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음에 이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된 이유가 유명한 배우가 쓴 소설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이 소설은 작가가 누군지 관계없이, 소설 그 자체로 흥미로우며 의미 있다.
소설의 문체는 전반적으로 간략하고 생기 있다. 그래서 그런지 글이 쉽고 재미있게 잘 읽힌다. 인물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실감난다. 한 편의 잘 만들어진 미국 코미디 영화를 보는 기분이다. 마냥 재미있기만 한 코미디 영화가 아니라, 사회의 어두운 면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 영화.
내가 제일 감명 깊게 읽었던 단편소설은 "1953년, 크리스마스이브"였다. (이 소설은 여기 실려있는 단편들 중 가장 슬픈 내용이다. 블랙 코미디 영화라기보다는 전쟁 다큐멘터리 같다.) 1953년, 한 미국 가정의 따뜻하고 즐거운 크리스마스와, 1944년, 제 2차 세계대전 때 전쟁 중이던 군인들이 겪은 춥고도 무서웠던 크리스마스. 두 크리스마스가 서로 번갈아가며 오버랩된다.
추운 밤이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버질에게는 훨씬 더 추운 밤의 기억이 있었다.
그는 조심스레 계단을 오르면서,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왼쪽 종아리가 당기는 듯한 환상통을 느꼈다. 그는 쉬지 않고 현관까지 다섯 계단을 쭉 올라갔다.
p59
아내와 딸, 아들과 함께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내고 있는 버질. 그는 9년 전, 1944년의 지옥 같은 크리스마스 이브를 떠올린다.
살을 에는 추위가 뼛속까지 스며들었다. 달아날 수조차 없었다. 추위는 몇몇 전우의 목숨을 앗아갔다. 잠을 거의 잘 수 없었고, 정신 이상이 된 몇 사람은 바스토뉴로 돌려보내졌다. 희망이라고는 다만 끼리끼리 모여서 추운 전쟁터로 돌아가는 것밖에 없었다.
p67
눈을 감으면, 섬광이 번쩍이면서 병사의 헬멧이 폭발하여 피 구름이 되고 붉은 안개가 흩뿌려지는 형상이 보였다. 거의 매일 밤 그랬다. 한때 사람의 머리였을 축축한 진흙 덩어리가 눈에 어른거렸다. 버질은 억지로 다른 것들을, 무엇이든 아무거나 생각하려 했다.
p76
전혀 상반된 두 크리스마스 이브의 모습이 대비되면서 전쟁의 비극성이 더 강하게 드러내는 것 같다. 읽으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톰 행크스 씨가 다음에 어떤 책을 내실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음 책도 이번 책처럼 재미있고 의미있을 것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벌써부터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
내가 좋아하는 책의 문장 중 하나를 옮기면서 이 서평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있잖아." 애나가 말했다. "이제 일요일이야."
"나도 알고 있어." 내가 대답했다. "나는 순간 속에 사니까."
"그런 면에서 너에게 감탄대. 똑똑하고 다정하지. 너무 느긋하다 못해 게으르고."
"칭찬에서 시작해서 험담으로 가는군."
"게으르다는 말을 나른하다는 말로 바꿀게." 애나는 포도주를 홀짝거리며 말했다. "요점은 내가 너를 좋아한다는 거야."
p11
이런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1. 장편소설을 읽기 어려워하시는 분들
2. 배우로서의 톰 행크스를 좋아하시는 분들
3. '지루하지 않은 진지함'을 경험하고 싶으신 분들
4. 미국 사회의 모습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
*위 책은 출판사 <책세상>으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