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미소 - 삶과 지혜에 대한 시인의 성찰
이길원 지음 / 윙스펜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폭넓게 사용되는 문장인데, 사실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독서와 관련된 중국의 문헌 중에 비슷한 문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특별히 어느 나라의 격언이라거나 누가 한 이야기라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누구나 들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수백수천 년간 고전이 명맥을 유지하며 전해질 수 있는 이유와도 동일하다. 시대와 인종, 국가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류가 대대로 남긴 사유와 지혜의 유산이다. 그 축적된 노하우가 담긴 것이 책이니 그 안에서 우리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법과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이런 독서와 사색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문학에서 배우는 찬란한 삶의 지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보의 바다를 넘어 홍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 아주 손쉬운 일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넘어 좀 더 고차원적인 도움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인류가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수많은 책들을 포함한 문학과 문화, 예술을 키워드로 글이 쓰여있어 흥미롭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 경험과 40여 년에 걸친 시 창작활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이미 읽었던 작품들은 반갑기도 하고 공감도 가서 재미있고, 아직 안 읽은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또 재미있다. 단순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넓고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지혜와 고찰이 담겨 있어 좋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아내는 단편적 지식과는 차원이 아예 다른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여관에 들렀다고 한다. 그런데 안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들어가 보니 톨스토이를 기다리던 소년이 급성 폐렴으로 방금 죽었다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소년은 "아저씨 언제 오느냐?"고 묻고 또 묻고 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생각했다. "그때 내가 그 가방을 소년에게 주었더라면 비록 죽더라도 그간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하고 그때 가방을 주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며 사랑에 대한 명구를 남겼다. "사랑은 유예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바로 지금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렇게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에는 삶을 밝혀주는 지혜와 교훈이 가득하다. 하지만 삶의 소중한 지혜와 통찰들을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학 속 구절을 인용하고, 가슴 깊숙이 와닿는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고 지혜가 생기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생텍쥐페리의 미소>도 책의 한 꼭지인데 작가 생텍쥐페리가 2차대전 중 비행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미소>라는 단편에 관한 이야기이다. 포로로 잡혀 처형당할 위기에서 한 번의 미소로 생명을 구하게 된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다. 


다양한 문학과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에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자.', '삶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미리 한계를 정하는 순간 그 선은 넘을 수 없는 선이 되어 버린다. 그 선을 긋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와 같은 보석 같은 지혜와 명철을 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책에 나온 이야기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세계적인 수학자 가우스의 일화도 인상적이다. 대학시절 교수가 내준 3개의 수학 문제 중 2개를 두 시간 만에 풀고 나머지 한 문제를 밤을 새우며 끙끙대고 풀어 본인의 실력에 좌절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학교에 간 그는 풀이 죽은 채 교수님에게 말했다. "교수님이 주신 세 번째 문제 푸느라 밤을 새웠어요."

  교수는 과제를 보고 깜짝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걸 정말 네가 풀었다고?" 

  "네, 그런데 이 한 문제를 푸느라 밤을 새웠어요."

······ <중간 생략> ······

"이것은 2천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라는 것을 아니? 아르키메데스나 아이작 뉴턴도 풀지 못했던 문제다. 네가 하룻밤 만에 풀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너는 정말 천재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렇게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삶의 교훈과 지혜를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와 전해오는 이야기, 실존 인물들의 성공담, 전문적 용어에 대한 설명 등이 실려 있어 실제로도 읽고 다면 박학다식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아 낸 책으로, 40여 년간 시만 쓴 자신의 첫 외도라고 이 책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구성이라 책을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한 편 한 편의 꼭지가 독립적으로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한 번에 읽지 않고 끊어 읽기에도 좋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 드렸지만 이 밖에도 정말 빠져들어 읽게 하는 재밌는 꼭지가 많다.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라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그걸 해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흡혈박쥐가 빨아먹는 피는 극소량이며 야생마에게 전혀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야생마는 목숨을 잃는가. 진짜 이유는 흡혈박쥐에 당한 이후 분노 때문이라는 것이다. 

