠지만, 특히나 비가 새고, 벌레가 나오는 쓰러져가는 집에 살던 어린아이들의 기쁨은 남다르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해비타트의 집짓기 운동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느낄 수 있다. 감동적인 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바꾸어 갈 세상 역시 사랑과 헌신을 전염시키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차원에서 해비타트의 집짓기 운동은 세상의 따뜻함을 1도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짓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새로 지어진 집에 사람을 초대하고 사랑의 경험을 나누며 온기를 베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새 집에서 살게 된 사람도, 자원봉사로 참여한 사람도, 기부금과 자재 기부로 동참한 사람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이다. 


처음 입주하던 날, 한 아이가 인형 베개를 끌어안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잠을 자지 않더랍니다. 부모가 '왜 안 자니?'라고 물으니 '제게도 방이 생겼어요. 내 책상, 내 침대가 있어요.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요. 그저 좋기만 해요.'라며 부모의 품에 안겨 행복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릅니다. 해비타트 운동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기적의 집 짓기에 대한 책이다. 해비타트 자체가 비영리단체이기에 책에는 그 사랑과 나눔, 헌신의 역사가 가득 차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집짓기 운동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알게 되어서 참 뿌듯하다. 아직도 세상에는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해비타트로 전해져 온 베트남 집짓기 운동의 홈 오너의 편지를 마지막으로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에 대한 추천을 갈음하고자 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알게 되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이 지으신 낡은 집에서 살았어요. 강풍이 잦은 지역이라 바람이 불 때마다 저와 아내, 두 딸은 지붕이 무너져내릴까 늘 걱정이었고, 비가 올 때는 집 안 곳곳에 비가 샜습니다. 화장실과 욕실이 없어 늘 이웃집 화장실을 써야 했고, 특히 석면 슬레이트로 된 지붕과 깨끗하지 못한 환경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둘째 딸의 건강에 치명적이었어요. 의사는 병이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새집으로 이사 온 후에는 수술을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새집에 살게 된 것이 꿈만 같은지 자다가도 몇 번이나 깨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는 딸이 이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열심히 일할 거예요.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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