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텍쥐페리의 미소 - 삶과 지혜에 대한 시인의 성찰
이길원 지음 / 윙스펜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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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있다. 폭넓게 사용되는 문장인데, 사실 출처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다. 독서와 관련된 중국의 문헌 중에 비슷한 문장들이 있기는 하지만 조금씩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특별히 어느 나라의 격언이라거나 누가 한 이야기라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말이다. 아마도 그 이유는 누구나 들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마치 수백수천 년간 고전이 명맥을 유지하며 전해질 수 있는 이유와도 동일하다. 시대와 인종, 국가와 문화를 뛰어넘어 인간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책은 인류가 대대로 남긴 사유와 지혜의 유산이다. 그 축적된 노하우가 담긴 것이 책이니 그 안에서 우리 인생의 문제에 대한 해법과 나아갈 길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하겠다.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이런 독서와 사색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 담긴 책이다. 

문학에서 배우는 찬란한 삶의 지혜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필요한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이다. 정보의 바다를 넘어 홍수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유튜브나 인터넷에서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얻는 것이 아주 손쉬운 일이 되었다. 인공지능의 발달로 단순한 정보와 지식을 넘어 좀 더 고차원적인 도움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는 쉽지 않다. 여전히 인류가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책이 아닐까 싶다.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수많은 책들을 포함한 문학과 문화, 예술을 키워드로 글이 쓰여있어 흥미롭다. 저자의 폭넓은 독서 경험과 40여 년에 걸친 시 창작활동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책이다. 이미 읽었던 작품들은 반갑기도 하고 공감도 가서 재미있고, 아직 안 읽은 책들은 꼭 읽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서 또 재미있다. 단순한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을 넓고 깊게 들여다보게 하는 지혜와 고찰이 담겨 있어 좋다. 인터넷에서 검색하여 찾아내는 단편적 지식과는 차원이 아예 다른 이야기다. 



  톨스토이는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에 소년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 여관에 들렀다고 한다. 그런데 안에서는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들어가 보니 톨스토이를 기다리던 소년이 급성 폐렴으로 방금 죽었다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소년은 "아저씨 언제 오느냐?"고 묻고 또 묻고 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는 생각했다. "그때 내가 그 가방을 소년에게 주었더라면 비록 죽더라도 그간 얼마나 행복해했을까." 하고 그때 가방을 주지 못한 것을 깊이 후회했다고 한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쓰며 사랑에 대한 명구를 남겼다. "사랑은 유예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해야겠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사랑해야 한다. 사랑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 바로 지금 사랑을 나누어야 한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렇게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에는 삶을 밝혀주는 지혜와 교훈이 가득하다. 하지만 삶의 소중한 지혜와 통찰들을 '이렇게 살아라!', '이렇게 살아야 한다!'라고 직접적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문학 속 구절을 인용하고, 가슴 깊숙이 와닿는 비유와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움직이고 지혜가 생기는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인 <생텍쥐페리의 미소>도 책의 한 꼭지인데 작가 생텍쥐페리가 2차대전 중 비행기 조종사로 참전했다가 포로가 된 경험을 바탕으로 쓴 <미소>라는 단편에 관한 이야기이다. 포로로 잡혀 처형당할 위기에서 한 번의 미소로 생명을 구하게 된 굉장히 인상적인 이야기다. 


다양한 문학과 에피소드를 통해 '인생에 편견과 선입견을 갖지 말자.', '삶은 자신이 생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 '미리 한계를 정하는 순간 그 선은 넘을 수 없는 선이 되어 버린다. 그 선을 긋는 것은 다른 사람들이 아닌 바로 자기 자신이다.'와 같은 보석 같은 지혜와 명철을 주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도 책에 나온 이야기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다. 어릴 적부터 천재 소리를 듣던 세계적인 수학자 가우스의 일화도 인상적이다. 대학시절 교수가 내준 3개의 수학 문제 중 2개를 두 시간 만에 풀고 나머지 한 문제를 밤을 새우며 끙끙대고 풀어 본인의 실력에 좌절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에는 놀라운 비밀이 숨어 있었다. 


  학교에 간 그는 풀이 죽은 채 교수님에게 말했다. "교수님이 주신 세 번째 문제 푸느라 밤을 새웠어요."

  교수는 과제를 보고 깜짝 놀라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이걸 정말 네가 풀었다고?" 

  "네, 그런데 이 한 문제를 푸느라 밤을 새웠어요."

······ <중간 생략> ······

"이것은 2천 년 동안 아무도 풀지 못했던 문제라는 것을 아니? 아르키메데스나 아이작 뉴턴도 풀지 못했던 문제다. 네가 하룻밤 만에 풀었다니 믿기지 않는다. 너는 정말 천재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렇게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삶의 교훈과 지혜를 주는 책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에피소드와 전해오는 이야기, 실존 인물들의 성공담, 전문적 용어에 대한 설명 등이 실려 있어 실제로도 읽고 다면 박학다식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저자가 신문에 연재하던 칼럼을 모아 낸 책으로, 40여 년간 시만 쓴 자신의 첫 외도라고 이 책을 표현하고 있다. 이런 구성이라 책을 꼭 처음부터 차례대로 읽지 않아도, 한 편 한 편의 꼭지가 독립적으로 재미있고 의미가 있다. 한 번에 읽지 않고 끊어 읽기에도 좋다. 


게다가 이런 이야기들은 그 이야기 자체로 재미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해 주고 싶을 만큼 재미있고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이야기들이 많이 실려 있다. 여러 에피소드들을 소개 드렸지만 이 밖에도 정말 빠져들어 읽게 하는 재밌는 꼭지가 많다. 이런 이야기들이 가득한 책이라 꼭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재미와 지식을 함께 주기가 쉽지 않은데 이 책 <생텍쥐페리의 미소>는 그걸 해낸 책이라고 생각된다. 


동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흡혈박쥐가 빨아먹는 피는 극소량이며 야생마에게 전혀 치명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하여 야생마는 목숨을 잃는가. 진짜 이유는 흡혈박쥐에 당한 이후 분노 때문이라는 것이다. 

······ <중간 생략> ······

심리학자들은 이에 따라 사소한 일로 크게 화를 내거나, 다른 사람의 과실로 자신에게 해를 입히는 현상을 '야생마 엔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생텍쥐페리의 미소> 중에서



이런 재미있는 이야기가 가득한 책이다. 읽다 보면 우리 삶의 많은 문제들에 대한 답이 저절로 떠오르는 삶의 지침서 같은 책이다.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이 아주 잘 들어 맞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책의 마지막 부분에 이 책에 대한 문학평론가의 글이 실려 있는데, 이 책을 "우리에게 지혜의 오솔길을 열어주는 매우 유용한 책"이라고 추천하고 있다. 격하게 공감 가는 추천사라고 생각된다. 우리 인간은 끊임없는 마음의 수행이 필요한 존재이기에, 독서와 사색을 통해 평생을 배워야 한다. 다시 한번 "책 속에 길이 있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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