······ <중간 생략> ······

심리학자들은 이에 따라 사소한 일로 크게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과실로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현상을 '야생마 엔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읽다 보면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이 저절로 떠오르는 삶의 지침서 같은 책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아주 잘 들어 맞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책에 대한 문학평론가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우리에게 지혜의 오솔길을 열어주는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격하게 공감 가는 추천사라고 생각된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는 마음의 수행이 필요한 존재이기에, 독서와 사색을 통해 평생을 배워야 한다. 다시 한번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
박형상 지음 / 글ego / 2025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음악에는 묘한 힘이 있다. 어떤 노래를 들으면 예전에 그 노래를 즐겨 듣던 시절의 기억, 함께 듣던 사람, 그때의 감정, 에피소드 등 모든 것이 함께 떠오른다. 그것이 즐겁고 행복한 기억이든, 반대로 어둡고 힘들었던 기억이든 노래는 시간과 세월을 넘어 그것을 다시 꺼내오고는 한다. 인간사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기에 강력한 공감과 공진을 주는 것이 노래가 아닌가 싶다. 노래는 즐거움을 증폭시키는 기포제가 되기도 하고, 슬픔을 위로해 주는 위안이 되기도 한다. 노래에는 우리의 인생이 담겨 있다. 이것을 반대로 이야기하면 우리 인생의 모든 순간순간은 하나의 노래가 될 수 있다. 힘들었던 기억, 행복했던 기억, 가족 이야기, 사랑 이야기, 그때의 감정과 생각은 가사가 되고 멜로디를 입어 노래가 된다.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는 바로 그런 이야기다. 

내 인생을 밝혀 주는 빛 : 가족, 친구, 사랑 그리고 노래

사람의 일생에는 굴곡이 있게 마련이다.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일생을 한순간도 제외 없이 행복하기만 한 삶이란 있을 수 없다. 역시 반대로 일생의 모든 순간이 어둡고 불행한 인생도 있을 수 없다. 아무리 어둡고 슬픈 시절이라도 돌이켜 생각해 보면 빛나는 부분이 있다. 묵묵히 내 주변을 지켜준 가족이나 친구 일 수도 있고, 그 시기를 잘 버텨낸 나 자신일 수도 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한 곡의 노래가 빛일 수도 있다. 낮에는 잘 보이지 않더라도 별은 항상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의 저자는 스스로 그런 인생을 살아왔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어두움 속에서 빛나고 있던 자신을 돌아보며 이 책을 써냈다. 자신이 삶에서 겪고 깨달은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 동일한 시행착오를 겪을 독자들에게 전하고자 한다. 고난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며 그 고난을 어떻게 이겨내고 다듬느냐에 따라 삶이 변화한다. 자신이 언제나 빛나는 별임을 깨닫고 스스로 해야 하는 일이다. 안타깝지만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일이다. 별은 오히려 어둠 속에서 빛난다. 


순간 머릿속에 한 가지 스쳐 지나갔다. 어두워야 보이는 저 가로등이 나였구나. 항상 빛을 내고 있지만 다 같이 밝아서 내가 빛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구나. 그제야 알았다. 그저 어둠이 없어서 내가 빛나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음을···.




내가 빛나고 있지 않은 게 아니다. 다들 밝게 빛나고 있지만, 아직 어둠이 없기에 내가 빛나는 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어둠 속을 한 번 거치면 내 빛이 얼마나 대단한지 깨닫는다. 주변이 밝아서 안 보이는 순간도 있겠지만 그건 내 빛이 부족한 게 아니라 똑같은 빛들과 함께 빛나고 있어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 중에서



저자는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에서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묵묵히 풀어내고 있다. 선뜻 세상에 공유하기 쉽지 않을 개인적인 가정사, 학창 시절 괴롭힘, 가슴속의 숨은 이야기들, 첫사랑과 헤어진 연인들의 이야기들을 용기 있게 써 내려간다. 저자는 인생의 어두운 시기를 겪어 왔고 어두운 자신을 세상에 들키지 않으려고 웃음의 가면을 쓰고 살아왔다. 스스로 어둠으로 가득한 삶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 쓴 글들을 돌아보며, 과거의 자신에게 위로를 받고 깨닫게 된다. 저자는 스스로를 '삶의 고통을 가족과 환경 탓으로 돌리며 핑곗거리를 찾던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어둠 속에서도 자신은 빛이 나는 존재였고, 언제나 길을 찾아왔다는 것을 이제는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어두운 세상에 혼자라고 생각하던 시기에도 묵묵히 자신의 곁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을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었음을, 그들 덕분에 이렇게 다시 빛을 낼 수 있음을 감사하고 글과 노래로 표현하고 나누고 있다.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의 정체성이라고 생각된다. 


