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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아이스크림이 녹기 전에 -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9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9
진저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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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만 보았을 때는 굉장히 기대되는 이야기였다.

7.7의 지진에서 7일 동안 살아남는 7살 소년. 기적의 세븐 보이라고 불리지만, 본인은 그 별명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남자 주인공, 곤.

지진에서 가족들을 대부분 잃고 장애를 가진 오빠와 살아가는 여자 주인공, 경우

 

여기까지는 정말 아무 문제 없었다. 문제는 경우가 곤을 대하는 태도였다.

 

경우는 곤에게 오빠의 목욕을 도와 달라고 말하고 댓가를 지불하겠다고 한다. 곤이 뭐라고 의사를 제대료 표시하기도 전에 경우는 곤에게 다짜고짜 키스를 하고 이것이 댓가라고 말한다.

 

나는 이 부분이 너무나도 충격적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것은 성추행이다. 여자가 남자에게 했든, 남자가 여자에게 했든, 상대의 동의 없이 이루어진 키스는 성추행이다. 게다가 키스를 해주는 게 댓가라니? 이것은 자연스레 성매매, 그것도 청소년 성매매를 연상시킨다. 읽으면서 너무나 거북했다.

 

나중에 곤이랑 경우는 서로 사랑하는 감정을 가지게 되는 것 같긴 했지만... 이런 강제적인 키스를 하게 된 것은 둘이 연애 감정을 가지기 훨씬 전이다ㅠㅠㅠ 나는 이런 묘사가 너무 싫었다ㅠㅠ '

 

 

그런 부분만 빼면 꽤 괜찮은 소설이었는데, 강제적인 키스의 임펙트가 너무 컸다. 게다가 그것을 나쁜 게 아니라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서 싫었다...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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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톰 행크스 지음, 부희령 옮김 / 책세상 / 2018년 8월
평점 :
절판


오스카상을 수상한 세계적 배우, 열렬한 타자기 애호가
톰 행크스의 생애 첫 소설집

모든 미국인의 삶이 여기에 담겨 있다!

지금보다 다정했고 단순했던 시대에 대한 향수
인간의 내면을 파고드는 상냥하고 예리한 유머
톰 행크스는 작가이다!


톰 행크스는 누구인가?
톰 행크스의 젊었을 적 사진

톰 행크스 Tom Hanks (1956~)
주요 작품: <스플래시>, <빅>, <그들만의 리그>,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포레스트 검프>, <라이언 일병 구하기>, <다빈치 코드>, <토이 스토리(주인공 우디의 목소리)> 

톰 행크스는 타자기를 엄청 좋아해서 평소에도 타자기로 글을 쓰는 것을 즐겼다. 그는 틈틈이 써온 소설을 모아 첫 소설집인 "타자기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출판했다. 이 책은 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10여 개국에 판권이 판매되었다. 


해시태그 영화, 블랙코미디

나는 처음에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유명한 배우가 쓴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누군지 관계없이, 소설 그 자체로 흥미로우며 의미 있다.  

소설의 문체는 전반적으로 간략하고 생기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실감난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미국 코미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 

내가 제일 감명 깊게 읽었던 단편소설은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 소설은 여기 실려있는 단편들 중 가장 슬픈 내용이다. 블랙 코미디 영화라기보다는 전쟁 다큐멘터리 같다.) 1953년, 한 미국 가정의 따뜻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1944년, 제 2차 세계대전 때 전쟁 중이던 군인들이 겪은 춥고도 무서웠던 크리스마스. 두 크리스마스가 서로 번갈아가며 오버랩된다. 

 추운 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버질에게는 훨씬 더 추운 밤의 기억이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왼쪽 종아리가 당기는 듯한 환상통을 느꼈다. 그는 쉬지 않고 현관까지 다섯 계단을 쭉 올라갔다. 
  p59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있는 버질. 그는 9년 전, 1944년의 지옥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떠올린다. 

