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비타트 -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한국해비타트 엮음 / 삼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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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물론 돈도 있어야 할 것이고, 가족과 같이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누군가도 필요할 것이다. 삶의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목표나 성취감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그중에서도 꼭 필요한 3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가장 먼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의식주', 바로 옷, 음식, 집이다. '의식주'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이렇게 정의되어 있다. '옷과 음식과 집을 통틀어 이르는 말. 인간 생활의 세 가지 기본 요소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필수적인 3가지 요소, 사람이 사람답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것들이다. 


그중에 하나인 '집'의 중요성을 생각해 보면 집 없이 사는 삶이란 어떤 것일지 상상하기 힘들다. 하루의 고단함을 끝내고 돌아갈 곳이 없다는 것, 살을 애는 추위와 푹푹 찌는 더위를 피할 곳이 없다는 것, 밤새 안전하게 누워 잘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삶을 고통스럽게 만드는지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바로 집을 짓는 일에 대한 책이다. 


Build Home, Build Hope!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해비타트라는 단체에서 펴낸 집 짓기에 대한 책이다. 그렇다고 건축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전문서적은 아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해비타트'라는 단체에 대한 이해가 필요할 듯하다. 해비타트(Habitat)는 1976년 미국에서 시작한 국제 주거복지 비영리단체로, '모든 사람에게 안락한 집이 있는 세상(A world where everyone has a decent place to live)'이라는 비전을 가지고 전 세계 70여 개 국가에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94년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연합회'로 시작해 지금은 한국해비타트라는 이름으로 30년 넘게 약 40만 명의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국내외 2만 8천여 세대에 집을 지어주었다. 해비타트에 대한 설명만 들어도 이 책 안에 어떤 이야기들이 담겨 있을지 이미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예상대로 사랑과 기적의 따뜻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책 전체에 가득 찼다. 매 순간순간 사랑의 손길들이 모아지고, 기적이 일어나는 이야기다. 그리고 그 기적의 집에서 살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가 또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책 전체가 사랑의 온기로 가득한 아름다운 책이다. 


이동식 주택 제작에 필요한 자재와 장소가 무사히 마련된 일, 단기간에 수백 명의 자원봉사자를 구할 수 있었던 일, 이동식 주택이 제작되는 동안 용인지역에만 비가 쏟아지지 않은 일, 예상치 못한 적자로 고민할 때 일면식도 없는 할머니가 필요한 만큼의 기부금을 쾌척해 주신 일 등 모두가 사람의 의지로는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기적이라는 말 외에는 표현할 길이 없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그렇다고 해비타트의 집 짓기가 무상으로 집을 지어주는 개념은 아니다. 기부금과 상환금으로 집을 짓고, 집을 받게 될 홈오너가 저가/장기/무이자로 건축비를 상환해 나간다. 거기에 홈오너는 '땀의 분담'이라는 건설 참여로 정당한 주택 건설 파트너로 참여한다. 300시간의 건설 노동에 참여하는 것인데, 이를 통해 책임감 있는 집의 진짜 주인이자 집의 소중함을 더더욱 깨닫게 되는 것이다. 또한 건축자재를 기부하는 후원자나 건축 자원봉사에 참여하는 수많은 봉사자들의 참가로 이 아름다운 '파트너십 주택'이 지어진다. 


심지어 홈오너가 참가해야 하는 300시간의 자원봉사는 친척, 친구, 이웃들이 함께 나누어 분담해 줄 수도 있다. 수많은 지원과 봉사, 사랑이 합력하여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소중한 집을 지어내는 것이 해비타트의 집짓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지어진 집에서 살게 되는 사람들은 단순한 수혜자가 아니라 함께 참여한 집의 주인으로서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된다. 단순히 집을 짓는 운동이 아니라 인생의 희망을 되찾아 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자원봉사자는 이런 헌신과 열정을 '전염병'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시 봉사하고 헌신하는 것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전염병이다. 봉사와 사랑의 정신이 번져가는 일이다. 


처음에는 제 집을 짓는 데 열중했습니다. 제 집이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니 주변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는 거예요. 거기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나는 내 집을 짓는다지만 이 많은 사람들은 왜 여기 와 있는가? 정말 궁금하더라고요. 그러다 '헌신'이란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아무 조건 없이 자기 것을 나누는 그 마음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저도 누군가에게 집을 지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됐습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이렇게 새 집에서 살게 된 사람들은 모두가 감사와 기쁨을 누리겠지만, 특히나 비가 새고, 벌레가 나오는 쓰러져가는 집에 살던 어린아이들의 기쁨은 남다르다. 순수하게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책을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속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기분이다. 해비타트의 집짓기 운동이 한 아이의 인생을 어떻게 바꾸어 놓았는지 느낄 수 있다. 감동적인 부분이다. 이 아이들은 자라면서 자기도 모르게 받은 사랑을 다시 나누며 사는 사람이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아이들이 바꾸어 갈 세상 역시 사랑과 헌신을 전염시키는 세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 차원에서 해비타트의 집짓기 운동은 세상의 따뜻함을 1도 올리는 일이라고 생각된다. 단순히 집을 짓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세상을 짓는 일이 아닐까 싶다. 새로 지어진 집에 사람을 초대하고 사랑의 경험을 나누며 온기를 베푸는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어 갈 것이다. 새 집에서 살게 된 사람도, 자원봉사로 참여한 사람도, 기부금과 자재 기부로 동참한 사람도 모두가 함께 만들어 가는 더 살기 좋은 세상이다. 


처음 입주하던 날, 한 아이가 인형 베개를 끌어안고 이 방, 저 방을 돌아다니며 잠을 자지 않더랍니다. 부모가 '왜 안 자니?'라고 물으니 '제게도 방이 생겼어요. 내 책상, 내 침대가 있어요.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아요. 그저 좋기만 해요.'라며 부모의 품에 안겨 행복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제 가슴이 얼마나 뛰었는지 모릅니다. 해비타트 운동의 진정한 가치를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는 이렇게 사람들에게 희망을 찾아주는 기적의 집 짓기에 대한 책이다. 해비타트 자체가 비영리단체이기에 책에는 그 사랑과 나눔, 헌신의 역사가 가득 차 있다.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지고 봉사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집짓기 운동이 있는지 모르고 있었는데, 알게 되어서 참 뿌듯하다. 아직도 세상에는 나보다 남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으로 한국 해비타트로 전해져 온 베트남 집짓기 운동의 홈 오너의 편지를 마지막으로 이 책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에 대한 추천을 갈음하고자 한다.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을 알게 되고 참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본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이 지으신 낡은 집에서 살았어요. 강풍이 잦은 지역이라 바람이 불 때마다 저와 아내, 두 딸은 지붕이 무너져내릴까 늘 걱정이었고, 비가 올 때는 집 안 곳곳에 비가 샜습니다. 화장실과 욕실이 없어 늘 이웃집 화장실을 써야 했고, 특히 석면 슬레이트로 된 지붕과 깨끗하지 못한 환경은 백혈병을 앓고 있는 둘째 딸의 건강에 치명적이었어요. 의사는 병이 완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새집으로 이사 온 후에는 수술을 받으면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새집에 살게 된 것이 꿈만 같은지 자다가도 몇 번이나 깨 여기가 어딘지 물어보는 딸이 이제 건강해질 수 있다고 하니 더욱 열심히 일할 거예요.

<해비타트, 오늘도 희망을 짓습니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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