조금씩 써 내려가던 내 생각, 소소한 일상, 주변의 발견 등 내 삶의 이야기가 어느새 한 권을 채웠다. 그리고 내 심장이 뛰었다. 내 꿈에 용기만 가지고 덤비던 지난 시간과 다르게 이제는 열정이 용기를 집어삼켰다. 내 삶의 이야기를 쓴 글들을 보고 알았다. 얼마나 나를 많이 사랑하고 있었고, 안쓰러워했는지. 그리고 내 주변에서 똑같이 경험하고 어두운 시간을 보내며 다시 이겨내고 있었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아직 어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헤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직접 한 명씩 찾아다니며 당신은 빛나고 있다고 말해 줄 수는 없어도, 당신에게 작은 위로가 되고 싶었다. 그리고 나의 가사와 음악이 당신의 가슴에 한 뼘 가까워지길 바란다.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 중에서


이렇게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은 저자의 자전적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이다. 삶의 순간순간이 담긴 글들을 가사로 바꾸어 노래로 만들어 내었기에 '가사 에세이집'이라고 스스로를 정의하고 있다. 새로운 장르의 책이 아닐까 생각된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개성이다. 자신의 인생을 글로 써내고, 그 글을 다시 가사로 바꾸어 실어 놓았다. 그리고 그 가사로 창조한 노래를 QR code를 통해 실제로 들어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 구조이다. 굉장히 새롭고 참신한 책이다. 그렇지만 낯설지 않은 것은 역시 노래에는 우리 인생이 묻어 있기에 공감대가 크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살아온 길도 흥미롭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취업을 하면서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중간에 연예 기획사에 오디션을 보고 연습생 생활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책에 실린 여러 노래 중에는 AI가 부른 노래도 있지만 저자 자신이 직접 부른 노래도 있다. 싱글 앨범을 발매한 현직 가수다. 책에 실린 QR코드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찍어 들어 봤는데 노래도 아주 훌륭하다. 게다가 노래에 실린 이야기와 가사의 배경이 되는 에세이를 읽고 들으니 노래가 전해주는 깊이와 감동은 배가 된다. 


본인이 직접 부르지 않더라고 본인의 가사에 AI 작곡을 더한 노래들도 창작하고 있는데, 이 곡들 또한 굉장히 좋다. AI라는 사실을 미리 알고 듣지 않았으면 몰랐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곡들은 유튜브 채널에서 들어볼 수 있는데 흥미가 있으신 분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본다. 역시 책을 읽고 가사를 읽은 후 QR code로 들어가 들어보시면 감상의 즐거움이 더 커지실 것이라 생각된다. 

이렇게 이 책 <너는 가장 어두운 순간에 빛나고 있어>은 책 자체로도 훌륭한 에세이이지만, 연계하여 음악과 함께 들으면 감상의 즐거움을 더 풍성하게 누릴 수 있는 재미있는 콘셉트의 책이다. 책과 음악이 함께 하는 경험을 누려보시길 추천드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
강행구 지음 / 북랩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제 세계가 예전처럼 멀지 않다고 느껴지는 시대이다. 해외여행 한두 번쯤 안 가본 사람이 없고, 많은 사람들이 전 세계 여기저기 여행과 출장을 다니는 글로벌 시대이다. 가깝게는 일본, 동남아부터 멀리는 호주, 미국, 유럽도 꽤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대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조금 낯설고 멀게 느껴지는 지역이 있다. 아마도 아프리카가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는 여전히 우리의 의식 속에 낙후되고 어려운 도움이 필요한 불쌍한 땅으로 남아 있는 경우가 많다. 먹을 것이 없어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 원시부족들이 뜨거운 태양 아래서 사냥을 하는 모습이 아직도 아프리카에 대한 우리의 이미지일지도 모르겠다. 이 책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은 이런 아프리카에 대한 선입견과 오해를 불식시키는 책이다.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

 

이 책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아프리카에 대한 모든 것이 담긴 책'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6개의 챕터로 이루어진 이 책은 아프리카의 역사와 철학, 문화적 배경 그리고 식민 지배로 인한 상처와 영향을 설명하며 아프리카라는 복합적인 지역과 민족을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냉전의 시대를 겪으며 정치적으로 아프리카가 걸어온 길을 조명하고, 아프리카는 어쩌다 빈곤하고 낙후한 지역이 되었는지에 대한 설명도 아주 잘 정리되어 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세계화의 시대에 아프리카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아프리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챕터인 'Chapter 6 왜 지금 아프리카인가?'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고 흥미로웠다. 아프리카가 더 이상 원조의 대상이 아닌 전 세계의 중심축이 되어 가는 협력의 파트너라는 설명이 굉장히 놀라우면서도 와닿는 부분이다. 중국이 일대일로(Belt and Road Initiative, BRI) 구상의 큰 핵심으로 아프리카와 많은 사업을 추진해 온 것이 결코 우연히 아니고, 이미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젊고 강력한 지역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대목이었다.