 살을 에는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달아날 수조차 없었다. 추위는 몇몇 전우의 목숨을 앗아갔다. 잠을 거의 잘 수 없었고, 정신 이상이 된 몇 사람은 바스토뉴로 돌려보내졌다. 희망이라고는 다만 끼리끼리 모여서 추운 전쟁터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p67

 눈을 감으면, 섬광이 번쩍이면서 병사의 헬멧이 폭발하여 피 구름이 되고 붉은 안개가 흩뿌려지는 형상이 보였다. 거의 매일 밤 그랬다. 한때 사람의 머리였을 축축한 진흙 덩어리가 눈에 어른거렸다. 버질은 억지로 다른 것들을, 무엇이든 아무거나 생각하려 했다. 
  p76

 전혀 상반된 두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전쟁의 비극성이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톰 행크스 씨가 다음에 어떤 책을 내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책도 이번 책처럼 재미있고 의미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문장 중 하나를 옮기면서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있잖아." 애나가 말했다. "이제 일요일이야."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대답했다. "나는 순간 속에 사니까."
 "그런 면에서 너에게 감탄대. 똑똑하고 다정하지. 너무 느긋하다 못해 게으르고."
 "칭찬에서 시작해서 험담으로 가는군."
 "게으르다는 말을 나른하다는 말로 바꿀게." 애나는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요점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거야." 
  p11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장편소설을 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
2. 배우로서의 톰 행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
3. '지루하지 않은 진지함'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4. 미국 사회의 모습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위 책은 출판사 <책세상>으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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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 - 인생의 중간쯤 왔다면
한성희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믿고 읽는 출판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새롭게 출판한 따끈따끈한 책!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
운좋게도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이 책을 무료로 받게 되었다:)

기댈 곳이 사라진 당신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이 책의 저자인 한성희 박사님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시고, 오랫동안 심리학에 대해 연구해오신 분이시다. 이 책은 깊이 있는 심리학 지식을, 실생활의 예를 들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책을 천천히 읽다보면, 어느새 삶을 다시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책 디자인부터 너무 예쁘다. 책표지만 봐도 힐링되는 기분... 사진보다 실물이 훨씬 더 예쁘다. 이 아름다움을 내 핸드폰 카메라가 다 담아내지 못한다는 게 그저 안타까울 뿐...

책의 목차는 다음과 같다.

1/ 나는 지금 어디에 와 있나
2/ 의미 있는 성장은 언제나 흔들릴 때 찾아온다
3/ 오늘도 더 나은 내가 되어가는 중이다
4/ 모든 관계의 중심에 나를 두어라
5/ 이제 나를 안아줘야 할 시간

책 사이사이에는 이렇게 감각적인 일러스트들이 삽입되어 있다. 포근하고 귀여운 그림들은 읽는 이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든다.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어.
이만하면 정말 잘 해온 거야.


많은 사람들이 남들 눈에 반짝이는 별이 되려고 애쓰면서 정작 내 안에 무엇이 자라고 있는지는 놓치고 살아간다. 이제 지금껏 앞만 보고 달리느라 미처 챙기지 못했던 나에게 그동안 참 고생이 많았어. 이만하면 정말 잘 해온 거야라고 말해주자. 그리고 더 잘하라고 왜 이것밖에 못하느냐며 나를 다그치고 끌어내리는 대신 이만큼 해낸 나를 안아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그럴 때 우리는 아무것도 이뤄놓은 게 없는 것 같은 허탈감,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모르겠는 막막함에 더 이상 고통스럽지 않게 된다. 비로소 나라는 존재의 소중함을 깨닫고 더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고 싶은 희망을 품게 된다.
  p8


꼭 나를 향해 하는 말 같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생이 된 지금까지, 3년이 넘는 세월 동안 앞만 보고 달려왔다. 고등학생 때는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열심히 뛰었고, 대학생이 된 지금은 이제 좋은 직장에 가려고 또 달리고 있다. 나는 살면서 내 스스로에게 "이만하면 정말 잘 해 온 거야"라고 말한 적이 없었다. 더 잘하라고 왜 이것밖에 못하느냐며 나를 다그치고 끌어내기만 했다. 그래서 내 삶은 늘 공허했다. 뿌듯함과 성취감보다는 허탈감과 막막함이 훨씬 더 컸다.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사회적 지위의 동의어가 되고, 조직의 정체성과 동일시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퇴직하는 순간 는 사라진다. 이때 겪는 박탈감은 생각보다 극심하다. 그동안 내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던 이유가 나 때문이 아니라 나의 자리때문이었음을 비로소 절감하는 순간이다.
  p20


서울대에 막 입학했을 때, 교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셨다. 여러분에게서 '서울대'를 뺐을 때, 아무것도 남지 않으면 안 된다고. 서울대생이 아닌 여러분 그 자체로 의미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이 책에 서술된 문장 그대로, 나라는 사람의 정체성은 사회적 지위의 동의어가 되고, 조직의 정체성과 동일시된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과 상태를, 이 책을 읽으면서 정확히 진단할 수 있었다.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이미 반짝이는 하나의 별이니까.


우리는 언제까지 는 없고, ‘만 있는 성장에 목숨을 걸 것인가? 학벌, 외모, 직장, , 끝없는 비교의 늪에 빠져 있는 한 늘 불행할 수밖에 없다.
  p54
 
나이가 들수록 우리는 이전보다 현명해지고 단단해져야 한다. 비교 대상 없이 나 자신만으로 행복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나를 인정하게 되면 인생은 더 이상 공허하지 않다. 그러니 비교하는 상대적 성장이 아니라 나만의 고유한 가치에 집중하는 절대적인 성장으로 선회해야 한다. 주위에 휘둘리기보다 나만의 페이스로 걸어갈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반짝이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 모두는 이미 반짝이는 하나의 별이니까.
  p55


"우리 모두는 이미 반짝이는 하나의 별이니까"
별처럼 반짝이는 예쁜 문장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항상 남들과 나를 비교해왔다. 남들보다 내가 더 잘하면 기뻐했고, 남들보다 못하면 슬퍼했다. 세상에는 나보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나는 자주 비참해졌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나 자신을 인정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나는 충분히 반짝이고 있다고, 지금 이 모습도 예쁘다고 말해줘야 겠다. 


책에는 삶에서 마주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와 그 해결방법이 친절하게 담겨 있다. 삶을 무료하지 않게 보낼 수 있는 법, 나만의 취미를 가지는 법, 정말 나답게 사는 법 등등… 하루 일을 다 끝내고 이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한다면, 새롭게 하루를 시작할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시태그로 요약한 책>
#에세이 #힐링 #심리학 #자존감 #마음치료

  <이런 분들께 추천합니다>
1. 삶의 의미가 없고 공허하신 분
2. 어떤 일을 해도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시는 분
3. 자아존중감을 높이고 싶으신 분   

4. 자꾸만 남들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는 분


이제 여러분을 꼭 안아줘야 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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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애의 마음
김금희 지음 / 창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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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경애의 마음"
 제목부터 끌렸던 소설이다.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분의 이름이 경애이기 때문이었다. 소설 속 경애와는 이름이 같다는 것 밖에 공통점이 없지만... 
 '경애의 마음'이라는 제목은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다. 첫번째 의미는 이 책의 주요 등장인물인 '경애'의 마음. 두번째 의미는 '공경하고 사랑함'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단어인 '경애'의 마음.

 경애의 마음은 2014년 첫번째 소설집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로 신동엽 문학상을, 2016년  '너무 한낮의 연애'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김금희 작가의 첫번째 장편소설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시절, 영화 동아리 친구들과 술을 마시러 호프집에 간 경애. 그런데 하필이면 그 호프집에서 화재가 일어난다. 그리고 어찌어찌한 이유로(밝히면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자세히는 말하지 않겠다.) 경애를 제외한 나머지 친구들은 화재 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 슬픈 이야기가 실화를 바탕으로 했다는 게 정말 충격적이고 안타까웠다.  

밑에는 마음에 와 닿았던 내용을 옮겨 적어보았다.


상수는 이따금 죽은 어머니와 나눈 대화들을 맥락 없이 떠올리는데 그중 하나가 엄마, 엄마는 뭐가 어려워? 하고 물으면 어머니가 설핏 웃으면서 오늘이 어려워, 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오늘이 왜 어려워?
오늘을 넘겨야 하니까 어려워.
오늘을 넘긴다는 것은 뭐야?
오늘을 견딘다는 것이지.
오늘을 견딘다는 것은 뭐야?
그건 오늘은 사라지지 않겠다는 거야.
오늘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건 뭐야?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거지.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건 뭐야?
내일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거야.
내일은 사라질 수도 있다는 건 뭐야?
내일은 못 견딘다는 것이지.
내일을 못 견디면 어떻게 되는데?
내일을 넘길 수 없게 되지.
내일을 넘길 수 없으면 어떻게 해?
그러면...... 쉬워질 수도 있다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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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우는 것 같다 시요일
신용목.안희연 지음 / 창비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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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이 싸우듯,
사랑과 미움이 서로를 찌르고
희망과 절망이 자리를 바꾸듯,
그리고 눈물이 왼뺨과 오른뺨의 길이를 재듯,
우리는 서로를 생각한다