 

21세기에 접어들며 아프리카는 더 이상 '빈곤과 갈등의 대륙'이라는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세계 정치와 경제 질서 속에서 점점 더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유럽의 외교 재편, 글로벌 공급망 재구성, 기후 위기와 에너지 전환 가속화 등 국저 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아프리카는 단순한 자원 공급처를 넘어 외교, 안보, 경제, 기술이 교차하는 중심지로 부상하고 있다.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 중에서

 

이 책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이 아프리카에 대한 다른 책들과 차별화를 갖는 부분은 저자의 전문성이라고 생각한다. 저자는 1995년 외교부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30년간 아프리카와 영사 분야를 비롯한 다양한 외교 업무에서 경력을 쌓아 온 직업 외교관이다. 특히 코트디부아르, 가봉, 세네갈, 나이지리아 등 서아프리카 주요 국가에서 근무하며, 영사 업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국가 운영과 사회 변화 등을 현장에서 온몸으로 체득하였다.

 

이론으로 배운 아프리카가 아니라, 현장에서 오랜 시간 체득한 살아있는 아프리카를 써낸 것이 바로 이 책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장점이 아닐까 싶다. 아프리카 대륙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인사이트가 남다르다. 역사적, 문화적, 지정학적, 정치적, 경제적, 자원적 등 모든 면에서 통찰력을 발휘하여 아프리카 대륙을 꿰뚫어 보고 있다. 그런 수십 년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한 번에 전해 받을 수 있는 책이다.

 

아프리카 진출은 단순한 시장 확대가 아닌, 정치·사회·문화·제도 전반에 대한 이해와 준비가 수반되는 복합적 전략이 요구되는 도전이다. 그러나 이 도전은 철저한 준비와 현지화 전략, 공공·민간 협력, 문화적 감수성과 제도 이해를 바탕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과거 불확실한 국제 환경 속에서도 눈부신 산업화를 이뤄낸 한국 기업들은, 이제 그 경험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에서도 리스크를 기회로 전환하는 실질적 역량을 보여 줄 수 있다.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 중에서

 

멀고도 낯설게만 느껴졌던 아프리카 대륙이 우리나라와도 비슷한 부분이 많고, 전략적인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아프리카의 열악한 기반 시설이 오히려 ICT 강국으로 한 번에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사실도 재미있다. 한국은 ICT 강국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아프리카와 함께 추진해 볼만한 일이 많을 것 같다. IT 강국이면서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겪은 우리나라가 미래를 함께 할 전략적 파트너로서 아프리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지 시야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특히 책의 마지막 부분에 아프리카가 한국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이유를 정리해 놓은 부분은, 이 책 전체를 관통하는 통찰력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느낌이다. 마치 우리나라가 아프리카와 왜 협력해야 하고, 얼마나 서로 잘 맞는 파트너인지 설명하기 위해 책의 앞부분이 쓰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이 책의 주요한 메시지를 잘 담고 있는 부분이라 꼭 정독해서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이 시대에 왜 우리 한국은 아프리카를 알아야 하는지 가슴 깊이 와닿는 내용이다.

 

한국에게 아프리카는 전략적 파트너로서 다층적인 의미를 지닌다. 아프리카는 배터리, 반도체, 재생에너지 등 한국의 핵심 산업에 필수적인 광물 자원을 다량 보유하고 있다. 리튬, 코발트, 니켈과 같은 전략 광물의 안정적 확보는 한국 산업의 지속가능성과 직결되는 사안이며, 아프리카와의 공동 개발 및 가치 사슬 협력은 미래 산업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가 되고 있다.

또한 인구의 절반 이상이 25세 이하인 젊은 인구 구조와 빠르게 확대되는 중산층은 아프리카를 ICT, 제조업, 콘텐츠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높은 디지털 수용력은 한국 기업의 기술과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 중에서

 

아프리카라는 대륙은 우리에게 여전히 가장 낯설고도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생각보다 아프리카는 빠르게 세상의 중심축을 이동시키고 있고, 이미 우리 곁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 책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가 이런 시점에 아프리카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촉매가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와 함께 손잡고 나아가야 할 파트너, 아프리카를 이해하기 위해 꼭 한번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프리카, 세계를 다시 그리는 대륙
강행구 지음 / 북랩 / 202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세계에서 가장 젊은 대륙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반한 마을
현영강 지음 / 부크크(bookk) / 2023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 장벽 너머에는 진짜 행복한 삶이 있는 걸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