시인들이 쓴 에세이집. '아버지'를 주제로 한 다양한 시들을 함께 엮고, 사이사이 시인들의 에세이를 넣었다. 신용목 시인님과 안희연 시인님. 내가 좋아하는 두 시인님들이 쓰신 에세이집인데, 내가 읽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읽는 내내 많이 울었다. 실려 있는 시들도, 에세이도 모두 좋았다. 내가 잘 알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인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아버지를 만난 지 어느덧 20년이 흘렀지만, 나는 아직도 아버지에 대해 잘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계속 시간만 흐른다면, 결국엔, 내가 조금이나마 알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마저도 영영 잊어버리게 될 지도 모르겠다. 그런 생각들을 하니 문득 슬퍼졌다.



인상 깊었던 구절들


"아빠, 사람의 영혼은 무지갯빛을 가졌대"
하고 말하면
"그러면 사람들의 몸은 흠뻑 젖었겠구나"
하고 답하는.

이런 류의 다정함이 우리 사이에도 가능했을까? 우리의 안부는 늘 생활에 묶여 있거나 생명에 매달려 있었던 것 같다.
무지개를 띄우기 위해 비가 오지만, 무지개를 바라보다고 멎지는 않는.
더는 무지개가 설 수 없는 저녁이 되어서야 우리는 서로의 손을 더듬어 젖은 안부를 물었던 것 같다.
p22


그래서 오늘은 생각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라는 말 속에 아버지의 소년을 가둬놓았고
아버지의 연애를 가둬놓았고,
날개를 갖지 못한 새와 노래하는 돌멩이와 잔디 위를 구르던 여름 동산의 몸으로 서둘러 맞이했던 겨울,
그 추위를 가둬놓았다

아버지, 아버지 부를 때마다 아버지가 아버지 속에 갇히고 있다는 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p26


오늘은 아빠의 가장 여리디여린 부분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아빠도 복숭아 속살처럼 멍들기 쉬운 피부를 지닌 사람이니까 바람 불면 바람에 긁히고 꽃 피면 꽃잎에 쓸려 쓰라리기도 했을 테지. 
 p119


어린 나의 기억 속에는 한밤중 거실에서 아빠 사진을 앞에 두고 흐느끼는 엄마가 있고, 완전히 닫히지 않은 문틈 사이로 스며들던 빛이 있다. 몸을 일으켜 밖으로 나갈 수도, 그렇다고 못 들은 척 다시 잠들 수도 없던 그때. 나를 가장 두렵게 한 것은 바로 그 빛, 빛이었다. 빛은 참혹한 울음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것이었고, 어둠속에 안전히 숨어 있던 나를 기필코 찾아냈으며, 흉기를 든 강도처럼 나를 위협했다. 고통은 날마다 몸집을 불려갔다. 엄마는 산으로 바다로 밤낮없이 헤매었고 교통사고로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오기도 했다. 병실 침대에서 환자복을 입은 엄마를 끌어안고 꾸던 꿈, 그 서글픈 밤들이 살을 뚫고 핏줄을 뚫고 내 몸 세포 하나하나에 스미는 동안 내 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p133



실려있는 시들 중 특히 마음에 와 닿았던 시를 한 편 옮겨 적겠다.


서울, 273 간선버스

신미나

비가 오니까
따뜻한 걸 먹을까
대학병원 회전문을 나선다

당신은 재가 떨어질 때까지
담배를 피우는 버릇이 있다

담배를 다 피우면
담뱃진이 물든 중지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고는 했다

내년에 꽃 보러 오자
길바닥에 떨어진 버찌 열매를 밟으며
국수를 먹으러 간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
앞서 가는 뒷목이 붉다



에세이집 제목인 '당신은 우는 것 같다'는 이 시의 구절에서 따온 게 분명하다.

당신은 우는 것 같다.
결국 이것 또한 추측이다. 당신의 딸인 나는, 당신의 유전자를 절반이나 나눠 받았으면서도, 당신이 우는지 울지 않는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저 당신은 우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밖에, 생각만 할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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